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정신건강 ‘빨간불’] 심리상담센터 찾는 20대들...“나만의 대나무숲이 필요해”

입력 2017-12-07 12:40
수정 2017-12-08 09:18



[캠퍼스 잡앤조이 = 김인희기자] 어느 때보다 빛나는 20대, 그러나 생각했던 것만큼 그리 만만치 않다. 고등학생 때보다 더 자유로워진 만큼 내면적인 갈등, 가치관의 변화가 격렬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성격문제, 대인관계, 가족문제에서부터 연애, 취업까지 고민투성이다.

이같은 고민을 해결하기위해 상담센터를 두드리는 20대 청년층이 늘고 있다. 상담센터에 직접 찾아가면 개인문제에 대해 상담사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해결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도 맞댄다.

이전만 해도 학생들은 개인 문제에 대해 상담 받는 것을 꺼려했다. 특정 문제에 대해 상담을 받는다고 하면 부정적인 시선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담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다. ‘심리치료’ 라는 단어가 활발하게 쓰이기 시작했고, 상담 관련 기관도 많이 생겨났다.

서울시도 서울시민들의 정신건강 문제 예방을 위해 심리지원센터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6년 3월 서울 송파구에 ‘서울 심리지원 센터’, 같은 해 9월 도봉구에 ‘서울 심리지원 북부센터’, 양천구에 ‘서울 심리지원 서남센터’가 개소했다. 심리지원센터를 찾아가 관계자로부터 시민들의 이용 현황, 상담 프로그램 등에 대해 들어봤다.

한영경 서울 심리지원 북부센터 팀장은 “시민들이 개인상담을 받는 것에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며 “이용자들의 상담 접근이 이전보다 간편해졌고, 대학생의 경우 심리수업, 상담교육 등을 통해 상담에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 20대, 무슨 고민으로 상담센터 찾을까 … 단골 주제는 ‘우울함’



지난해 북부센터 이용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20대가 66%로 1위를 차지했다. 올해도 상반기 기준 43.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주로 20대들은 ‘무료상담’, ‘심리상담’ 등 인터넷 검색을 통해 상담센터를 찾았다.

그들이 상담을 받고 싶어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우울함’ 때문이었다. 지난해 20대들이 상담센터에서 가장 많이 상담 받은 주제다. 이어 대인관계, 자기이해, 감정조절 등의 순이었다. 상담 내용이 포괄적이다보니 주제는 중복될 수 있다.

상담센터에서 본격적인 상담은 심리평가를 진행한 뒤 이뤄진다. 심리평가는 설문을 통한 기본적인 접근과 면대면 심층 검사로 나뉜다. 첫 단계는 개인이 ‘우울함’을 어느 정도 느끼고 있는 지에 대해 살펴본다. 그 다음 단계로 우울함이 일시적인지 또는 성격적인 부분 때문인지 심층적이고 질적인 평가가 이뤄진다.

한 팀장은 “상담문제에 대해 조언을 얻을 수 있지만 상담사가 고민을 전부 해결해줄 수는 없다”며 “다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오픈할 수 있는 적극성과 본인에 대해 탐색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상담사는 함께 해결해나가는 존재이고, 당사자에게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심리학적인 관점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심리상담팀의 이연주 씨는 모든 문제에서 개인의 감정을 찾아나가는 과정, 즉 ‘나를 이해하는 것’이 심리 상담의 핵심이라고 성명한다.

