국내 증시가 오후 들어 반락한 후 낙폭을 키워 1900선 아래로 추락했다. 미국 출구전략 우려로 최근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탓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증시 변동성 확대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20일 인도네시아 IDX종합지수는 전날보다 184.70포인트(4.28%) 급락한 4128.82로 오전장을 마쳤다. 전날 5.58% 떨어진 데 이어 이날도 반등하지 못하며 나흘째 속절없이 밀리고 있다.
이날 오후 2시40분 현재 주요 아시아권 증시가 잇따라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닛케이225지수)가 361.77포인트(2.63%) 급락한 것을 비롯해 홍콩 항셍지수(-1.91%), 대만 가권지수(-0.85%),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54%) 등이 줄줄이 하락세다. 코스피지수는 30.92포인트(1.61%) 밀린 1886.72를 기록 중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미국 양적완화(QE) 조기 축소가 이미 알려진 악재이지만 증시 변동성을 키울 변수라고 진단했다. 앞으로 신흥국 증시의 변동성 축소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국내 증시의 외국인의 투자 심리도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란 설명이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 출구전략의 부작용으로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주요 경상수지 적자국의 외환위기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아시아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미 출구전략과 관련해 추가 환율 급등 가능성이 부각돼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에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후까지는 미 출구전략 관련 불확실성으로 외국인 매수 강도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내놨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제 체력이 약한 신흥국 증시(이머징 마켓)부터 무너지기 시작하고 있다"며 "아직은 견조하지만 코스피지수도 이제 이러한 변동성 위험에서 자유롭기 힘든 시기"라고 진단했다.
미 양적완화 조기 축소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비정상적인 글로벌 유동성 환수 조치의 1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신흥국에서의 자본 유출 가능성이 여전히 경계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한국의 펀더멘털(내재가치)이 아직 원화 약세를 제한하고 있지만 미 양적완화 조기축소 현실화 시점에서 원화 약세 흐름이 추가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윤 센터장은 전망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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