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중간선거] '유리천장' 깨뜨린 당선인들…첫 Z세대 여성 의원도(종합2보)
첫 흑인 女주지사·첫 원주민 女주지사…첫 무슬림·성소수자 상원의원까지
美 정치권 다양성 확대…"나라의 변화상 보여줘"
(서울·워싱턴=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이유미 특파원 = 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는 다양한 '최초' 기록들이 쏟아졌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우선 조지아주에서 민주당 키샤 랜스 보텀스 후보가 당선되며 미국 역사상 첫 흑인 여성 주지사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조지아주는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으로, 역대 주지사 83명 전원이 백인 남성이었다. 조지아주에서 여성이, 그것도 유색인종이 주지사로 당선된 것 모두 처음인 셈이다.
이런 불모지에서 보텀스 후보는 억만장자 사업가인 공화당의 릭 잭슨과 맞붙어 넉넉한 표차로 승리했다. 23년 만에 처음으로 조지아 주지사에 당선된 민주당 정치인이기도 하다.
보텀스 후보는 조지아 주립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2018년부터 4년간 조지아주의 주도(州都)인 애틀랜타 시장을 역임했다. 시장 퇴임 후엔 조 바이든 대통령 행정부에서 백악관 선임고문을 역임했다.
공화당에서도 최초의 흑인 남성 선출직 주지사가 탄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제2의 고향인 플로리다주에서 바이런 도널즈 하원의원이 최초의 흑인 주지사로 당선됐다.
금융인 출신의 도널즈 당선자는 대표적인 친트럼프 성향으로, 공화당 내 강경 우파로 분류된다. 2016년부터 플로리다주 의회에서 활동하다 2020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돼 정치 무대를 확장했다. 2024년 미 대선 국면에선 부통령 후보로 언급되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최초의 원주민 여성 주지사도 탄생했다.
민주당 소속 뎁 할랜드 후보는 뉴멕시코주에서 공화당 후보를 꺾고 주지사 자리를 차지했다.
할랜드 후보는 2018년 하원에 입성한 최초의 아메리카 원주민 여성 두 명 중 한 명으로, 이미 당시 원주민 출신 여성들에게 한계로 작용했던 정치적 유리천장을 깨부쉈다.
그는 2021년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미국 역사상 최초의 원주민 출신 장관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특히 그가 맡은 내무부는 연방 토지·자연자원 관리뿐 아니라 600개 가까운 연방 인가 원주민 부족과의 관계 및 정부 간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여서 그 의미가 특히 남달랐다.
할랜드 후보는 최근 AP와 인터뷰에서 "나는 그저 마지막이 되고 싶지 않을 뿐"이라며 다른 원주민 여성들이 정치권에서 더 많이 활약하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오하이오주에서는 민주당 에이미 액턴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공화당 비벡 라마스와미 후보를 누르고 주 역사상 첫 여성 주지사이자 첫 유대계 주지사에 당선됐다.
액턴 당선인은 선거운동 막판 라마스와미 측이 자신과 관계가 소원한 어머니를 등장시킨 공격 광고를 내보내면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해당 광고에서 액턴의 어머니는 딸을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지만, 액턴이 어린 시절 겪은 가정폭력과 성폭력 피해 문제가 재조명되면서 광고를 둘러싼 역풍이 일었다.
텍사스주에서는 민주당 지나 이노호사 후보가 3선 현역인 공화당 그레그 애벗 주지사를 꺾고 주 역사상 첫 라틴계 여성 주지사에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다. 텍사스에서 민주당이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1990년 이후 처음이다.
위스콘신주에서도 민주당 데이비드 크롤리 후보가 주 역사상 첫 흑인 주지사에 당선됐다.
이 밖에 민주당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은 미네소타주 최초의 여성 주지사에 당선됐으며,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하비에르 베세라 후보가 주 역사상 첫 선출직 라틴계 주지사가 됐다.
연방 의회에서도 최초 기록이 잇따라 세워졌다.
민주당 소속 크리스 파파스 하원의원은 뉴햄프셔주에서 당선되면서 미국 최초의 공개 성소수자 남성 상원의원이 됐다. 그는 2018년 뉴햄프셔주 역사상 최초로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공개 동성애자이기도 하다. 그는 이후 의회 내에서 인권 문제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파파스 의원은 이번 선거운동 중 "나는 역사를 만들기 위해 출마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으나, 자기의 성적 지향성이 유권자들 사이에서 큰 논란거리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리노이주에서는 민주당 부주지사인 줄리아나 스트래튼이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이에 따라 내년엔 세 명의 흑인 여성이 동시에 상원 의원으로 활동하게 되는데, 이는 상원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스트래튼이 취임하게 되면 태국계인 태미 덕워스 상원의원과 함께 활동하게 된다. 이로써 일리노이주는 상원에서 두 명의 유색인종 여성이 동시에 대표하는 최초의 주가 된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무슬림 연방 상원의원도 탄생했다.
이번 선거의 상원 경합지 중 하나였던 미시간주에서 이집트계 무슬림인 압둘 엘사예드(41·민주) 후보가 승리했다.
의사 출신인 엘사예드는 디트로이트시 보건국장 등을 역임하고 미시간주 주지사 선거에도 출마한 이력이 있는 정치인으로, 민주당 내에서도 진보 성향으로 꼽힌다. 이집트계이기는 하지만 미국에서 나고 자란 그는 명문 컬럼비아 의대와 영국 옥스퍼드대 등에서 공부했다.
콜로라도주에서는 민주당 멜랏 키로스(29) 후보가 미국 최초의 Z세대(젠지) 여성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됐다.
에티오피아 이민자 출신 변호사인 그는 민주당 경선에서 15선의 다이애나 디겟 의원을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키로스는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며 보편적 건강보험 확대 등을 주장해온 진보 성향 정치인이다.
위스콘신주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마이클 알폰소(26)는 내년 1월 출범하는 연방하원의 최연소 의원이 될 전망이다.
2000년생인 그 역시 Z세대로, 21세기에 태어난 첫 연방 하원의원이라는 기록도 갖게 됐다. 그는 숀 더피 교통부 장관의 사위로, 장인이 과거 맡았던 지역구에서 당선돼 눈길을 끌었다.
루이지애나에서는 공화당 줄리아 레틀로 하원의원이 주 최초의 공화당 여성 상원의원으로 당선되는 기록을 세웠다. 미네소타주에서는 민주당 페기 플래너건 후보가 미국 역사상 첫 원주민 여성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시민 참여와 민주주의적 형평성을 옹호하는 네트워크인 '스테이트 보이스'(State Voices)의 알렉시스 앤더스-리드 회장은 AP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러한 '최초'의 사례들은 우리나라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환영했다.
그는 "수년 동안 유색인종과 성소수자 커뮤니티는 조직을 결성하고, 집집마다 방문하며 유권자들과 대화하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고된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이런 승리는 그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스타 선수 출신인 마크 테세이라도 텍사스주에서 공화당 소속으로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돼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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