이 씨는 “고민 내용을 친구보다는 상담사의 도움을 받아 해결해 나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친구의 경우 각자 본인이 처한 상황에서 문제를 보기 때문이다. 반면 상담을 받으면 자신에게만 집중하게 된다. 또한 자신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 씨는 “힘든 일이 생기면 힘들어하는 것이 당연한데 본인이 약해서 그런거라고 자책하는 경우가 많다”며 “처음에는 힘들지만 자기이해를 통해 자신이 겪는 심리적인 문제를 파악해야 고민을 해결할 수있다”고 말했다

한 팀장은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가 상담거리인지, 고민거리가 맞는 지 혼자 고민하다보면 ‘은둔형 외톨이’가 될 수 있다”며 “개인의 심리건강에 대해 전문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취업문제로 인한 압박감 시달려 상담센터 찾아





20대의 가장 큰 고민은 단연 ‘취업’문제다. 최근 상담센터에는 취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때문에 상담받으러 오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취업을 앞둔 대학생 A씨는 취업해야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머릿속은 취업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했지만 정작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지 막막했다. 마음도 따라주지 않아 의욕마저 잃자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이같은 고민에 빠진 경우 상담센터에서는 ‘동기관리’ 프로그램으로 해결 방법을 제시한다. 이 프로그램 목적은 ‘자신이 왜 변해야하는 지를 깨닫게 하는 것’이다.

교육팀을 총괄하는 은희진 씨는 “주변에 조언을 구하는 방법은 오히려 가족, 사회로부터 받은 압박감을 끌어와 내면에서 저항감, 무력감을 커지게 만든다”며 “내가 왜 하기 싫은 지에 대해 계속 질문을 하고 저항 심리를 탐색해야 ‘해야 겠다’는 변화 심리를 유발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상담 유형 예>





상담유형1) “발표하는 것이 어렵고 말이 잘 나오지 않아요”

자기PR이 중요한 시대에서 사람을 대하는 것이 불편하면 앞으로도 힘든 상황이 많아질 것이다. 이것에 적합한 치료 방법을 찾아 반복적으로 훈련해야 한다. 발표를 많이 해보고 개인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 훈련을 시도해봐야 한다.

상담유형2) “대인관계, 연애 문제가 반복돼요”

연애 상담에서 자주하는 고민은 헤어지는 이유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쁜남자’를 좋아하는 유형이다. 이것이 자신을 힘들게 하는 이유인 것을 알면서도 당장 힘든 감정만 추스르고 근본적인 원인을 보지 못한 경우다. 반복되는 문제의 고리를 끊으려고 시도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아직 20대는 그 고리를 끊기가 어렵지 않은 시기다.

상담유형3) 가족문제, “우리 집이 이상한건가요”

20대가 돼서 독립성이 생기면서 가정에서 형성된 가치관에 대해 내적 갈등을 겪는다. 자신은 그렇게 행동하는 것으로 배웠는데 다른 가정에서 자란 친구가 행동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인식한다. 가족문제는 서로 대화를 잘 안 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 가족과 얽혀 있는 것을 잘 파악하지 않는 경우다. 자신이 겪는 고민과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서울 심리지원 북부센터>



2016년 9월 덕성여대가 위탁받아 설립됐다. 만 19세 이상의 서울 시민 또는 서울 소재 직장이나 학교에 다니는 분이면 누구나 편안하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 심리상담 프로그램

전화, 접수 및 상담, 이용자별 맞춤 서비스 제공, 심리평가 및 상담 서비스는 심리평가를 거쳐 단기적인 상담을 진행하며(4~8회기)필요한 경우 적절한 기관에 연계해주는 서비스이다.

· 심리평가 : 다양한 심리검사를 통해서 자신의 심리적 어려움에 대해 객관적, 전문적 분석 을 받을 수 있다.

· 심리상담 : 심리검사 결과에 대한 해석상담을 포함하여 4~8회기 내에서 상담가능

· 기관연계 : 본 센터에서의 상담이 종결된 후 필요하신 경우, 적합한 다른 기관 안내

■ 심리교육 프로그램

SNS·전화·이메일 신청, 접수 확인, 프로그램 참여

· 서울시민을 위한 마음건강 특강 : 바른 소통을 위한 동기관리, 비폭력 대화 등의 주제

· 심리성장을 위한 프로그램: 마음챙김명상, 긍정심리훈련, 동기관리 등의 주제

kih08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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