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만 출연하는 예능, 과연 통할까?'···전에 없던 '여성 예능' 소그노의 '뉴토피아'

입력 2020-02-24 11:20
수정 2020-03-05 14:13

[캠퍼스 잡앤조이=김지민 기자/이슬기 대학생 기자] “당신을 위한 뉴월드, 전에 없던 여성 예능!” 2020년 2월 9일,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여성미디어그룹 소그노가 반 년 동안 준비한 예능 ‘뉴토피아’가 공개됐다. 지난 2년 동안수많은 여성 콘텐츠를 시도하고, ‘뉴토피아’라는 당찬 판을 벌인 소그노의 뉴토피아 기획총괄 김은하(27) 씨, 제작총괄 이혜지(25) 씨를 만났다.



△뉴토피아 기획총괄 김은하 씨와 제작총괄 이혜지 씨.

‘뉴토피아’에 대한 소개와, 제작하기로 결심한 계기를 알려 달라

김은하“뉴토피아는 전에 없던 예능이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여성에 대한 한정된 이미지도 없다. 디폴트 여성들이 출연을 한다는 것,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기존 예능에서 남성들이 독차지하는 여러 가지 캐릭터를 모두 여자들이 해내는 것, 지금까지 이런 예능은 없었다. 사실 웹드라마를 기획했으나 무산돼선택한 것이 예능이고 ‘뉴토피아’다.”

뉴토피아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가장 조심스러웠던 부분은 무엇인가

이혜지“가장 첫 작업은 섭외였다. 김은하 씨가 섭외를 했다. 당시 뉴토피아에 대한 기획을 들으면서‘이게 될까?’라는 생각을 했다. 섭외문을 쓰는 작업도 조심스러웠다. 섭외가 이뤄졌을 땐 큰 안도감을 느끼기도 했다.”



△뉴토피아 출연진들.소그노 포스터.









출연진의 섭외에 대한 반응은 어땠나

김은하“거부하는 사람은 없었다. 섭외요청을 받는 이들은 예능의 필요성에 대해선공감하지만 걱정되는 사항이 많았을 거다. 출연진의 경우 본인의 영상을 본인이 직접 편집하기 때문에 남의 손에서 영상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또한 여자크리에이터가 만드는 예능이라는 점에서대중들이기대하는 분위기도있기에처음부터 섭외에 흔쾌히 응하신분들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지금까지 출연섭외 요청을 완강히 거부한 사람은 없었다.”

여성 출연진 모두 캐릭터를 부여받는 ‘뉴토피아’는 현 방송계에 대한 어떤 눈치주기가 가능할까

김은하“글쎄다. 눈치를 좀 주고 싶다. 존재는 알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현재 젊은 여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진않을 거다. 알면서도 같은 예능을 만드는 작업을반복해왔다고 생각한다. 이러한시도가 있는 만큼 수요도 있구나 정도는 깨달을 수 있을 거라생각한다.”

남성 중심의 예능 콘텐츠 제작이 반복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은하“복합적인 이유가 많겠지만, 일단 그게 재밌다고 생각할 것이다. 지금까지 크게성공한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진들은 남성이 많았다. 소그노제작 영상‘다큐_모멘터리, 미디어의 성비 불균형과 성차별에 대해서’ 중 한 기자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여성의 다양한 모습을 원하는 대중들이 많지 않다. 낯선 여성을 불쾌하게 생각하는 인식이 있는 것이다. 여성 중심 예능을 만들어도 시청률이 잘 안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관대하게 넘어가지 않고 그대로 끝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제작자는 굳이 실험을 하려 하지 않는다. 내가 제작자였어도 시청률이 나오지 않으면 무서웠을 것이다.”



△뉴토피아로고.

‘뉴토피아’의 촬영장의 분위기는 어땠는가

이혜지“손발이 잘 맞는 촬영총괄님과 같이 맞춰가면서 협업을 했기 때문에 편했다. 제작팀과 촬영팀은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비소그노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 서포트를 잘 해주셔서 페이가 초라해 보일 정도로 열심히 해주셨다. 좋았고 나빴던 기억보다는 감사한 마음에 열심히 하고자 했던 기억이 많다. 실제 촬영현장에서 메인은 대부분남성이다. 여성의경우는 비중이 적은 역할을 맡고 홀로 각자도생 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강했다. 하지만 뉴토피아 촬영장에서는 그런 부담이 없어 편했고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원초적인 에너지가 생겼다. 누군가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실제 촬영 현장에서 남성들은 모이면 모일수록 힘이 세지지만 여성들은 배척된다.”

뉴토피아를 제작하면서 현 방송계의 성비불균형 문제에 대해 느낀 점이 많을 것 같다

김은하“뉴토피아를 제작하면서 남성 위주 예능의 문제를 느낀 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만드는 것도 충분히 재밌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기존 예능의 정형화된 문법을 많이 사용하려고 했다. 뉴토피아가 공개된 후‘어떻게 출연진의 성비만 바뀌었을 뿐인데 불편하지가 않냐’는 댓글이 많았다.”

앞으로 ‘뉴토피아 같은’ 미디어를 만들고자 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김은하“소그노는 뉴토피아가 나오기 오래 전부터 꾸준히 크고 작은 예능 콘텐츠들을 시도해왔다. 그 크기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하고 싶다. 항상 봐오던 그림이 아니더라도여자 혼자, 둘이, 셋이 나와서 재밌는 거 하면 그게 예능이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양이 많아져서 즐길거리가 늘어나야 그 다음에 새로운 것이 나오고 또 나올 것이다. 그래서 더 많이 만들어 달라고 말하고 싶다.”

이혜지“발상의 전환을 대중들에게 보여줄 때 코미디 만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드라마나 다큐는 무거움을 기본 전제로 깔고 가기 때문에 논의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코미디를 택한 것에 대해 굉장히 만족스럽고, 본인의 생각이 심오하다고 생각이 들 때 코미디적으로 다가가는 것은 어떨까 제안을 드리고 싶다.”



△소그노 팀의 뉴토피아 포스터.

소그노 채널 구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김은하“구독자들과대면해본 적은 없지만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같이 커가는 느낌이다. 오랫동안 채널이 지금보다 작았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소그노 콘텐츠 진짜 재밌는데 왜 모르냐’는 반응이 많았다. 이번에 뉴토피아가 공개된 이후 뉴토피아 이전 콘텐츠들을 정주행하시는 구독자분들이 많다. 소그노가 경쟁력이 있었지만 알려지지 않아서 빛을 못 봤다는 걸 느꼈다. 지난 2년 동안 계속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주신, 잘 될 거라고 주입하다시피 힘을 주신 분들께 감사하단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그들이 안 계셨다면 어떻게 됐을지모르겠다.”

min503@hankyung.com

[사진제공=소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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