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의 월급'은 커녕 '13월의 세금', 정부 나몰라라?

입력 2013-07-30 11:19
수정 2013-07-30 11:24
신용카드 공제세율 15%->10% 축소 발표 후 서민 반응 들여다보니…

연봉 4000만원, 연2200만원 신용카드 사용자 연말정산 9만원 손해
정부도 '소득공제 일몰 다시 연장'했지만 서민 반응 '눈치보기'
신용카드 업계 안그래도 불황인데…공제율 축소 및 폐지에 '울상'
"체크카드 사용 권장, 결제의 '부익부 빈익빈' 야기" 우려


4살 아이를 둔 워킹맘 김모(36)씨는 최근 신용카드를 없앨지, 혹은 사용액을 확 줄일지 고민이 많다. 정부가 올해부터 연말정산 때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신용카드 사용액 공제 비율을 연 15%에서 10%로 축소했기 때문이다.

연봉 4000만원을 받는 김씨는 지난 한해 2200만원을 신용카드 결제로 지출했다. 연봉의 절반 이상을 신용카드로 쓴 셈이다. 직장 동료들과 5000원짜리 점심을 먹을 때는 기본이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생활용품을 살 때, 육아용품을 온라인에서 구입하는 경우 뿐만 아니라 각종 공과금도 신용카드 자동이체로 지출한다. 김씨에게 신용카드는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될 '만능 결제수단'인 셈이다.

정부가 2012년 20%에서 15%로 신용카드 사용액 공제비율을 줄인데 이어 올해도 5%를 더 깎자 서민 근로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수입의 많은 부분을 신용카드로 쓰는 '유리지갑' 서민의 소득공제 혜택까지 없애는건 불평등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김씨의 경우 지난해까지는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해 연말정산으로 27만원을 돌려받았다. 하지만 올해도 지난해처럼 신용카드를 쓴다면 10% 공제율을 적용받아 18만원 밖에 받지 못한다. 세재 개편으로 9만원을 '손해'보는 셈이다.

◆ "13월 월급은 커녕 '13월의 세금', 정부 나몰라라?"

김씨는 "신용카드 사용을 권장하던 정부가 세수가 늘었다는 이유로 신용카드 공제를 아예 없애겠다고 하는건 서민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행정 편의주의"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직장인 황모(34)씨는 "신용카드 공제률 폐지를 포함해 정부가 각종 연말정산 소득 공제 내역을 줄이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연말정산이 '13월의 월급'은 커녕 '13월의 세금'이 된 현실을 정부가 나몰라라한다"고 지적했다.

김씨의 사레처럼 우리 국민 한 사람은 한해 평균 129번 신용카드를 긁는다. 최소 3일에 한번은 꼬박꼬박 카드를 쓰는 셈이다.

국내 많은 직장인들이 신용카드를 자주 사용하는 이유는 결제 간편함도 있지만 연말정산 공제 혜택이 큰 몫을 해왔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카드 결제액은 478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인 1272조4595억원 3분의 1수준에 육박하는 규모다. 지난해에만 국내 1500만명 근로자 가운데 670만명이 신용카드 공제 해택을 봤고 실제로 돌려받은 세금 규모는 1조3천억원에 달한다.

신용카드 대중화의 일등공신은 단연 정부의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 도입이었다. 정부는 지난 1999년 국민의 신용카드 사용을 늘려 세원의 투명성을 확대하기 위한 '당근책'으로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을 도입했다. 이후 카드 사용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1999년 한해 전체 결제금액의 15%를 차지했던 카드 사용액은 지난해 60%를 넘어섰다.

2000년대 초 3.5장이던 1인당 카드 보유수는 카드사의 공격적인 영업전략과 맞물려 지난해 4.6장으로 늘어났다. 실제로 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하나SK·비씨·우리카드 등 카드사들이 지난해까지 발급한 신용카드는 모두 1억1712만장에 달했다.

◆ '소득공제 일몰 다시 연장' 정부도 서민층 눈치보기

박근혜 정부는 올해 출범부터 신용카드 사용을 통한 세원 투명화와 과표 양성화 취지가 충분히 달성됐다고 판단, 신용카드 공제 혜택을 점진적으로 폐지하겠고 공언해왔다. 정부가 신용카드 공제 혜택 폐지 정책을 자꾸 만지작거리는 이유는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이 '조세 정의'를 해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비과세·감면 혜택을 받은 국세는 30조6000억 원으로 2006년(21조3000억 원)에 비해 10조원가량 늘었다.

