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低금리 低신용 시대의 ‘해결사’ 영구채가 쏟아진다

입력 2013-05-22 11:22
수정 2013-05-23 10:34
포스코·SKT·대한항공 등 발행 추진 잇따라
기관 금리갈증과 기업 재무개선 수요 맞물려


이 기사는 05월20일(15:5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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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들이 기관투자가들의 ‘고금리 투자수요’를 적극 활용, 재무제표를 더 보기좋게 만들 수 있는 영구채권 발행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영구채는 주식처럼 정해진 만기가 없고 파산시 상환 순위가 일반 회사채에 밀리기 때문에 재무제표에 자본으로 분류한다.

이자비용이 높은 단점이 있지만 주주 가치 희석없이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어 신용등급 하락 압박을 받는 기업들의 ‘재무 해결사’로 주목받고 있다.

◆ 회계논란 ‘끝’ 발행 ‘시작’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SK텔레콤, 대한항공은 최근 사모 방식으로 30년 또는 60년 만기(연장 가능) 영구채를 발행하기 위한 대표주관사 선정 작업을 마쳤다. 모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재무비율 악화로 신용등급 하향 압력을 받아온 회사들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지난해 개정 상법 시행으로 영구채 발행이 허용된 뒤 줄곧 발행 기회를 모색해왔다. 하지만 대부분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국내 일반기업 발행 첫 테이프를 끊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영구채가 투자자에게 유리한 각종 계약조건들 탓에 자본인정을 둘러싸고 뜨거운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4일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 소속 해석위원회(IC)가 두산인프라코어의 영구채를 자본으로 해석하자 분위기가 급격히 달라졌다.

국내 최대 제철업체 포스코는 다음달 씨티글로벌마켓·우리투자·KB투자증권 주관으로 5000억~6000억원,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업자는 SK텔레콤은 대우증권과 바클레이즈 주관으로 3000억~4000억원어치 영구채를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도 다음달 KB투자증권 주관으로 2000억~3000억원의 영구채를 발행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 “기관·기업 이해관계 맞아”
대기업들의 영구채 발행은 기관투자가들의 고금리 투자 수요와 맞물려 탄력을 받고 있다. 사상 최저 수준의 시장 금리에 실망한 국내 연기금과 보험사 등이 고수익 대안 상품 찾기에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

신민식 한화투자증권 FICC상품팀장은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와 재무제표를 좋게 만드려는 기업의 이해 관계가 맞아 발행이 줄을 이을 것”으로 내다봤다.

영구채는 보통 30년 만기(연장가능)로 발행하고 이자지급도 건너 뛸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5년 뒤 원리금을 중도상환(콜옵션 행사)하는 게 관행이다. 때문에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100%로 본다면 같은 만기의 일반 회사채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서부발전이 발행한 영구채의 경우 발행금리가 연 3.89%로 5년 만기 회사채보다 0.7%포인트 이상 높았다.

김종민 삼성증권 FICC상품팀장은 “우량기업 영구채라면 채무불이행 걱정이 적은 데다가 일반 회사채보다 1%포인트 안팎의 금리를 더 챙길 수 있다”며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 지금 같은 저금리 기조 속에서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고 평가했다.

◆ 비우량 기업 남발은 ‘우려’
비우량 기업들의 발행이 늘어날 경우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과 재무지표 간 차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회계상 자본 규모를 늘려야 할 필요성이 절실한 기업이라면 투자자들에게 각종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면서까지 영구채를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 영구채 역시 회계처리 논란엔 종지부를 찍었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부채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신용평가사들도 초우량 기업들이 발행한 영구채에 비해 부채 성격이 짙다고 보고 개선된 재무지표의 일부만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두산인프라코어의 부채비율은 5억달러의 영구채를 자본에 넣느냐 부채에 넣느냐에 따라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 285%와 364%로 달라진다.

한편 자본과 차입금 규모가 큰 우량기업들의 경우 웬만한 규모의 발행 가지고는 재무비율 개선 효과를 보기 어울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 박 무디스 수석 연구원은 “자기자본 규모가 39조, 12조원 수준인 포스코와 SK텔레콤의 경우 이번 영구채 발행에 따른 재무비율 개선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디스는 포스코에 ‘Baa1(부정적)’, SK텔레콤에 ‘A3(부정적)’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이태호/하헌형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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