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처럼 '콘실리에리' 기용"…트럼프, 美민주당과 일전불사
강경파 비서실장 밀러 전면에…트럼프-민주 '밀러 타임' 극한대결 전망
극우적 이민·대외정책 힘실어…의회 우회할 행정명령·소송전 반복될듯
민주, 밀러에 "변호사 선임하라" 응전 태세…공화 일각서도 우려 목소리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스티븐 밀러의 백악관 비서실장 기용은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남은 2년을 입법부와의 극한 충돌로 몰고 갈 전망이다.
밀러 신임 비서실장은 트럼프 행정부 내 '강경파 중 강경파'다. 극우 성향에 가까운 비타협적 노선을 걸어온 백인 민족주의자로 평가된다. 극단주의를 경계했던 수지 와일스 전임 실장과 뚜렷이 구별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밀러를 행정부의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민주당이 상·하원을 압도적으로 장악한 연방의회와 일전을 예고한 셈이다. 중간선거 참패 직후 내놓은 "민주당과 협력하겠다"는 메시지가 무색해질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중간선거 결과를 두고 "역사적으로 거대한 후퇴"로 규정하면서 "두려워하지 말라. 우리가 그 어느 때보다 더 크고 강하게 돌아올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민심의 심판이라는 관점에서 이번 선거 결과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의 승리를 역사의 후퇴로 인식하고, 강하게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밀러 실장 지명을 발표하면서 그를 "훌륭한 투사"로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정치적 고문인 로저 스톤은 악시오스에 밀러가 "전시 콘실리에리(wartime consigliere)"라고 했다. 콘실리에리는 마피아 보스의 오른팔 충복처럼 절대권 권한을 가진 최측근 실세를 뜻할 때 쓰는 용어다.
전운은 민주당 쪽에서도 표출됐다. 차기 하원의장으로 유력한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ABC 방송 인터뷰에서 밀러의 기용을 "끔찍한 선택"이자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판하며 "밀러와 그가 상징하는 것들과의 협력할 기회는 분명히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이른바 '밀러 독트린'이 대통령의 무제한적 권한 행사, 민주당에 대한 극단적 혐오, 강경한 반(反)이민·국경 정책, 그리고 미국의 서반구(남북 아메리카 대륙) 장악으로 요약된다고 해설했다.
밀러 실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이같은 강경 노선을 고수해왔다. 저인망식 불법 이민자 추방과 공권력을 동원한 반대시위 진압·체포, 진보 성향 대학들과의 이념 전쟁, 우편투표 제한 시도,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 등은 모두 밀러가 백악관 부비서실장 시절 밀어붙인 일이었다.
그는 민주당에 대해 "정당이 아닌 극단주의 조직", "미국을 증오하는 미치광이들"로 표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에 번번이 제동을 건 판사들을 향해선 "급진적이고 통제에서 벗어났다"고 비난했다.
또 "카르텔(범죄조직)은 서반구의 ISIS(이슬람국가)이자 알카에다다. 우리는 그런 조직을 다루는 것과 똑같이 잔혹하고 무자비하게 카르텔을 다뤄야 한다"며 미국의 무력 개입을 주장했다. 한 백악관 관리는 악시오스에 "(밀러 실장이 발표된) 오늘은 쿠바 정권에 나쁜 날"이라고 말했다.
밀러 실장은 행정부의 대내외 정책 추진에서 의회를 '걸림돌'로 여겨왔다.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해 상·하원에서 의회 차원의 전방위적 조사와 압박을 예고한 민주당과의 충돌은 매우 과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원 감독·정부개혁위원회 위원장으로 유력한 로버트 가르시아 의원(민주·캘리포니아)은 MS나우 인터뷰에서 밀러 실장을 향해 "변호사를 선임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장을 날렸다.
밀러 실장이 이끄는 백악관 참모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과 행정부의 직권을 최대한 활용해 의회의 견제를 우회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의회 청문회와 법원 소송으로 맞설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1기 부통령을 지낸 마이크 펜스의 비서실장이던 마크 쇼트는 양당이 서로를 겨냥해 벌이는 조사들이 초당적 입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연방정부 셧다운(기능 정지)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면서 "수많은 교착 상태를 보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대부분의 중요한 결정은 백악관 서관에 있는 밀러의 사무실에서 내려지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 참모는 "이제 밀러의 시간이다(It's Miller Time). 단단히 각오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참패 이후 기존의 정책을 수정하는 대신 오히려 예측 불가의 형태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관측은 선거 사흘 만에 자신의 '호위무사'인 밀러를 발탁하고 주말 사이 민주당을 향한 공격적 메시지를 발신한 점으로 미뤄 현실화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밀러 실장은 왕조 시절처럼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절대적인 충성, 흔들림 없는 헌신"을 맹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탄핵과 조사를 추진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공갈·협박"을 저지르고 있다며 법무부에 조사를 지시했다.
공화당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더욱 극단으로 흐르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대로는 2028년 대선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말린 스터츠먼 하원의원(공화·인디애나)은 지난 6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밀러를 승진 기용할 게 아니라 그와 거리를 둬야 했다면서 "솔직히 밀러가 해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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