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칼럼] 세금과 지하경제와 조폭과…

입력 2013-03-18 17:03
수정 2013-03-18 22:26
지하경제 25%에 못미칠 가능성…복잡하고 높은 세율이 탈세 조장
조폭도 보호세 걷을땐 신중한 법

정규재 논설위원실장 jkj@hankyung.com


세리(稅吏)와 창녀를 구원한 자가 예수다. 모두 민중의 손가락질을 받았던 직업이다. 로마의 징세업무는 공무원의 과업이 아니라 준군사 조직을 가진 사업가들의 청부업이었다. 황제는 징세할당액을 주기적으로 경매에 부쳤다. 경매가가 높게 결정되면 업자들의 횡포는 비례적으로 가혹해졌다. 추적하고 살인하고 약탈하고 창과 채찍이 동원되었다. 징세액과 할당액의 차이가 징세업자들의 수입이었다. 결국 세리에 대한 비난은 구조적이었다.

이집트의 콥트교도가 지평선에 돌연 모습을 드러낸 무슬림들에게 북아프리카로 나가는 길을 열어준 것이 종교의 자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슬람은 인두세 단일세제로 지중해 전역을 해방시켰다. 이것이 정치의 요체다. 맨슈어 올슨 교수는 그의 <지배권력과 경제번영>에서 조세권의 행사와 세금의 크기를 정주형(定住型) 조폭과 이동형 조폭으로 구분해 설명했다. 당연히 전자의 약탈형 과세와 후자의 신중한 과세가 달랐다. 세금을 많이 걷으려면 상인들의 사업이 번창해야 하고 세율은 낮아야 했다. 조폭조차 아는 것을 우리는 자주 잊게 된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국세청 직원들의 비리에 새삼 주목하게 된다. 원래 치부책은 하위직 공무원들의 방석 밑에서 은밀히 전수되던 것이었다. 고위직이라면 굳이 알 필요도 없는 낡은 뇌물장부 말이다. 그 장부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면서 한번씩 우리의 기억을 일깨워준다. 국가는 그러나 자주 이 문제에 침묵한다. 당연히 이유가 있다. 부지런한 세리는 자신을 위해서도 국가를 위해서도 열심히 일한다. 설겆이를 잘하는 사람이 밥도 잘 짓는 법이다. 그게 모든 지도자들의 고민이다. 다른 인센티브가 없다면 뇌물과의 완전 단절은 세무공무원의 의욕을 삭감할 수도 있었다.

비용과 수익을 놓고 그네를 타는 것은 국가도 세리도 조폭도, 그리고 국민도 납세자도 상인도 같다. 징세비용이 세수보다 많아질 수도 있고, 특히 정치 코스트가 임계점을 넘어서면 파국이 올 수도 있다. 1978년의 부가가치세는 불과 1년 만에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라는 결과를 낳았다. 더구나 사람들은 세원(稅源)을 정말 재빠르게 감출 수도 있다. 누구는 27%라 하고 누구는 23%, 누구는 17%에 불과하다고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지하경제 규모를 계산해 낸다. 북유럽 선진국들이 14%대라고 한다. 15% 수준이라면 일종의 자연 지하경제율, 혹은 지하경제 완전양성화 상태라고 불러야 옳다. 고액의 성형외과도 있지만 된장찌개 한 그릇도 카드로 결제하는 한국인이다. 남편의 선물이나 부모의 자녀 용돈까지 계산하면 지하경제는 무한정이다. 연구자의 수치와 정책 통계가 같을 수는 없다.

결론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더 쥐어 짜야 한다는 데로 모아진다. 그러나 노점에 세금을 매기는 것보다는 정부 보조금 없이 살아가는 노점상을 오히려 격려하는 것이 맞다. 지하경제가 번창하는 조건은 명백하다. 세금이 복잡할수록, 세율이 높을수록, 직접세 비중이 커질수록, 고용 유연성이 떨어질수록, 자영업자가 많아질수록, 장사가 안 될수록 지하경제는 커진다. 그 반대도 성립한다. 지하경제를 줄이는 방법도 그렇게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다.

국세청이 부지런히 나선다면 얼마나 더 걷을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금융정보분석원(FIU) 자료를 이용하면 6조원은 더 걷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6조원이라니! 그렇게 되면 청와대는 폭주하는 민원에 뒤덮일 수도 있다. 1000만원 이상 금융거래를 모두 소명해야 한다면 전국 세무서마다 분노를 삭이지 못하는 국민들이 긴 줄을 서야 한다. 그들은 머지않아 투표장에서도 긴 줄을 서게 될 것이다.

세무조사 등으로 더 걷는, 소위 노력세수는 세수총액의 3%를 밑돈다. 세무조사를 통해 더 걷자면 상상하기 어려운 채찍을 로마 징세업자를 방불할 정도로 국민들의 머리 위로 내려쳐야 할 것이다. 지하경제를 양성화하자는 차마 거부하기 어려운 슬로건은 이렇게 고민을 안기고 있다. 전직 세무서장들에게 조용하게 물어본다. “글쎄요. 얼마 못 걷을 겁니다”라는 회의적인 답이 돌아온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지금도 열심히 뛰고 있다는 원망이 배어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벌써 시작이라는 것인지….

정규재 논설위원실장 jk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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