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찍은 이란 곡괭이산…벙커버스터도 안 통하는 지하요새

입력 2026-11-01 15:33
트럼프가 찍은 이란 곡괭이산…벙커버스터도 안 통하는 지하요새

지하 100m 단단한 화강암층…'무기급 우라늄' 은닉 의심

중간선거 후 폭격 예고… 종전·승전 선언 위한 '핵 불능화 명분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불과 사흘 앞둔 31일(현지시간) '처리해야 할 곳'으로 재차 언급한 이란 곡괭이산(Pickaxe Mountain)은 새로운 지하 핵시설로 의심되는 곳이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산의 모양을 따 '곡괭이산'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 산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관련된 시설 가운데 아직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지 않은 얼마 안 되는 곳 중 하나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곡괭이산에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의 일부가 보관돼 있다고 추정하지만, 확실히 입증되지는 않았다. 우라늄은 추가 농축을 거쳐 단기간에 핵폭탄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무기급 물질이다.

올해 2월 28일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 전쟁을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차례 곡괭이산을 언급하며 강력히 타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가 이 같은 공언을 아직 실행에 옮기지 않은 것은 미국의 첨단 무기로도 파괴를 장담할 수 없을 만큼 곡괭이산의 핵 시설이 지하 깊숙한 곳에 견고하게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에 따르면 곡괭이산의 해발고도는 1천608m다. 위성사진을 보면 능선 아래로 이어지는 동서 양쪽에 입구로 보이는 터널이 2개씩 뚫려 있다.

이란 매체에 따르면 주변 산맥 대부분은 퇴적암이지만 곡괭이산은 단단하고 밀도가 높은 화강암으로 이뤄져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은 이란이 화강암으로 된 이 산의 지하 80∼100m 아래 핵시설을 꽤 방대한 규모로 건설한 것으로 추정한다.

미국이 지난해 6월 벙커버스터 폭탄으로 파괴했다는 나탄즈, 포르도의 지하 핵시설보다 더 깊어 이 폭탄으로도 무력화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보유한 벙커버스터 가운데 가장 강력한 GBU-57은 콘크리트 18m 또는 흙 61m를 관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무기가 화강암 100m를 뚫을 수 있을지를 두고는 전문가들도 회의적이다.

다만 미국이 터널 입구와 통신 시스템, 진입도로 등을 공격하는 것만으로도 곡괭이산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핵시설을 사실상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지하단지에 필수인 환기시설을 집중 공격하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곡괭이산의 핵단지를 완전히 무력화하려면 지상군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미군의 대규모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



곡괭이산은 이란 최대 우라늄 농축시설인 나탄즈 핵단지에서 남쪽으로 약 1.5㎞ 떨어져 있다.

2020년 7월 나탄즈 핵단지 내 지상에 있던 원심분리기 조립 공장이 원인 불명의 화재로 크게 손상되면서 곡괭이산에서 공사가 본격화됐다는 게 일반적인 설명이다. 이 화재가 이스라엘의 공작이라고 본 이란 당국이 더 안전한 곳을 찾았다는 것이다.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당시 이란 원자력청장은 2020년 9월 곡괭이산을 언급하지는 않은 채 "나탄즈 인근 산악지대에 더 현대적이고 넓으며 종합적인 시설을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최근 곡괭이산과 관련해 "어떠한 핵 활동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미국은 위협은 침략과 파괴, 사보타주를 정당화하기 위해 꾸며낸 구실"이라고 비판했다.

이란은 곡괭이산의 시설이 첨단 원심분리기를 생산·조립하기 위한 곳이라고 일관적으로 밝히고 있다.

위성사진에는 이란이 올해 전쟁 시작 이후에도 몇 달간 곡괭이산 주변 진입도로와 터널 입구에서 공사를 계속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싱크탱크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스펜서 파라가소 연구원은 BBC에 "이 시설에서 비교적 꾸준히 건설 작업이 진행되는 것을 관찰했다"며 "이란은 시설 내부 굴착 작업을 계속하고 방호력을 강화해 공습으로부터 더 안전하게 만드는 데 주력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IAEA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이란이 농축도 60%의 우라늄 약 440㎏을 보유하고 있다고 추산한다.

이는 핵폭탄을 만드는 데 필요한 순도 90%에 몇 주 만에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며 현재 보유량으로 핵탄두 9∼10개를 제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뒤따른다.

이란이 440㎏의 일부 또는 전부를 곡괭이산에 보관하고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3일 중간선거 이후 대이란 공격을 재개할 가능성을 거듭 언급하고 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란과의 전쟁을 마무리 짓고 승전을 선언할 명분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사실상 '핵 불능' 상태로 만들었다는 성취를 뒷받침할 증표이자 상징적 행위로 곡괭이산을 표적으로 삼은 대대적인 공습을 저울질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ksw0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