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기사와 무관) 편의점 아르바이트. 사진=한국경제 DB
[캠퍼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윤정주 대학생기자] 올해 1월 1일부터 최저임금이 시간당 8350원으로 올랐다. 최저임금 인상은 대학가에서도 뜨거운 이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월급이 늘었다며 반기는 이들이 있는 반면, 해고 당하거나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더욱 어려워졌다며 울상을 짓는 이들도 생기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생들은 최저임금 인상 이후 어떤 고충을 겪고 있을까.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와 인터넷 강의 회사에서 각각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민규(가명) 씨와 하종민(가명)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재 어떤 알바를 하고 있나.
이민규(가명)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주방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시급은 1만원이다. 주방 일이 상대적으로 노동 강도가 높기 때문에 시간당 최저임금 보다 많이 받고 있다.
하종민(가명) 인터넷 강의 국어 강사의 사무실에서 학생들의 Q&A를 답변해주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임금을 시급으로 받지는 않는다. 일주일에 두 번 하루 3시간씩 시간대를 맡아서 그 시간대에 올라오는 Q&A를 처리하고 월 22만원을 받는다. 시급으로 계산하면 약 9200원 정도다.
-최저임금이 인상된다는 뉴스를 처음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이민규 솔직히 처음 인상 소식을 들었을 때는 마냥 기뻤다. 당시 자취를 막 시작했던 때라서 생활비가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최저임금이 오르고나니 아르바이트 구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업주들이 아르바이트생 채용을 줄인다는 말이 와 닿았다.
하종민 처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을 때는 시급이 6000원이었다. 그런데 올해부터 9000원이 넘게 됐다. 최저임금이 인상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아 이제 한 시간 일해서 맛있는 밥 한 끼는 사 먹을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에 무척 좋았다.
-최저임금이 인상된 후, 아르바이트하는 업체에서 달라진 점이 있나.
이민규 현재 일하고 있는 가게에서 아르바이트생 사이에 정리해고 바람이 불고 있다. 최저임금이 더 인상되면서 사장님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계신 듯하다. 가장 먼저 주 15시간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의 근무 시간을 조정하거나 해고했다. 주 15시간 이상 일하면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챙겨주기도 벅찬데 주휴수당까지 줄 수 없으니까.
또 최근에는 1년 가까이 일했던 아르바이트생도 ‘그만 두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원래 근로기준법상 주 15시간 이상 1년 이상 일한 근로자가 일을 그만두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사장님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인건비가 올라서 힘든데 퇴직금까지 지급하려면 부담이니, 1년이 되기 전에 먼저 해고하려 하신 것이다. 사장님이 시간 조정이나 해고를 하시면서 아르바이트생들을 한 명 한 명 불러서 요즘 어려운 가게 사정을 얘기하셨는데, 같은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서는 씁쓸하지만, 한편으로는 사장님 입장도 이해돼서 마음이 복잡했다.
하종민 최저임금이 올라서 받는 돈이 늘어난 만큼, 노동 강도도 강해졌다. 작년에는 하루를 2시간 30분씩 네 개의 시간대로 나눠서 아르바이트생이 일주일에 한 시간대를 맡을 때마다 월 10만 원씩 받았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 하루를 세 개의 시간대로 나눠서 근무 시간이 30분 늘어났고, 한 시간대 당 월 11만원을 받게 됐다. 시간 대비 급여를 따지면 사실 작년보다 손해인 셈이다.
게다가 같이 아르바이트하는 사람 중에 작년에는 일주일에 5시간대 일하면서 월 50만 원을 받는 사람이 있었는데, 근무 시간을 3시간대로 줄이면서 한 명의 아르바이트생이 일주일에 그 이상 일할 수 없게 됐다. 일주일에 5시간대를 일했던 사람 입장에서는 월급이 줄어버린 것이다.
△(해당 기사와 무관)인형탈 아르바이트. 사진=한국경제 DB
-현장에서 일하는 청년 아르바이트생으로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생각은.
이민규 사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나는 혜택을 받고 있다. 혼자 월세와 생활비 등을 감당해야 하는데, 학교 다니면서도 아르바이트비로 모두 충당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요즘 가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 남 일 같지 않고, ‘나도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든다.다행히도 이번에는 내 자리를 지켰지만, 같이 일했던 아르바이트생들이 나가는 걸 보면 정리해고 칼바람 속에서 혼자 살아남은 듯한 미안함도 든다.
하종민 이전에 다른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는 가게마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최저임금보다 적게 돈을 주는 곳도 있었다. 실제로 아르바이트생들 사이에서 어떤 업종은 최저임금을 잘 안 챙겨주기로 유명하기도 했다.단순히 수치적인 면에서 최저임금이 얼마나 올랐나 보다, 실제로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가게뿐만 아니라, 주휴수당이나 야간 수당 등은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가 아닌 영세 업주들은 잘 챙겨주지 않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업주들. 인건비 가장 많이 차지해 구조조정 불가피
이처럼 많은 대학생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업주들 역시 가게 운영을 위해 어느 정도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대학로에서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업주 이용주(가명) 씨는 “가게 운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비용이 인건비”라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주휴수당까지 고려하면 아르바이트생 한 명을 고용하는 데 시간당 1만원에 가까운 비용이 추가로 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인건비 부담은 커져만 가는데, 매출의 증가 폭은 미미하다 보니 업주들이 힘들 수밖에 없다”며 “신학기처럼 매출이 잘 나오는 기간에는 버틸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매출이 떨어지는 방학 기간에는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대학생 아르바이트 TIP!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방적인 근무시간 조정, 해고 등을 당한다면?
아르바이트생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근무를 시작할 때 작성했던 근로계약서 내용을 잘 숙지해야 한다. 사업주는 노동자와의 합의 없이 근로 계약서 내용을 수정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했을 경우 노동청에 신고할 수 있는 사유가 된다. 아르바이트생들이 자신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근로 계약서를 꼼꼼히 검토하라. (신정웅 ‘알바연대알바노조’ 비대위원장)
ye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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