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유채밭·사려니숲 걸어보세요, 꽃과 나무가 말 걸테니…

입력 2013-03-17 16:54
제주의 봄

장쩌민·나카소네 방문했던 '생각하는 정원'엔 푸르름이
서귀포 자구리해안…유토피아길엔 예술꽃 '활짝'



벌써 3월 중순인데 이제야 봄을 이야기하는 것은 봄의 전령사인 꽃들이 겨울을 완전히 밀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봄이 완연한 곳은 제주다. 순백의 자태를 뽐내는 백매화가 나뭇가지마다 솜사탕 같은 꽃망울을 피워내고 사려니숲길에는 산책 나온 사람들의 얼굴마다 웃음꽃이 올라온다. 바닷길에도 꽃이 피었다. 이중섭미술관에서 자구리 해안을 관통하는 유토피아길에는 예술의 꽃이 폈다. 제주는 온통 꽃 천지다.

○봄이 점령한 ‘생각하는 정원’

1000리를 간다는 천리향의 향내가 진동하는 제주시 한경면의 ‘생각하는 정원’은 이미 봄의 한복판에 들어서 있다. 분재와 수석이 조화를 이루는 정원에 꽃향기가 가득하니 봄은 점령군처럼 위풍당당하다. ‘생각하는 정원’은 환영, 영혼, 영감, 철학자라는 이름을 붙인 4개의 야외정원과 4개의 실내정원으로 이뤄져 있다. 고집스러운 농부 정영범 원장이 40년이 넘는 세월을 투자해 만들어낸 독특한 정원이다. 지금은 후진타오,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과 나카소네 전 일본 총리 등 세계 각국 정상까지 찾은 유명한 정원이 되었지만 주변 사람들로부터 두루외(미친놈이라는 뜻의 제주 방언)라는 말까지 들었다. 정원은 사시사철 푸르기 때문에 계절의 변화를 쉽게 눈치채지 못하지만 나무와 나무 사이에 흔들리듯 피어 있는 꽃을 보고 봄이 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064)772-3701~3

중문을 지나 사려니 숲길에이르니 겨우내 앙상했던 나무줄기마다 물이 올랐다. 쭉쭉 뻗은 나무 사이로 길이 이어지고 지천에 꽃들이 얼굴을 내민다. 사려니는 ‘살안이’ 혹은 ‘솔아니’라고도 불리는데 살이나 솔은 ‘신령한 곳’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황토길을 따라 길을 재촉하면 졸참나무, 서어나무, 산딸나무, 때죽나무, 갈꽃나무, 초피나무 등 무수히 많은 온대 나무들과 마주치게 된다. 길을 걷는 이들의 얼굴은 그지없이 평온하다. 사려니숲 부근 괴평이오름, 말찻오름, 마은이오름, 거린오름 등에는 노루들이 즐겨 먹는 풀과 떨기나무가 많다. 사람과 동물, 나무와 꽃들이 조화를 이루는 봄의 숲이 바로 사려니숲이다.

○무르익은 서귀포의 봄

서귀포에 가면 제주의 봄이 무르익었음을 느낄 수 있다. 이중섭미술관 앞 공원에 피어 있는 동백나무는 2월만 돼도 꽃을 피운다. 지난달 새순이 올라오던 동백이 어느새 탐스러운 꽃망울을 주렁주렁 달았다. 이곳에 핀 동백은 순백색의 홑동백꽃이다. 6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홑동백은 제주에서도 귀한 꽃이다. 원래 이중섭미술관에 있는 동백은 한라산 중간산에서 캐온 것이라고 한다. 공원 구석에는 감귤나무가 탐스러운 열매를 달고 서 있다. 공원 바로 밑 이중섭 생가에는 눈처럼 하얀 매화가 꽃을 피웠다. 지나는 이들은 매화에 붙들려 발길을 멈춘다.

한라산 정상이 한눈에 들어오는 칠십리 시(詩)공원에는 설치미술가 전종철 작가 작품인 ‘탐라의 꿈’이 있다. 연못에 징검다리가 있고 다리를 건너면 거울로 된 자동문이 열린다. 바다와 제주의 경계, 나와 세상의 중간에 문이 있다는 뜻일까? 시공원 산책길 바닥에는 서귀포문인협회가 추천한 시 7편을 판석 7개에 새겨 놓았다.

○유토피아로에 핀 예술의 꽃

최근 서귀포에는 마을미술 프로젝트의 하나로 ‘유토피아로(遊土彼我路)’가 열렸다. 문화를 이야기하며 노는 곳이라는 뜻의 유토(遊土)와 너와 내가 만난다는 피아(彼我)가 합쳐진 단어다. 60여년 전 화가 이중섭이 서귀포에서 힘겹게 살면서도 ‘서귀포의 환상’을 그렸듯이 예술을 통해 서귀포가 새로운 유토피아가 되기를 바라는 마을 주민들의 염원이 담긴 길이다. ‘올레길’이 제주의 해안을 잇는 자연 풍경 중심의 길이라면, 유토피아로는 서귀포의 이름 없는 바닷가 마을 골목길에 ‘예술의 옷’을 입혔다.

이중섭미술관에서 출발하는 유토피아로는 동아리 창작공간~기당미술관~칠십리 시공원~자구리 해안~서복전시관~정방폭포~소라의 성을 거쳐 이중섭미술관 인근 소암기념관으로 돌아온다. 길이는 4.8㎞. 천천히 걸으면 한 바퀴 도는 데 세 시간쯤 걸린다. 길을 걸으면 비운의 천재화가 이중섭의 고단한 삶과 마주친다. 6·25전쟁 당시 밥먹듯이 끼니를 걸렀고, 가난이 등짐처럼 달라붙었어도 이중섭은 서귀포 일대를 유토피아처럼 여겼다. 그 흔적이 자구리 해변에 고스란히 남았다.

이중섭은 이 해변에서 게를 잡아다 군용 반합에 끓여 먹었고, ‘게와 아이들’을 그렸다. 그가 ‘게와 아이들’을 그리는 손을 정미진 작가가 바다를 배경으로 가로 7m, 세로 3.1m 크기의 청동판에 실감나게 표현해 놓았다. 그 옆에는 ‘실크로드 바람길’이라는 또 다른 조형물이 있다. 흰사슴(백록)과 용암처럼 생긴 바위는 한라산을 형상화한 것이기도 하고 제주의 정체성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조형물 앞에는 장쾌한 바다가 펼쳐진다. 바다 사이로 섶섬과 문섬이 보이고 해안가로는 천지연폭포와 정방폭포가 있다. 해안 왼쪽으로 주상절리까지 보이니 그야말로 절경이다. 자구리 해안가에는 예술의 꽃이 흐드러지게 폈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여행팁

사려니숲에서 삼다수마을로 넘어가는 길에 삼다길오색칼국수(사진·064-784-8777)가 있다. 백년초 쑥 등으로 색을 낸 칼국수 면발도 일품이지만 온갖 해물이 들어간 국물맛이 일품이다. 칼칼하면서도 시원하다. 닭으로 육수를 낸 닭칼국수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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