그러나 정부는 갑자기 입장을 바꿔 지난 28일 '2013년 소득세법 개정안' 발표를 통해 당초 내년 폐지키로 했던 신용카드 세액공제 일몰을 다시 연장했다. 이같은 결정 배경에 대해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내년 일몰이 돌아오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폐지는 당장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근로소득자의 조세저항을 감안해 당분간 신용카드 공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역시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을 폐지할 경우 세원이 다시 불투명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에 따르면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 도입 이후 정부 세원은 4배 이상 투명해졌다. 게다가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마다 꼬박꼬박 영수증에 찍혀나오는 부가가치세수도 1999년 20조원에서 현재 60조원 규모로 커졌다. 국민들의 광범위한 신용카드 사용이 세원 증대에 큰 역할을 한 셈이다.

▲ 신용카드 업계 안그래도 불황인데…'울상'

신용카드 업계는 이번 정부의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 일몰 연장 발표에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올해 세재개편안에는 연장을 포함시켰지만 일몰 로드맵대로라면 내년에 공제 혜택을 폐지한다는 종전 기조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내년에 발표될 '2014년 세제개편안'을 봐야 정확히 일몰 여부를 알 수 없는 셈이다.

카드업계는 이런 불확실한 상황과 함께 카드사용액이 갈수록 줄어들자 울상을 짓고 있다. 여신금융협회가 최근 발표한 올해 2분기 카드승인금액 규모는 135조9000억원이었다. 이는 협회가 카드승인실적 자료를 산출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최저수준이다. 또 분기별 카드 사용액 증가율도 2011년 2분기(19.1%) 이후 꾸준히 감소해 분기마다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경기침체 국면과 맞물려 소비자들이 카드 사용 씀씀이를 줄이는 시점에서 정부가 공제혜택마저 줄이거나 없애면 카드사용액 추락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특히 체크카드를 중심으로 한 소액결제가 늘고 있다는 점을 카드업계는 주시하고 있다. 지난 6월 한달간 카드 사용액 44조5000억원 가운데 신용카드 사용액은 36조9000억원(82.9%), 체크카드는 7조4000억원(16.7%)이었다 카드 사용액 비중은 여전히 신용카드가 5배 가량 앞선다. 그러나 지난달 평균 카드 결제 금액은 신용카드가 5만9147원, 체크카드는 2만5690원으로 체크카드 사용액이 신용카드 절반 수준으로 쫓아온 상황이다.

업계는 체크카드 사용 증가의 결정적 이유가 신용카드와의 소득공제률 차이 덕이라고 보고 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은 지난 2년간 20%에서 10%로 반토막이 난 반면 체크카드는 오히려 10% 올라 30%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카드간 공제율 격차가 20%로 벌어진 셈이다. 이로 인해 체크카드 사용액은 매년 사상 최대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체크카드 사용 건수는 24억9000만건으로 전년보다 31% 늘었고 사용액도 19.6% 증가한 83조1110억원을 기록했다. 카드 발급 수도 8789만장으로 전년보다 3.8% 증가했다.

카드업계는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권장하는 정부 정책이 자칫 결제의 '부익부 빈익빈'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체크카드 쓰는 이용자는 통장에 잔액을 확보한 어느정도 여유있는 사람들"이라면서 "신용카드는 상대적으로 현금이 없는 서민들이 이자없이 한달 생활비를 쓸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정부가 이런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체크카드와 신용카드의 소득공제율 차이가 심하게 나면 나름대로 자금력이 있는 회원들은 체크카드로 이동하겠지만 돈이 없는 사람들은 결국 신용카드에 남게 된다"면서 "신용카드 사용이 줄어들면 정부 역시 신용카드를 통한 간접적 세수 확보에 어느정도 구멍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 트위터 @mean_Ray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화제] 급등주 자동 검색기 '정식 버전' 드디어 배포 시작
▶[스토리텔링 수학 지도사 민간자격증 수여 !]
▶[한경 스타워즈] 대회 전체 수익 2억원에 달해.. 비결은?


▶ 이효리, 결혼 겨우 두 달 앞두고…'왜 이럴까'

▶ 박시후 '성폭행 사건' 이후 4달 만에 갑자기…

▶ 女직원, 술만 마시면 男 상사에 '아슬아슬'하게

▶ '박지성 연봉' 공개…여친 김민지가 부럽네

▶ 박한별, '세븐 안마방 사건'에도 혼자서…깜짝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