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문 닫아도 인재는 남아…실패를 손해로 보지마라"

입력 2013-03-25 16:56
수정 2013-03-26 02:17
이갈 에를리히 요즈마 펀드 회장, 새누리 경실모 초청 세미나

이스라엘 기업에 자금 공급…벤처캐피털 80%가 외국계


“실패한 적이 있는 기업가와 없는 기업가 중 누구에게 투자하겠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실패한 기업가라고 답하겠다.”

이스라엘 정부가 운영하는 ‘요즈마 펀드’의 이갈 에를리히 회장(사진)은 25일 국회에서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주최한 초청 강연에 참석, “실패한 기업가는 그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에 실패하기 전과 동일한 도움을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1993년 설립된 요즈마 펀드는 민간에서 자금 조달을 한 신생기업에 정부가 매칭 방식으로 추가 지원을 해주는 펀드로, 기업이 실패해도 정부 투자금은 돌려받지 않는다. 에를리히 회장은 요즈마 펀드 덕분에 1997~2012년 이스라엘에 240억달러의 벤처캐피털 투자가 이뤄졌고 이를 통해 6000개 이상의 기업이 생겼다고 밝혔다. 요즈마 펀드는 박근혜 대통령이 작년 대선 때 ‘창조경제’ 달성을 위한 벤치마킹 대상으로 언급해 주목받았다.

에를리히 회장은 “정부가 신생기업을 육성하고자 한다면 기업들의 실패에 대해서도 부담을 질 수 있어야 한다”며 “이스라엘에서 기업가 정신이 발달한 것은 실패에 관용적인 사회 분위기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많은 사람이 안정된 직장에서 일하길 원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실패를 덜 수용하는 분위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실패한 기업에 정부 투자금을 갚으라 하면 누가 굳이 미국이 아닌 이스라엘에서 창업하려 했겠나”라며 “정부는 ‘기업은 문을 닫아도 인재는 남는다’는 부수효과(spillover effect)를 고려해 투자 실패를 손해라고 여기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에를리히 회장은 이스라엘 정부가 위험부담을 기업과 공유한 덕분에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새로 설립된 이스라엘 기업들을 인수·합병(M&A)하는 형식으로 들어와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과 문화를 전수해줬다”며 “그곳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다시 창업을 하면서 젊은층의 고용을 늘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즈마 펀드와 함께 투자한 해외 벤처캐피털의 경우 해당 기업이 성공하면 정부 지분을 싼값에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줬다”며 “해외 자금에 세금을 물리지 않은 것도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이스라엘은 기업의 불모지라 돈을 벌기 쉽지 않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과감한 인센티브를 부여했다는 것이다. 에를리히 회장은 “현재 이스라엘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벤처캐피털의 70~80%가 외국계”라고 덧붙였다.

그는 “(요즈마 펀드 설립 이후) 매년 500개 이상의 신생기업이 생기고 그중 300~400개가 계속 생존한다”며 “정부의 적극적 지원으로 신생기업이 많아지고, 그들에 투자하기 위한 해외 자금이 들어오며 기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 요즈마(YOZMA) 펀드

이스라엘 정부가 신생기업들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1993년 시작한 프로그램. 정부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은 창업기업이 벤처캐피털에서 자금을 끌어오면 정부가 운영하는 요즈마 펀드가 해당 금액의 40~50%를 매칭 방식으로 지원해준다. 벤처캐피털은 기업이 성공하면 5년 후 싼값에 정부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 실패한 기업은 정부에서 투자받은 돈을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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