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나집 前총리 가택연금 연기에 국왕 반발…"내 결정 거역"
전날 검찰총장실이 유예…"법원 명확한 해석 필요"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6조원대 초대형 비리 사건으로 실형 복역 중인 나집 라작(73) 말레이시아 전 총리의 가택연금 전환을 검찰총장실이 전격적으로 연기하자 말레이시아 국왕이 반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술탄 이브라힘 이스칸다르 말레이시아 국왕은 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나집 전 총리의 가택연금 전환 결정을 반드시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브라힘 국왕은 자신이 내린 나집 전 총리의 가택연금 전환 결정이 "명확하고 분명하며 어떤 모호함도 없다"면서 "이 명령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국왕의 명령을 거역하는 것과 같다"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 9월 이브라힘 국왕이 의장을 맡은 말레이시아 사면위원회는 나집 전 총리에 대해 5천만 링깃(약 168억원)의 벌금을 납부하는 조건으로 2028년 8월까지 남은 형기를 가택연금 상태로 보낼 수 있도록 결정했다.
이에 그의 소속 정당인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은 벌금 모금 운동을 벌여 전날 벌금을 대신 납부했고, 법원은 가택연금 집행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그 직후 검찰총장실은 나집 전 총리의 가택연금 전환 조건에 대해 추가적인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가택연금 집행을 일시 유예했다.
그 결과 나집 전 총리는 전날 쿠알라룸푸르 외곽 카장 교도소에서 차량을 타고 밖으로 나갔다가 수 시간 후 교도소로 돌아왔다.
이날 이브라힘 국왕의 반발에 검찰총장실은 성명을 내고 가택연금 연기가 국왕의 결정을 부정하거나 거스르려는 의도는 아니라고 밝혔다.
검찰총장실은 가택연금 집행과 관련해 법원의 명확한 해석이 필요하다면서 "법원을 통해 법적 확실성을 구하는 것은 사법 행정의 온전함을 수호하기 위한 책임 있는 조치"라고 말했다.
2009∼2018년 총리를 지낸 나집 전 총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권력형 금융비리 사건 중 하나로 꼽히는 국영 투자회사 1MDB 스캔들로 2022년 8월부터 징역 6년을 복역해왔다.
그는 또 작년 12월 1MDB와 관련된 권력남용·자금세탁 등 별도 사건 재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따라서 현재 형기를 마쳐도 15년 형을 새로 살게 된다.
미국과 말레이시아 당국은 1MDB에서 모두 45억 달러(약 6조1천4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유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UMNO는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에 참여하고 있지만, 안와르 총리가 속한 정당연합 희망연대(PH) 측은 나집 전 총리의 가택연금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전날 안와르 총리는 부패나 권력 남용이 묵인될 수 있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면서 UMNO의 나집 전 총리 벌금 대납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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