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데이터센터, 주거용 전력요금 영향 미미" 주장

입력 2026-11-07 11:34
수정 2026-11-07 11:45
워싱턴포스트 "데이터센터, 주거용 전력요금 영향 미미" 주장

학계 검증 안 거친 프리프린트·워킹페이퍼 결론 이례적으로 소개

WP 사주 제프 베이조스가 창업한 아마존, 영업이익 63%가 클라우드서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최근 미국 중간선거 과정에서 데이터센터에 대한 주민 반발이 쟁점으로 부각된 상황에서 "데이터센터가 소비자 전기요금 인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프리프린트(정식 출판 전에 미심사 상태로 공개된 논문 초안)의 결론을 소개하는 기사를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실어 관심을 끈다.

동료 심사 등 학계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프리프린트에 실린 연구 결론이 마치 신빙성이 입증된 것처럼 기사화돼 공신력 있는 언론 매체에 소개되는 일은 이례적이다.

이 기사를 실은 WP의 사주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다.

아마존은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삼는 클라우드 사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에서 영업이익의 63%(올해 3분기 기준)를 냈다.

WP는 6일(현지시간) "모든 이들이 전기 요금이 비싼 이유로 데이터센터를 탓한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이것들이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데이터센터들은 주거용 전기요금에 약간의 영향밖에 미치지 않았다"라는 부제를 달았다.

그러면서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비슈루트 라나와 세르게이 네테시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크리스티안 캅스 등 3인이 공저한 프리프린트(학술지 제출 전 논문 초안)의 내용을 소개했다.



이 프리프린트는 '사회과학연구네트워크'(SSRN)라는 사회과학 분야 프리프린트 공개 사이트에 게시됐다. 작성 날짜는 9월 30일, 첫 게시 날짜는 지난달 9일, 최근 개정 날짜는 지난달 12일로 적혀 있다.

프리프린트의 제목은 "지능의 비용: AI 데이터센터가 미국 전기요금에 미치는 영향"이다.

논문 저자들은 데이터센터가 2020∼2025년 미국 전기요금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일반인들이 부담하는 주거용 전기요금 인상분 중 데이터센터의 영향이 차지하는 비중은 4%에 그친다고 주장했다.

이는 "유의하지만 작은"(significant but small) 규모라고 논문 저자들은 평가했다.

논문 저자들은 "전반적으로 우리의 연구 결과는 데이터센터가 전기요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존 담론이 과장됐으며, 주거용 전기요금에 미치는 평균적 효과는 작고 코로케이션 개발업체들과 특정 유틸리티들에 집중돼 있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산업용 전기요금은 인상분 중 15%가 데이터센터의 영향인 것으로 분석돼 비중이 더 컸다.

WP는 이 프리프린트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내게조차 어느 정도 놀라운 내용이었다"라는 공저자 네테시네 교수의 발언을 전했다.



WP는 "여러 연구자와 기관의 여러 연구에서도 최근 몇 년간 미국 전기 요금의 전반적인 추세와 데이터 센터 사이에 강한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올해 초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연구자들의 또 다른 분석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4년 사이에 데이터센터로 인한 주거용 고객의 평균 전기요금 상승률은 2.1%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WP가 인용한 'MIT 연구자들의 또 다른 분석' 역시 출처가 학계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올해 6월에 MIT 산하 에너지환경정책연구소(CEEPR)의 홈페이지에 게시된 '워킹 페이퍼'(연구보고서)였다.

최근 미국 중간선거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나 재검토를 공약한 민주당 후보들이 대거 승리했다.

AP통신 등 미국 주요 언론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의뢰한 중간선거 출구조사에서는 조사에 응한 이들 중 76%가 거주 지역에 데이터센터가 새로 들어서는 데에 반대했으며 56%는 투표할 때 데이터센터에 대한 입장이 "핵심적 또는 주요" 요인이었다고 답했다.

데이터센터에 대한 부정적 의견은 민주당 후보에 투표했다고 밝힌 이들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중간선거와 동시에 각 지역별로 치러진 미국 곳곳의 데이터센터 관련 주민투표 41건 중 노스다코타주 하우드의 1건을 제외한 40건은 지역 유권자들이 신규 건설에 제한을 가하거나 금지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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