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선거 산업여파] ③ 친환경 정책 돌아오나…K배터리·태양광 훈풍 기대

입력 2026-11-08 05:31
[美선거 산업여파] ③ 친환경 정책 돌아오나…K배터리·태양광 훈풍 기대

민주당 친환경 지원정책 강화 시도할 듯…현지 생산·탈중국 공급망 수혜

트럼프 반대 넘어 실질 입법 여부 주목…데이터센터 규제도 변수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미국 중간선거에서 나타난 이른바 '블루웨이브'로 국내 배터리·태양광 업계에는 우호적인 사업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친환경 정책 후퇴로 급반전한 미국 에너지 정책 기조에 대한 의회 차원의 견제력이 커지면서 에너지저장장치(ESS)와 태양광 등 친환경에너지 투자가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다만 미국 정치 지형 변화가 당장 정책의 극적인 변화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신중론도 함께 나온다. 민주당이 인공지능(AI) 산업 규제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나설 경우 데이터센터 사업 추진이 지연되며 ESS 등 신규 수주가 위축될 여지가 있다는 점도 변수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중간선거에서 압승한 미국 민주당이 청정에너지 세액공제 복원 등 친환경 산업 지원 정책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배터리 및 태양광 등 친환경에너지 관련 기업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배터리 업계는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한 북미 ESS 사업이 특히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ESS는 남는 전기를 저장해 뒀다가 전기가 부족할 때 공급할 수 있는 설비로,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하고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필수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배터리 3사는 이미 전략 시장인 미국 내 ESS 생산 능력을 늘리면서 입지를 다져온 만큼 수혜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한국 배터리 기업의 북미 ESS 시장 점유율은 약 21%로, 전년 동기(13%)의 1.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민주당이 공화당과 마찬가지로 미국 내 비중국 배터리 공급망 강화 기조를 내세우는 점도 원재료 탈중국화에 속도를 내 온 국내 배터리 업계에 긍정적인 소식이다. 배터리 3사는 최근 ESS 배터리의 주요 소재인 리튬인산철(LFP) 양극재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인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와 양극재 중장기 공급 협력에 나서며 탈중국 공급망을 확대했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이차전지는 미국 중간선거를 기점으로 세액공제 조기 삭감 등의 정책 불확실성에서 벗어났다"며 "(중국산 배터리에 부과되는) 최대 48.4%의 관세와 보조금을 반영하면 북미 현지 생산 셀이 중국산 직수입 대비 40% 이상 원가 우위를 확보해 한국 기업들이 2029년까지 시장을 독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태양광 기업 역시 미국 민주당 주도로 지원 정책이 강화되면서 사업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한화큐셀)과 OCI홀딩스는 미국 내 생산설비와 비중국 공급망을 확보한 만큼 대표적 수혜 후보로 거론된다.

한화큐셀은 미국 조지아주의 통합 태양광 생산기지 '솔라 허브'에서 지난 7월부터 태양광 발전 소재·부품에 이어 태양전지 제품(셀)까지 생산하고 있다. OCI홀딩스는 미국 내 태양광 발전사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말레이시아 자회사에서 태양광 패널 원료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비중국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다만 이번 중간선거로 나타난 블루웨이브가 업계에 실질적인 수혜로 이어질지는 향후 민주당 주도 입법이 행정부의 반대를 넘을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상·하원 각각 3분의 2 이상의 의석까지 확보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친환경 에너지 관련 법률·정책의 급격한 변화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선거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유권자 반발이 뚜렷이 나타난 만큼 민주당이 행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정책에 점진적으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데이터센터 건설과 전력 사용 관련 규제를 강화하면서 빅테크의 친환경에너지 투자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규제가 데이터센터 건설 자체를 중단하는 것이 아닌, 사업자의 자체 전력 및 인프라 확보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일 경우 악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 의회에서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전력 인프라 및 환경 비용 일부를 직접 부담하도록 하는 법안이 초당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며 "이런 규제가 도입되면 관련 설비 수요가 오히려 확대될 가능성도 있고, 전반적인 신재생에너지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s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