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에 강성 백악관까지…韓 정부·기업 '좌표설정' 이중고

입력 2026-11-09 01:30
거대 야당에 강성 백악관까지…韓 정부·기업 '좌표설정' 이중고

韓정부, 美행정부-의회 정면충돌 예고 속 양측 모두와 외교적 조율 과제

韓기업들도 미국내 불확실성 직면…초강경 백악관 비서실장에 부담 커져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 미국 중간선거로 인해 미국 정치권의 지형도가 크게 변화하면서 한국 정부나 기업으로선 향후 대미 정책에서 더욱 불확실성이 커지게 됐다.

지난 3일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연방 의회를 큰 의석수 차이로 장악하게 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일 백악관 비서실장을 전격 교체했다.

집권 2기 후반기 들어 의회 환경이 완전히 달라지자 자신의 국정 과제 실현을 총괄 보좌하고 국내외 정책 시행을 진두지휘하는 비서실장을 교체하는 것으로 남은 임기 2년에 대비한 진용 꾸리기에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미 정치권은 향후 2년간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행정부와 의회 사이에 대화와 협력이 아닌 갈등과 대치가 더욱 심화하는 교착 정국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후임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담당 부비서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미국 우선주의' 정책 기조의 초강성 신봉자여서다.

트럼프 행정부 강경 이민 정책의 '설계자'인 밀러 신임 비서실장은 대외 정책에서도 동맹국을 최대한 압박하면서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제국주의적 이념을 지닌 인사다.

그는 동맹으로부터 수십년간 이용당함으로써 미국이 퇴보했다는 인식 속에 동맹국으로부터 고율의 관세를 뜯어내거나 이를 대신해 대미 투자를 끌어내는 방안을 열렬히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대내외 정책에서 기존 강경책을 고수하거나 더욱 강화하려는 백악관과, 행정부를 철저히 조사·견제하는 한편 새로운 입법을 통해 기존 정책 방향을 바꾸려는 의회 간의 극단적인 정면충돌이 계속될 공산이 큰 정치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미국의 동맹국들은 전통적으로 동맹과의 협력을 중시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거래 중심적 외교에 비판적인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와,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동맹을 향해 어떤 수단이라도 꺼내 들 수 있는 백악관을 마주하게 됐다.

한국 정부로서도 우리나라의 핵심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정치 성향과 이념이 극단적으로 다른 양쪽을 한꺼번에 상대하면서 적절히 좌표 설정을 해야 하는 외교적 부담을 추가로 안게 된 셈이다.

한반도 안보 분야를 보면 주한미군 감축이나 방위비 분담금 과도한 인상 등 혹시 있을지 모를 안보 정책 변화를 민주당 의회가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지만, 백악관이 대통령의 행정권한을 활용해 입법을 우회하며 어떤 방식의 압박을 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관세 및 대미투자 압박 역시 민주당 의회의 견제가 힘이 될 수는 있지만, 백악관과 긴밀한 외교적 조율이 필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관세를 포함한 모든 통상 정책은 기존 법률을 활용한 행정명령이나 포고문 서명을 통해 시행돼 왔고, 향후에도 대외 정책이나 무역 제재 등에서 대통령의 행정권한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서다.

여기에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 및 사용 후 핵 연료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이슈는 민주당이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은 가운데 오히려 백악관을 설득해 의회의 반대를 뚫고 추진해야 한다.



한국 기업들도 중간선거 이후 미국 정치환경 급변 탓에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한국의 대표적 수출 품목인 반도체 업계는 뉴욕증시 폭락 등 민주당 압승 이후 나타난 시장 영향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게 됐고,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건설에 따른 보조금 지급이 차질 없이 진행될지 여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로선 거대한 미국 시장에서 꾸준히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정책 방향과 노선이 양극단으로 나뉜 미국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상반된 로비를 펼쳐야 하는 상황도 부담이다.

강성 이민·관세 정책을 밀어붙여 온 밀러 신임 비서실장이 전면에 등장한 것도 기업들로선 호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을 상대로 특정 품목에 대한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확장법 232조 발동 등 강경 관세 정책이 추가 시행된다면 해당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으로선 미국 시장에서 다른 외국 기업과의 경쟁력을 잃게 될 수 있다.

지난해 조지아주 한국인 노동자 대규모 구금 사태를 경험한 상황에서 밀러 비서실장이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강제 추방을 우선순위 과제로 삼고 있는 점은 기업에 관련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간 적극적으로 재계와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전임 수지 와일스와 달리 밀러 신임 비서실장이 재계나 외국 기업에 어느 정도 친화적인지도 알 수 없다.

min2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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