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부가세 체납 사연을 알지도 못하면서

입력 2013-03-14 17:11
수정 2013-03-14 22:47
납부자 바꿔도 체납은 막지 못해…EU도 탈세위험 품목에만 적용
사회 비용만 늘어날 가능성 높아

박종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부가가치세(부가세) 탈루와 체납 방지를 위해 부가세 매입자 납부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매입자 납부제도’란 말 그대로 부가세를 매입자가 납부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는 현행 판매자 납부제도 아래에서 판매자가 실질적으로 세금을 부담하는 매입자로부터 부가세를 포함한 총 거래 가격을 받아 세액을 횡령하거나 착복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그 출발부터 적지않은 논리적 오류를 갖고 있다.

첫째, 부가세가 간접세임을 망각하고 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부가세는 소비자가 아닌 공급자가 세금을 납부하도록 함으로써 개별 소비자(궁극적으로는 사업자가 아닌 국민 개개인)가 아닌 사업자를 세원관리·조사 및 징세행정의 대상으로 해 효율적으로 세입을 확보하고자 하는 세목이다. 이것은 간접세의 장점 중 하나다. 매입자가 부가가치세를 납부할 경우 예컨대 물건을 사는 사람은 누구나 납세자인 동시에 담세자가 돼 효율적인 세입 확보라는 간접세의 장점은 상실되고 말 것이다.

둘째, 부가세가 체납되고 있는 기본적인 이유가 매입자에게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현실에서는 판매자가 거래징수한 세액을 체납하기보다는 매입자로부터 거래대금을 받지 못해 경영여건이 어려워지고 이에 따라 체납이 발생하는 사례도 상당하다. 결국 판매자이든 매입자이든 누가 부가가치세 납세의무를 지는가가 체납 발생의 본질은 아닌 것이다. 즉, 매입자가 납부하게 하더라도 매입자 납부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논리와 같이 일거에 체납이 줄어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셋째, 유럽연합(EU)의 사례를 들어 많은 회원국이 이미 매입자 납부제도를 도입하고 있다고 제시하지만 이 또한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EU는 일부 탈세 위험 품목에 대해 매입자 납부제도를 제한적으로 도입하고 있을 뿐, 부가세 체납방지를 위해 광범위하게 도입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EU에서 2008년에 매입자 납부제도를 광범위하게 도입하려는 논의가 있긴 했으나, 도입 시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탈세유형이 생겨날 수 있고 사업자에게 추가 부담을 지우는 문제 등을 고려해 도입하지 않기로 논의를 끝냈다. 우리보다 부가세 역사가 긴 EU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마지막으로 최종 소비자와의 거래 시 신용카드사가 부가세를 대리 납부하도록 하자는 주장은 다른 사업자 간 매입자 납부제도의 도입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국가에서 세금이 필요한 것은 국민을 위해 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세금을 효율적으로 걷는 것이 최상의 가치는 아니라는 말이다. 신용카드사가 부가가치세를 대리 납부한다면 적어도 신용카드 거래분에 대한 체납 발생부분은 감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사업자는 당장 신용카드사가 대리 납부하는 부분만큼 대금을 적게 받기 때문에 부가세를 거래징수해 신고납부때까지 누리던 기간의 이익을 잃게 될 것이고, 이는 사업자의 현금 유동성 축소를 의미한다. 만약 사업자가 이런 유동성 축소를 회피하려고 한다면, 재화나 용역의 가격을 올려 결국 물가가 오르고 종국적으로는 일반 국민의 부담으로 귀결될 것이다. 아울러 현재 신용카드 거래분에 대한 체납액이 미미하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신용카드사의 대리납부에 따른 세수 효과는 크지 않고 일부 대형 신용카드사의 영업 범위만 확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 것이다.

결론적으로 부가세 매입자 납부제도는 부가세를 걷어서 납부하지 않는 판매자가 체납의 모든 원인이라는 전제 아래에서는 체납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으나, 매입자 역시 체납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 일부 탈세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은 품목을 제외하고는 도입 사례가 없다는 점, 특히 신용카드사에 의한 대리납부가 갖는 문제점 등을 감안할 때 최근 일부의 주장과 같이 부가세를 매입자가 납부하게 하는 경우 국가 전체적으로 큰 비용을 치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박종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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