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인없는 KB목장에서 일어난 대리인들의 결투

입력 2013-03-19 17:21
수정 2013-03-19 21:26
어윤대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 갈등으로 KB금융지주가 온통 소란스럽다. 사건의 내막도 복잡하고 양측 주장도 엇갈려 마치 한 편의 복잡한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다. 수세에 몰린 어 회장이, 주총안건 분석 전문회사와 접촉한 자신의 최측근 부사장을 해임하는 극약 처방을 내놨지만 사태가 수습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22일 주총에서 사외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또 한바탕 홍역을 치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금융감독원의 검사와 제재도 예정돼 있다.

이번 일은 금융권 내부에서는 큰 관심을 끌고 있지만 사실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 큰 관심거리는 아니다. 예금주 등 금융소비자와 관련된 것도 아니고 그저 볼썽사나운 경영진 간의 파워게임인 탓이다. 소동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이 싸늘한 것도 그래서다. 정말 괴이스런 것은 이번 사태의 당사자인 회장과 경영진, 사외이사 모두가 정작 KB금융의 주인도 아닌 대리인들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객(客)들이 주인 행세를 하며 자신의 밥그릇을 놓고 치열한 권력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가능하게 된 데는 두 가지 배경이 있다. KB가 처음부터 주인 없는 민영화였다는 점, 게다가 권력의 원천이 의심스러운 사외이사의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하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전문 경영인이 위촉된다고 하지만 명확한 권력의 원천이 없으니 관치금융 시비부터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회장도 그렇지만 사외이사 문제 역시 심각하다. 사외이사는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배주주나 경영진의 전횡을 감시하라고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독립성 확보에만 치중하다 보니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KB는 사외이사 후보를 선정하는 것도 사외이사들이 결정한다. 일종의 그들만의 리그인 셈이다. 스스로를 선출하고 제멋대로 연임한다. 회장 선임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반면 정작 사외이사의 전횡을 견제할 장치는 없다. 이번 KB지주 경영권 갈등은 바로 이런 배경 아래 벌어진 대리인들 간의 전쟁이다. 기업 지배구조를 둘러싼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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