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톡스] 강북도 하락 전이…'영끌족'의 딜레마

입력 2026-11-08 07:07
[머니톡스] 강북도 하락 전이…'영끌족'의 딜레마

서울 매물 8만건 쌓였는데 거래량 '반토막'…"상승장 후반부 전환 신호"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선임기자 = # 1. "할머니가 드디어 집을 팔기로 마음먹으셨다."

'한강벨트'로 불리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의 한 대단지 아파트. 부동산 중개업소가 소개해 준 매물은 지난봄부터 비어 있었다. 세입자가 나간 뒤 집을 팔기 위해 공실로 뒀지만, 수개월째 매수자를 찾지 못했다. 집주인은 한 달 전보다 가격을 1억 원 이상 낮춰 내놨지만, 중개사는 "매수 의사만 확실하다면 가격을 더 깎아 흥정해 주겠다"고 귀띔했다.

# 2. 금요일 오후, 약속 시간에 맞춰 방문한 단지 안에는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도 함께 나와 있었다. 평일 매수 문의가 별로 없다 보니 공동중개라도 해서 집을 한 번이라도 더 보여주기 위해 나선 것이다. 집 부근 공인중개사 대표는 오랜만에 안부를 물어오며 "호가를 크게 낮춘 급매물만 간신히 하나씩 소화되는 실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강남권에서 촉발된 가격 조정의 불길이 마용성 등 준상급지로 번지면서 시장이 '매수자 우위'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42억7천만원에서 최근 35억5천만원으로 16.8%(7억2천만원) 내렸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 76㎡) 역시 고점 대비 수억원 내린 30억4천500만에 손바뀜했고, 매물 최저 호가는 이미 29억원대로 내려앉았다.

강북 상급지도 약세 전환했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59㎡는 올해 초 23억5천만원까지 거래됐으나, 9∼10월 들어 19억8천만원(1층), 20억5천만원으로 밀려났다. 이는 최고가 대비 15.7%(3억7천만원) 빠진 수치다.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 전용 59㎡ 실거래가 역시 지난 2월 26억원에서 최근 23억8천만원으로 8.5%(2억2천만원) 떨어졌다.

이 같은 하락의 배경에는 급격한 유동성 축소와 매물 적체가 자리 잡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최근 8만 건을 돌파해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8월 세제 개편안과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규제가 맞물리며 불과 석 달 만에 매물이 2만 건 이상 쏟아졌다. 강남 3구는 물론 비강남 22개 구에서도 매물이 30% 넘게 급증했고, 성북·강서·노원 등 실수요 밀집 지역의 매물 누적 속도는 더 가파르다.

반면 월간 거래량은 지난 7월 7천∼8천 건 수준에서 최근 3천900건대로 반토막 나며 사실상 '거래 절벽'에 진입했다. 매물은 8만 건을 넘어섰는데 매수자는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은, 시장의 주도권이 이미 매도자에서 매수자로 완전히 넘어갔음을 방증한다.



부동산 사이클상 거래량 급감과 매물 적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전형적인 상승장 후반부의 전환 신호다.

최근 수년간의 급등세는 금리 인하 기대감과 통화량 확대, 인플레이션(물가 급등)에 따른 화폐가치 하락이 빚어낸 '자산 인플레이션의 거품' 성격이 짙었다. 여기에 일각에서 불안 심리를 자극해 강북권은 수억원, 강남은 수십억원씩 단번에 뜀박질했다. 이는 실질소득이나 집의 실제 사용가치와 매우 괴리된 것으로, 정상이거나 합리적이라고 보기 힘들다. 특히 신축 대단지에서 전세가율이 40% 미만으로 내려앉았다는 것은 실거주 사용가치 대비 미래 시세차익 기대감(거품·프리미엄)이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늘로 톡 건드리면 터질 수 있는 팽창'의 끝자락이다.

막차에 올라타기 위해 무리한 차입(레버리지)을 일으키는 '영끌' 매수가 과연 지금 유효한 선택인지, 냉정하게 계산기를 두들겨봐야 할 시점이다.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은 "남들이 탐욕에 젖어 있을 때 두려워하고, 남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비로소 욕심을 내라"고 조언했다.

indi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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