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격투기 구경하면 싸움 잘할까?…"생쥐 실험서 일부 효과 확인"

입력 2026-11-05 01:00
[사이테크+] 격투기 구경하면 싸움 잘할까?…"생쥐 실험서 일부 효과 확인"

美 연구팀 "구경꾼 생쥐 뇌에 싸움꾼 생쥐와 비슷한 변화…공격성 커지진 않아"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격투기나 권투를 보면 싸움을 더 잘하게 될까?

다른 생쥐들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한 생쥐도 실제 대결에서 더 빨리 공격에 나서고 상대 공격에도 더 잘 대응할 준비를 갖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프린스턴대 안네그레트 포크너 교수팀은 5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서 수컷 생쥐 실험 결과, 공격 행동을 관찰한 생쥐에게 직접 싸움을 경험한 생쥐와 비슷한 행동·뇌 신경회로 변화가 나타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포크너 교수는 "싸움을 구경한 생쥐의 행동과 뇌 변화는 실제 싸움을 한 생쥐와 싸움도 구경도 하지 않은 생쥐 중간쯤이었다"며 "관찰이 경험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지만 직접 경험하는 과정의 일부까지는 도달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사회적 동물에서 다른 개체의 행동을 관찰하고 관찰 정보를 미래의 행동에 적용하는 능력은 사회적 인지의 기본적인 구성 요소다.

연구팀은 공격 행동을 관찰하면 공격 조절과 관련된 뇌 시상하부 신경세포(hypothalamic neuron)가 활성화되지만, 관찰과 직접 경험이 새로운 공통 행동 전략을 형성하는 같은 신경회로를 이용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수컷 생쥐를 세 집단으로 나눠 8일 동안 하루 세 차례, 회당 10분씩 훈련을 시켰다. 첫 집단은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와 직접 싸우게 했고, 둘째 집단은 투명한 칸막이 너머에서 싸움을 지켜보게 했으며, 셋째 집단은 같은 기간 생쥐 모양 장난감을 가지고 놀게 해 싸움에 노출되지 않게 했다.

이어 훈련이 끝난 다음 날 세 집단 모두에게 이기기 어려운 상대와 4분씩 세 차례 대결하게 하고 행동을 비교했다.

그 결과 직접 싸운 생쥐와 싸움을 관찰한 생쥐는 실제 대결에서 싸움 경험이 없고 관찰도 하지 않은 생쥐보다 더 빨리 공격을 시작했고, 상대에게 등을 돌린 채 있는 시간도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생쥐의 몸 움직임을 추적해 공격 행동뿐 아니라 공격 준비 자세, 주변을 살피는 행동, 상대 탐색 행동 등을 분석한 결과, 직접 싸운 생쥐와 관찰한 생쥐는 공격 준비 자세를 더 오래 취했고, 공격 준비 행동 사이를 오가는 양상도 비슷했다.

연구팀은 두 집단은 실제 대결에서 상대와 거리를 둔 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행동이 싸움 경험이 없는 집단보다 적었다며 이는 두 집단이 위험에 대비해 미리 행동을 준비하는 공통 전략을 사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실제 대결에서 공격 행동에 사용한 전체 시간은 세 집단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며 이는 싸움 관찰이 공격성 증가로 이어지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어 이런 행동 변화가 뇌 신경망 변화와 관련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상하부와 편도체, 중뇌 등 사회적 행동을 조절하는 피질하 뇌 영역 12곳에서 광섬유를 이용해 흥분성 신경세포와 억제성 신경세포의 활동을 추적했다.

그 결과 싸움을 관찰하는 동안 생쥐의 여러 뇌 영역 신경 활동이 실제 싸움을 하는 생쥐와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특히 공격 행동을 조절하는 여러 뇌 영역에서 억제성 신경세포가 신경망 활동을 억제하는 작용이 전반적으로 약해졌으며, 이런 변화는 새로운 상대와 대결할 때도 지속됐다.

이어 싸움을 관찰한 뒤 억제 기능이 약해진 4개 뇌 영역의 억제성 신경세포를 약물로 다시 활성화하자 실제 대결에서 상대를 공격하는 행동이 줄어드는 등 싸움을 관찰하지 않은 생쥐와 비슷한 행동 양상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는 싸움 관찰로 형성되는 적극적인 공격 대비 행동 전략에 억제성 신경회로의 활동 감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결과가 폭력적인 상황을 지켜보는 경험이 위협에 대응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다만 이 연구가 생쥐 실험인 만큼 같은 신경회로 변화가 인간에게도 나타나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포크너 교수는 "이 결과를 인간에게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며 "다만 생쥐에서는 폭력에 노출됐다고 해서 더 폭력적으로 변하지 않으면서 비슷한 상황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뇌 신경회로와 행동 전략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 출처 : Nature, Annegret Falkner et al., "Aggression experience and observation drive shared behavioural and neural changes",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6-11217-9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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