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집행 과욕…10조 소송에 휘말린 정부
국세청 패소율 20% 넘어
공정위 환급률 무려 80%
朴정부 재원확보 첩첩산중
정부가 피고인 소송의 총 금액이 10조원에 이른다는 사실은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앞으로 5년간 135조원의 세입 증대 및 세출 감소를 추진하고 있는 박근혜정부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세무조사 확대와 세수 외 정부 수입 확보를 위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강화 기조가 무더기 불복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총 소송액 처음 드러나
정부를 상대로 소송 중인 사건의 총 소송액 10조1384억원은 지난해 정부 결산보고서 재무제표를 통해 처음 드러난 것이다. 정부는 2011회계연도부터 결산보고서 재무제표에 도입하기로 했지만 당시 소송 관련 통계는 제대로 집계되지 않았다. 이에 감사원과 국회 예산처 등이 정부 우발 채무를 막기 위해 정확한 기재를 요청하면서 부처들이 2012회계연도부터 전체 통계를 잡기 시작했다.
재무제표의 ‘장기충당부채’ 항목에는 부처 자체 판단으로 해당 회계연도 결산일(12월31일)부터 1년 뒤에 패소가 확실한 소송의 소송액을 적도록 돼 있다. 통상 정부가 1·2심에서 이미 패소해 최종심에서 이길 가능성이 매우 낮거나 1심이 진행 중이어도 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소송들이다. 또한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 항목에는 정부가 피고인 모든 소송액을 적도록 하고 있다. 그 최종 금액이 10조1384억원이라는 얘기다.
이 가운데 정부가 자체적으로 예상한 패소금액은 1조279억6000만원이다. 국세청 관세청 등이 피고인 세금 관련 패소액이 6565억10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부처별로 국세청 다음으로 소송액이 많은 법무부(1223억4000만원)의 경우 2010년 한 간부가 은행장 명의의 지급보증서를 위조해 건설근로자공제회 등에 수천억원의 보증 손해를 입힌 경남은행 금융사고 소송과 관련한 소송액을 충당금으로 잡았다. 경남은행은 정부가 최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 자회사인 만큼 관리 책임이 있는 정부가 재판에서 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패소액 최대 3조원
하지만 정부 일각에선 각 부처가 충당금으로 잡은 소송액이 지나치게 적다고 지적한다. 특히 국세청 관세청 공정위가 자체 판단한 패소액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세청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금액은 총 2조868억원. 여기에 2011년 패소율(19.2%)과 2012년 상반기 패소율(22.6%)의 중간 수준인 20%를 적용하면 국세청의 패소금액은 4000억원이 넘는다.
또 총 1조8544억원의 소송이 제기된 공정위의 경우 최근 과징금 실질환급률이 8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조4000억원 이상을 돌려줘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두 기관만 해도 패소금액이 2조원에 육박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다른 부처가 책정한 패소금액 충당금을 합치면 최종 금액이 3조원에 이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 돈은 박근혜정부의 재정 운용에 상당한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푼이라도 더 많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기업은행 지분까지 해외 투자자에 내놓는 마당에 미처 예기치 못한 지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을 상대로 과세 및 과징금 부과를 확대해나가고 있는 국세청 관세청과 공정위의 움직임도 둔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잇단 패소로 “처음부터 무리한 법 집행이었다”는 비판이 고조될 경우 국정 전반에 대한 신뢰도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종=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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