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비서실장에 '총리 별명' 충성파…美우선주의 마이웨이(종합)
'강경 이민정책 설계자' 스티븐 밀러 낙점…민주당 반발·여권도 우려
트럼프, 중간선거 패배 사흘만에 비서실장 교체하며 기존 정책기조 고수 천명
밀러 "힘이 국제질서 좌우" 제국주의적 세계관…공세적 대외정책 우려 커져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 패배 사흘 만에 스티븐 밀러(41)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비서실장에 낙점한 것은 중간선거 참패에도 '마이웨이'를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행보라는 평가다.
'강경 이민정책의 설계자'이자 대외정책에 있어 제국주의적 시각을 보여온 최측근을 '최고위 호위무사'에 앉힘으로써 민심의 심판을 받은 핵심 정책을 내려놓지 않고 상·하원 권력을 접수한 민주당을 상대로 공세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신임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낙점해 발표한 밀러 부비서실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 정책인 강경 이민 단속의 설계자로 불린다.
미등록 이민자들을 대대적으로 체포하고 난민을 대거 추방하는 한편 미국 입국 문턱을 급격히 높인 강경 이민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에서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강도 높은 단속 과정에서 미국 시민권자들까지 잇따라 목숨을 잃고 중소 사업체와 농장을 운영하는 이들에게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히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정책은 중간선거 참패의 주된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러 부비서실장을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승격시킨 데는 선거 압승에 힘입은 민주당의 공세를 맞대응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 정책이 정당했다는 주장을 고수하며 민주당과의 충돌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나 다름없어서 당분간 미국 국내 정치에 큰 혼란이 예상된다.
밀러 신임 실장은 진보적 이념을 공산주의로 몰아붙이고 다양성 정책 폐기를 비롯해 '좌파 척결'에도 앞장서 온 인사라 행정부와 민주당 간 협력 여지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당장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인선을 "최악의 선택"이라 맹폭하며 밀러 신임 실장에 대한 의회 차원의 조사를 예고했다. 밀러 신임 실장의 관여 속에 추진되는 행정부 정책에도 맞서 싸우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밀러 신임 실장은 대외정책에서도 제국주의에 가까운 시각을 보여온 '미국우선주의' 신봉자다. 어떤 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넘어서는 수준의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를 뒷받침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장악 의지를 드러내며 국제사회를 충격에 빠뜨렸을 때 밀러 신임 실장이 내놨던 발언이 대표적이다.
당시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사는 세상은 힘으로, 무력으로, 권력으로 지배되는 세상"이라며 "이것이 태초부터 이어져 온 불변의 법칙"이라고 말했다.
패권국인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에 놓고 국제법과 규범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제국주의적 시각을 공개 인터뷰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 때문에 밀러 신임 실장의 인선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참패 이후 대외정책에서 폭주할 수 있다는 우려를 증폭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여권에서도 이번 인선을 걱정스럽게 보는 기류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백악관과 가까운 인사들을 인용, 여론에 둔감한 인선이라며 "사람들이 패닉에 빠졌다"고 전했다.
CNN방송도 행정부 인사 다수가 이번 인선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와일스는 모든 일이 차질 없이 돌아가도록 한다. 앞으로는 어떨지 모르겠다"는 백악관 당국자의 발언을 전했다.
밀러 신임 실장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에 패색이 짙어졌을 때부터 '상관' 수지 와일스가 맡아온 비서실장 자리를 꿰차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여왔다.
밀러 신임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신이 비서실장 적임자임을 설득하면서 이란전쟁 종식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그가 내놓은 이란전 종식의 구체적 방향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밀러 신임 실장의 등극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종전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은 조금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밀러 신임 실장은 관세정책의 열렬한 지지자이기도 하다. 2025년 5월 미 연방국제통상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에 반하는 판결을 내놨을 때는 '사법 쿠데타'라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폭적 신임 속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며 측근들 사이에서 '총리'라는 별칭으로 불려온 밀러 신임 실장은 1기 행정부 때부터 선임고문으로 백악관을 지켰다.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패배 이후에도 곁을 떠나지 않다 2기 행정부 들어 백악관 부비서실장으로 발탁된 측근 중의 측근으로 백악관에서 만난 아내 케이티 밀러와 함께 워싱턴 정가의 파워 커플로 불렸다.
2024년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 와일스 실장을 내치고 밀러 신임 실장을 앉힌 트럼프 대통령이 내각 개편에도 나설지 주목된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민주당의 최우선 타깃이 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는 교체 의향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비서실장 교체를 시작으로 일부 각료도 바꾸며 전열 재정비를 도모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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