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새끼 돌보며 임신한 원숭이, 유산 위험 더 높아"…그 이유는?
국제연구팀, 야생 원숭이 11년 관찰…"유산이 양육 자원 재분배 방식일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젖먹이 새끼가 있는 상태에서 임신한 암컷 원숭이는 유산 위험이 그렇지 않은 암컷보다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어미가 양육 중인 새끼와 뱃속 태아에게 동시에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생기는 생리적 부담이 임신 유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MPIEA)와 핀란드 투르쿠대 등 국제 연구팀은 4일 과학 저널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에서 가봉 남부의 야생 맨드릴개코원숭이 번식과 행동을 11년간 관찰해 이런 연관성을 확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유산은 보통 번식 실패로 여겨지지만, 이 연구 결과는 포유류에서 유산이 이미 어린 새끼가 있을 때는 현재의 새끼와 미래의 새끼 사이에 양육 자원을 재조정하는 방식일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포유류에서 임신과 수유는 모두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과정이다.
연구팀은 임신한 암컷이 새끼에게 젖까지 먹이려면 현재 양육 중인 새끼의 필요와 발달 중인 태아의 필요 사이에 상충관계가 생긴다며 암컷 포유류는 번식 성공률을 최대화하기 위해 자신의 자원을 신중하게 배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2012~2023년 가봉 남부 레케디 공원 주변에 서식하는 300여마리 규모의 맨드릴개코원숭이(Mandrillus sphinx) 집단을 매일 관찰한 자료를 이용해 11년간의 생활사·행동·번식 등을 분석했다.
먼저 암컷의 번식 주기와 출산 기록을 추적하고 생식기 주변 피부가 부풀어 오르는 정도와 임신 후 특징적인 부종을 매일 관찰해 임신과 유산 여부를 판별했다.
이어 생후 12개월 미만 새끼 314마리를 대상으로 젖 먹이기와 안고 다니기 등 어미의 양육 행동, 신음이나 비명 등 괴로움을 나타내는 새끼의 '떼쓰기' 행동을 관찰하고, 이런 행동과 유산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런 행동 기록을 암컷 117마리의 임신 356건과 대조해 새끼를 돌보는 상황, 어미와 새끼 사이의 행동 갈등, 이전 임신과의 간격 등이 유산 가능성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통계적으로 분석했다. 연구 기간에 발생한 유산은 52건이었다.
분석 결과 생후 12개월 미만의 새끼를 돌보는 상태에서 임신한 암컷은 그렇지 않은 암컷보다 유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전 임신 이후 회복할 시간이 부족한 것만으로는 유산의 차이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며 새끼를 돌보는 부담 자체가 유산의 중요한 요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새끼가 신음이나 비명 등 괴로움을 나타내는 소리를 내는 이른바 '떼쓰기' 행동을 더 자주 보일수록 어미의 유산 가능성이 높았고, 임신한 암컷은 임신하지 않은 암컷보다 어린 새끼를 거부하는 행동도 더 자주 보였다.
임신 첫 달에 무리의 우두머리(알파 수컷)가 교체된 횟수가 많을수록 유산 가능성도 높아지는 연관성이 나타났다. 이는 새로운 알파 수컷에 의한 영아 살해 위험에 대응하는 적응 현상일 가능성이 있으며, 사회적 격변기에 암컷이 겪는 스트레스가 증가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하지만 약 3년 동안 어미 원숭이들이 생후 6개월까지 살아남은 새끼를 얼마나 낳았는지 비교한 결과, 유산을 경험한 암컷은 새끼를 낳았지만 그 새끼가 생후 6개월 전에 죽은 암컷보다 이후 생존한 새끼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유산을 경험한 암컷이 생존시킨 새끼 수는 번식이 순조롭게 이어진 암컷과 비교해도 통계적으로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연구는 유산이 단기적으로는 번식 실패지만, 이후 번식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일부 줄이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며 여기에 떤 생리적 기전이 작용하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출처: PLOS Biology, Nikolaos Smit et al., "Infant presence and mother-infant conflict predict fetal loss in wild mandrills", http://dx.doi.org/10.1371/journal.pbio.3003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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