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로 끝난 테헤란 핼러윈…길거리 축제 단속반 급습

입력 2026-11-03 16:23
공포로 끝난 테헤란 핼러윈…길거리 축제 단속반 급습

英더타임스 시민 목격담 등 보도…"민병대 추정 인력도 몰려와 위협·폭행"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기자 =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핼러윈을 맞아 거리로 나온 시민들이 단속반에 쫓겨 귀가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밤 테헤란 중심부의 이란 샤흐르 거리는 형형색색의 핼러윈 분장을 한 시민들로 가득 찼다. 얼굴에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린 소녀부터, '스파이더맨', '스크림' 등 미국 할리우드 영화 속 등장인물 분장까지 다양했다.

26세 대학원생 사라는 인파가 "6차선 도로를 가득 메웠다"며 "거리 전체가 축제 현장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축제 분위기는 밤 10시께 단속 인력이 들이닥치며 급변했다.

제복 경찰도 있었지만, 사복 차림의 단속 인력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 산하 준군사 조직인 바시즈 민병대원들로 보였다고 목격자들은 증언했다.

녹색 괴물 가면을 쓰고 나온 참석자는 제복 차림의 경찰관이 다가와 "당장 가면을 벗지 않으면 직접 벗기고 승합차에 던져 넣겠다"고 위협했고, 이후 다른 경찰관들에게 다시 제지당하며 뺨을 맞았다고 전했다. 여러 사람이 경찰 승합차에 강제로 태워지는 것도 봤지만 정식 구금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참석자는 사이렌이 울리며 몰려든 제복 경찰과 사복 차림의 단속 인력이 사람들에게 "당장 떠나지 않으면 자루에 담아 버리겠다"고 위협했고, 겁에 질린 사람들이 뛰어 달아나기 시작했다고 그는 전했다.

현장에는 제복 경찰도 있었지만, 사복 인력은 아랑곳하지 않고 거칠게 행동했다. 이들이 여성들에게 히잡 착용을 두고 고함치고 스파이더맨 분장을 한 청년을 끌고 가는 모습도 목격됐다. 성희롱에 대한 목격담도 이어졌다.

단속반이 도착하고 30분쯤 지나자, 거리에는 여성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고 대학원생 사라는 전했다.

더타임스는 이날 테헤란 외에도 페르시아만의 반다르아바스, 라슈트, 시라즈, 이스파한의 아르메니아인 거주 지역 등에서도 비슷한 핼러윈 축제 장면이 담긴 영상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는 이란 당국의 방침을 정면으로 거스른 것이었다. 앞서 이란상공회의소는 공공장소나 상업 시설에서 핼러윈과 관련한 행사·모임·광고·상품 판매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는 카페와 음식점 등은 폐쇄 등 조치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참석자는 "사람들은 거리로 나와 축제를 즐기며 아직 살아 있다는 걸 보여줬다"며 "누구도 우리에게 무엇을 할 수 있고 없는지 함부로 지시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줬다"고 말했다.

minary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