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으로 작가 데뷔했죠” 소설 ‘인어’ 작가 여태현 씨

입력 2018-03-30 11:42
수정 2018-04-03 11:38

[캠퍼스 잡앤조이 = 강홍민 기자 / 조수빈 대학생 기자] “서른이 되기 전 책을 쓰고 싶었어요. 그래서 스물아홉 되던 해 독립출판으로 책을 내게 됐죠.” 스스로 기획부터 출판까지 맡아서 하는 독립출판. 2016년 12월 소설 ‘인어’를 독립출판으로 펴낸 여태현(31) 작가에게 독립출판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독립출판으로 소설 '인어' 펴낸 여태현 작가



-데뷔작 ‘인어’에 대해 소개해 달라.

“각자의 이야기에는 각자의 사정이 있다. 그것을 제외하고서 가장 본질적으로 남는 ‘감정’에 대해 쓴 것이 ‘인어’다. ‘인어’는 사랑을 하는 과정 사이사이의 그리움, 애틋함, 우울 등을 ‘물’이라는 매개를 통해서 이야기한다.”



-‘인어’를 독립 출판으로 펴냈다. 독립 출판에 대해 설명해 달라.

“독립 출판은 작가 본인이 독립적인 출판사가 되거나, 출판을 위한 작업을 맡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말 그대로 1인 출판사다. 출판사라 해서 엄청나고 대단한 준비과정이 필요한 건 아니다. 지극히 개인적이라 아무도 관심이 없을 것 같은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아주 자유롭고 간편한 출판 시스템이다.”

-독립출판의 장점은 뭔가.

“독립출판의 장점은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누구나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꼭 시판을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지인들과 나누기 위해, 개인 소장용으로 책을 만들 수 있다. 또 출판 과정이 간단하기 때문에 납품 및 관리가 쉽다는 점도 독립출판만의 장점이다.”

-반면 단점도 있을 것 같다.

“대형서점에서 등록된 책들 보다는 아무래도 접근성이 떨어지는 게 가장 큰 단점이다. 최근 독립출판 서적을 다루는 서점들이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대형서점들의 영향력을 따라잡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진입장벽이 낮아진 것은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다는 말은 아무나 책을 낼 수 있다는 뜻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독립출판의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

“마음을 먹는 게 가장 먼저다.(웃음) 책을 내겠다는 다짐이 확실해지면 원고를 쓰기 시작한다. 원고를 다 쓰면 원고 편집에 들어간다. 원고 편집은 본인이 하는 경우도 있고 디자이너들에게 맡기는 경우도 있다. 그다음 표지 제작을 한다. 표지는 정해진 규격이 있기 때문에 디자이너와 작업하거나 출판사에서 판매하는 유료 표지를 구매하는 작가들이 많다. 그다음에 책 샘플을 받고 수정 작업을 한다. 그 후에 바로 판매에 들어가는 작가들도 있고, 대형서점이나 도서관에 책을 넣어보고 싶다 하는 작가들은 ISBN 번호(국제표준도서번호)를 신청한 후 판매를 시작한다.”

-독립출판으로 한 권의 책을 만드는 비용은 어느 정도인가.

“비용 이야기를 하려면 독립출판의 분류부터 다루어야 한다. 독립출판은 크게 자비출판과 자가 출판으로 나눌 수 있다. 자비출판은 말 그대로 작가가 모든 비용을 대는 출판 과정이다. 주로 오프라인이나 대형서점에 납품하기 위한 방법으로 쓰인다. 권당 4,000원~6,000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권수나 종이의 재질, 날개 유무에 따라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인쇄 부수가 높아질수록 비용은 내려가지만 책을 받아주는 서점이 없을 경우 재고 처리의 부담이 생긴다는 점, 인쇄비로 들어가는 최초 비용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작가가 모든 출판과정을 맡는다면 출판사의 개입은 아예 없나.

“앞서 말한 자비출판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 자가 출판의 개념이다. 작가가 독립출판사에 자신의 책을 등록하고 주문하면 원하는 권수만큼 책을 찍어낸다. 독자가 작가의 책을 주문하고 입금이 되면 입금된 돈에서 인쇄비가 차감되기 때문에 작가에게 요구되는 비용은 줄어든다. 주문에 따라 인쇄하기 때문에 재고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권 당 비용이 상승하고 주문 후 받아보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작가 개인의 부담을 줄이고 싶다면 독립출판사와 연계된 자가 출판을 따르는 것도 방법이다.”

-한 권당 받는 수익은 어느 정도인가?

“책 한 권은 편의상 출판사 수수료, 서점 수수료가 각각 30%로 배분되고, 나머지 40%에서 작가 인세와 인쇄비가 배분된다. 대형 서점에서 볼 수 있는 책들은 대부분 이와 같은 수익 분배 구조를 가지고 있다. 만약 독립출판사를 이용한다면 서점 수수료는 따로 받지 않게 된다. 인쇄비를 본인이 부담하느냐 서점 측이 투자를 하느냐 등 여러 가지 상황에 의해 수익 구조는 유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독립출판의 수익은 이렇다’라고 정의 내릴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일반 출판사가 아닌 독립출판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책을 쓰려는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것 중 하나가 자신의 책이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 들어가는 것이다. 10년 동안 글을 쓰면서도 책을 내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스물아홉 11월 즈음, 서른을 넘기면 아마 나는 작가가 될 수 없을 거란 생각에 책을 쓰겠다는 결심을 했다. 하지만 두 달 안에 써낸 글이 얼마나 완벽할 수 있을까. 대형출판사의 높은 진입장벽에 좌절하고 있을 때 독립출판을 접했다. 간단한 출판 과정과 작가 본인이 하기 나름인 결과들이 참 정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내게 독립출판으로 성공했냐고 물으면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



-최근 독립출판 트렌드를 알려 달라.

“최근 독립출판 시장에 영향을 많이 끼친 것은 SNS다. 사람들의 유입이 많은 플랫폼에서 인기를 얻은 시/에세이 류가 주로 출판되고 있다. 수상 경력이나 등단 여부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출판 과정 덕분에 신선한 작품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낮아진 진입장벽은 작가들의 연령대를 낮췄고, 공감과 위로를 키워드로 10-20대를 겨냥한 작품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독립출판이 많이 알려지면서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변화는 보기 좋다. 하지만 '책'과 '작가'의 무게가 그만큼 가벼워진 것은 확실히 우려할만한 일이다. 출판의 장벽이 낮아지다 보니 노력 없이 쉽게 책을 내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난다는 말이다.”



-독립출판을 준비하는 작가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글 쓰는 친구가 내게 해준 말을 전하고 싶다. 그녀는 "‘그와 헤어지고 나서 한 달이 지났다'라는 문장을 쓰기 위해 한 달이 걸리는 사람이 있다."라고 했다. 글을 쓰는 속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 한 달 동안 자신의 감정을 눌러 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친구가 글을 쓰는데 얼마나 정성을 다하는지를 알 수 있는 가장 솔직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SNS에 올리는 글들은 돌이킬 수 있다. 하지만 책으로 나와서 독자들과 만난 책은 없앨 수 없다. 책을 낸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버킷리스트일 수도 있고, 작가가 되고 싶어 찾아낸 기회일 수도 있다. 나만의 책을 만나기는 쉬워졌지만, 그것이 책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독립출판이 나중의 내가 읽었을 때 부끄러워지지 않는 정말 멋진 책을 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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