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 고유가에 美·유럽 석유공룡, '75조원 횡재' 분기순익

입력 2026-10-31 04:33
이란전 고유가에 美·유럽 석유공룡, '75조원 횡재' 분기순익

엑손·셰브런, 정제마진 급등에 호실적…매출 30% 이상 늘어

NYT "美 50개 석유사, 6개월 이익 174조원, 작년의 3배"

블룸버그 "주유소의 운전자 고통이 석유기업 이익으로"



(뉴욕=연합뉴스) 김연숙 특파원 = 미국 대형 석유사인 엑손모빌과 셰브런이 3분기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미·이란 전쟁으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정제 마진이 급등한 영향이다.

30일(현지시간) AP,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시가총액 기준 미 최대 석유기업인 엑손모빌의 3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4.23달러로, 시장 평균 예상치(4.12달러)를 웃돌았다.

매출은 1천131억6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3% 늘며 역시 예상치를 상회했다.

특히 최소 6년 만에 처음으로 탐사·생산(업스트림) 부문보다 정제·판매(다운스트림) 부문에서 더 많은 이익을 거뒀다.

셰브런 역시 3분기 조정 EPS가 5.28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셰브런의 3분기 매출은 678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6% 급증했다. 정제 부문 이익 또한 최근 6년 내 최고치로 올랐다.

잇따른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고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정유 시설 가동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이에 휘발유·경유 등의 공급이 줄면서 정제 마진이 급등했고, 서방 주요 석유기업들의 실적호조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셸, 토탈에너지, BP 등 유럽 주요 석유사들도 최근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과 유럽의 이들 5개 석유 공룡이 챙긴 최근 분기 조정순이익 합계치는 563억달러(75조1천억원)로, 역대 세 번째로 높았다며 이들 기업이 횡재를 거머쥐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특히 지난 4∼9월 6개월간 미국 대형 석유·가스 기업 50여곳이 총 1천300억달러(약 174조원) 이상의 이익을 거뒀다고 추산했다.

이는 작년의 약 3배다. 이들 기업은 작년 같은 기간 총 470억달러(약 63조원) 미만의 이익을 거뒀다. 당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무역전쟁 초기였던 데다 상대적으로 낮은 유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현실은 전쟁과 에너지 공급 차질로 유가가 치솟으면서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대가를 치르는지를 보여준다.

브라운대 기후해법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미.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이번 주까지 미국인들이 휘발유와 경유 가격에 추가로 지출한 돈은 1천470억달러(약 196조원)에 이른다. 가구당 1천100달러(약 147만원)가 넘는 금액이다.

엑손모빌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닐 한센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높은 연료 가격이 가계와 기업에 실질적인 부담을 준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기업으로서 우리가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대응은 공급을 늘리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 통신은 "주유소에서 운전자들이 겪는 고통은 석유 대기업에 막대한 이익으로 돌아갔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의 의회 장악 여부를 결정짓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불만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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