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社1병영] 장재진 오리엔트바이오 회장, 7일간의 해병대 '지옥주간'…"세상에 못할 일은 없다"

입력 2013-08-08 18:02
수정 2013-08-08 21:07
나의 병영 이야기

1979년 해병대 376기 입대…배고픔·훈련·공포와의 전쟁
사업 초기 난관 극복한 힘


나는 해병대 376기다. 1979년 지원 입대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해병대 지원 동기를 묻곤 한다. 가정형편이 넉넉지 못했던 터라, 하루라도 빨리 군 복무를 마치고 공부를 계속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 해병대는 28개월, 타군은 보통 32개월 이상 복무해야 했다. 또 고향이 포항이어서 어릴 적부터 해병대원들을 자주 봐왔다. 입대 전까지도 해병대에 대한 거부감이나 특별함이 없었던 것도 지원 결정에 한몫했다.

입대 후 경남 진해에서 전반기 동안 기초군사훈련을 받았다. 제일 처음 닥친 시련은 배고픔이었다. 밥을 안 주는 것이 아니라 식사시간이 문제였다. ‘식사 시작’ 명령에서 ‘식사 끝’ 명령이 떨어질 때까지 불과 3초 정도 걸렸던 것 같다. 하루 삼시 세 끼 식사 시간은 있는데, 한 끼도 배불리 밥을 먹질 못하니 굶주림은 당연지사였다. 그러다 보니 처음엔 밥을 어떻게 해야 빨리 먹을 수 있는지가 제일 큰 고민이었다. 나중에는 그 생활이 익숙해지니 밥 먹는 요령도 늘어서, 밥과 반찬을 국에 다 말아서 마시는 경지에 이르렀다.

진해에는 해병 훈련소와 함께 해군 훈련소도 붙어 있었다. 해병은 PX 사용을 규제했는데, 해군들은 허용이 됐다. 하루는 밤에 보초를 서고 있는데 PX에서 간식을 산 뒤 내무반으로 조달하는 해군을 발견했다. 동기와 함께 그 해군 훈련병들을 거의 습격하다시피 쫓아가서 간식을 얻어냈다. 조교들도 훈련병들이 항상 배고파 하는 걸 알았기 때문인지, 나중에 알고도 크게 혼내지는 않았다. 그렇게 초기 해병대 생활은 늘 배가 고팠던 걸로 기억한다.

기초군사훈련이 끝나고 특과병 훈련이 이어졌다. 운전 면허증도 없었지만, 군대에 왔으니 뭐라도 배워야겠다는 일념 하에 수송병과(운전병)로 지원했다. 후반기 훈련을 끝내고 해병1사단으로 배치됐다. 문제는 운전병이라고 해서 훈련 열외가 없다는 것이었다. 해병대는 병과에 상관없이 모두 훈련에 참가하는 것이 규칙이었다.

결국 나도 공수교육, 유격훈련, IBS훈련(기습특공)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중 바다에서의 훈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바다에서 훈련 중 저체온증으로 기절하는 일은 다반사다. 기절하면 보트로 끌어 올려 다시 깨우고, 깨어나면 다시 바다에 빠뜨린다. 이런 훈련이 반복되다 보면 사실 한계라는 말이 무색하게 느껴진다. 기절할 정도로 추운 바닷속에서 덜덜 떨다 보면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해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게 하루 훈련을 마치고 내무반으로 돌아오면 자기 전에 누워서 이렇게 생각한다. ‘할 수 있구나.’

해병대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지옥 주간’을 겪고 나면 이런 마음가짐은 더욱 커진다. 지옥 주간 7일간은 잠도 못 자고 음식도 거의 못 먹는다. 24시간 훈련뿐이다. 사실 사람이 1주일 동안 잠을 자지 않으면, 초 단위로 잠을 자는 기술을 터득하게 된다. 걸으면서도 자고, 화장실에서도 잔다. 먹으면서도, 훈련을 위해 더러운 진흙 밭이나 뻘에 박혀서도 잠을 잔다. 아무리 더러운 곳이나 위험한 곳에 있어도 잘 수 있었다. 그렇게 1주일간의 극기 생활이 지나고 나니 다시금 같은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못할 일은 없다.’

내가 경영하고 있는 오리엔트바이오 사업 초기에 많은 사람들이 우려의 말을 하곤 했다. 당시 국내 실험용 생물소재 분야는 불모지였고 정부조차도 제대로 된 연구를 못하고 있었으니, 남들이 보기에 나의 도전은 그저 무모함이었다. 지금 오리엔트바이오는 세계 최초로 소형에서 중대동물까지 고품질 실험용 생물소재를 생산 공급하는 회사로 도약했다.

많은 사람들이 힘들다고 얘기했지만, 결국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선도 바이오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지금껏 오리엔트바이오를 이끌어오면서 한 번도 ‘할 수 없을 것이다’고 걱정한 적이 없다. 해병대의 극기 생활을 통해 얻게 된 끈기와 강기의 힘은 지금도 항상 나에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오늘도 내일도 나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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