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국빈방한 에르도안 "가자지구 재건에 韓과 공동사업 가능"
"팔레스타인 평화, 독립 주권국가 수립 통해서만 실현…韓배려 높이 평가"
사우디-후티 충돌에 "사우디 지지하고 공동방위 강화…정치적 해결 중시"
중동 '에너지 동맥' 위기에 튀르키예 역할론…"韓경험 활용하고 기업 지원"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재건과 관련해 "튀르키예의 경험과 한국의 역량을 결합할 수 있다"며 양국이 공동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2∼4일 한국을 국빈 방문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출국 전 연합뉴스와의 서면인터뷰에서 한국이 "가자지구의 인도적 비극에 대해 보여 준 깊은 관심과 배려를 높이 평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터뷰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와 충돌하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메카 공동방위조약'에 따라 지지한다는 의사를 확인했다. 또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 해협 등 '에너지 동맥' 위기 속에서 대체 운송 경로를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했다.
다음은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일문일답.
-- 이번 방한의 핵심 의제는.
▲ 양국 간 정치적 대화를 강화하고 경제 관계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방산, 원자력에너지, 첨단기술, 인공지능(AI), 재생에너지 분야를 중요한 기회로 본다. 이를 구체적 사업으로 연결하고 기업 활동에 길을 열며 상호 투자를 확대하고자 한다. 양국 간 교역규모를 연간 150억달러(약 20조원)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 튀르키예가 시노프 제2원전 프로젝트와 관련해 한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러시아, 캐나다, 중국 등과도 협력을 검토한다는 언급이 이어졌는데.
▲ 튀르키예는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에 대응하고자 에너지원 다변화 투자를 계속하고 있으며, 시노프 원전도 이런 방향에서 추진하려는 전략적 사업의 하나다. 이 사안과 관련해 한국과 진행 중인 협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국이 원자력에너지 분야에서 쌓아온 경험을 잘 안다.
전력 생산 비용, 투자 재원 조달, 그리고 이 사업이 튀르키예 경제에 어떤 기여를 할지가 최종 결정을 좌우할 것이다. 튀르키예 산업계가 사업에 참여하고, 엔지니어가 경험을 쌓고, 기술 분야에서 지속해서 축적될 역량과 노하우를 남기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을 이 사업의 유력한 협력 파트너 후보로 보고 있다. 물론 다른 국가와 진행 중인 협의도 고려해 튀르키예 국익에 부합하도록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에서는 모든 조건을 명확히 하고 기술·경제적 사안에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최종 결정을 내릴 때 튀르키예의 현재 수요와 미래세대 이익을 기준으로 삼겠다.
-- 튀르키예 관가와 산업계에서는 한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에서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계속되는데.
▲ 양국 교역 구성에 상당한 불균형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격차를 줄이고, 보다 균형 있고 지속가능한 구조를 갖추기를 바란다. 튀르키예는 탄탄한 제조업 기반과 우수한 인력, 전략적인 지리적 위치를 바탕으로 한국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유럽연합(EU)과의 관세동맹 관계 및 FTA 네트워크를 통해 유럽∼중동∼북아프리카∼중앙아시아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 접근할 수 있다. 현대차가 이즈미트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을 시작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튀르키예 산업이 한국 시장에서 더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기를 바란다. 튀르키예는 자동차, 기계, 제약, 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 상당한 생산 역량을 보유했다. 상호 이익을 바탕으로 교역을 확대하고, 현재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을 중시한다. 한국 파트너들이 튀르키예 투자를 확대하고, 튀르키예 기업들과 더 긴밀한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며, 공동생산과 기술개발 분야에서 보다 구체적 성과를 거두기를 희망한다.
-- 지난 수년간 상당한 발전을 이룬 튀르키예 방위산업 드론 부문이 한국과 협력을 확대할 촉매제가 될 수 있을까.
▲ 튀르키예는 많은 노력과 확고한 의지로 오늘날의 방산 수준에 도달했다. 이제 우리는 자체 드론을 설계·개발·생산하고 세계 각지에 수출한다. TEI(튀르키예 기업)가 개발한 PD170 엔진은 앙카, 악숭구르 등 드론에 적용돼 성능을 입증했다. 한국이 이 엔진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한국과는 오랜 기간 방산 분야에서 성공적 협력을 이어왔다. 알타이 주력전차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런 경험을 새로운 분야로 확대하고자 한다. 드론, 엔진기술, 전자시스템, 첨단엔지니어링 분야에서 함께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튀르키예가 무인체계 분야에서 축적한 경험과 한국의 기술·생산 역량을 결합하면 양국 모두에 중요한 기회가 열릴 것이다.
-- 가자지구 재건 진척 상황은 어떻게 평가하나.
▲ 가자지구에서 3년 넘게 벌어진 일은 인류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남았다. 휴전 합의는 물론 중요한 진전이지만, 일상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인도적 지원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하고 재건 작업에 하루빨리 속도를 내야 한다.
우리는 한국이 가자지구의 인도적 비극에 보여준 깊은 관심과 배려를 높이 평가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 문제와 관련해 밝힌 입장과 인도적 지원 활동에 보낸 지지를 소중히 생각한다.
튀르키예의 인도적 지원, 건설, 기반시설 분야의 경험과 한국의 기술·엔지니어링·재원 조달 역량을 결합할 수 있다. 의료시설, 학교, 주택 건설과 에너지·수도 기반시설 복구 등에서 공동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항구적 평화는 1967년 경계선을 기초로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독립적이고 주권을 가진 팔레스타인 국가를 수립하는 길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
-- 사우디와 후티의 충돌 격화로 메카 협정이 주목받고 있다.
▲ 민간인과 공항을 표적으로 하는 공격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다. 우리는 사우디의 주권과 영토 보전, 안보를 전적으로 지지한다. 메카 협정 이행의 노력도 계속하고 있고, 가장 중요한 진전은 튀르키예 국회에서 진행 중인 협정 비준 절차다. 협정에 따른 제도적 체계 구축 작업도 계속된다. 공동방위체계 강화, 군사역량 발전과 방산 협력 확대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수년간 이어진 분쟁에 가장 큰 고통을 겪는 것은 예멘 국민이다. 총성이 멈추고 정치적 해결의 길이 열려야 한다. 유엔 등 외교적 노력을 중시한다. 예멘의 주권과 영토보전이 지켜지며 모든 당사자가 참여하는 항구적인 정치적 해법이 도출돼야 한다.
-- 중동 위기 속에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튀르키예의 역할과 비전은.
▲ 호르무즈 해협의 안보 문제와 선박 통항 제한은 세계 에너지 시장과 무역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도 해운에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튀르키예는 역내 분쟁의 종식과 안정 확립에 책임을 다하고 있다.
이번 위기는 신뢰할 수 있는 대체 운송경로 개발이 얼마나 중요한지 재차 보여준다. 튀르키예는 아시아와 유럽 사이라는 전략적 입지를 강력한 교통·물류 인프라로 뒷받침하고 있다. 철도, 도로, 항만, 물류 거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복합운송망을 구축하고 있다.
그중 헤자즈 철도의 재활성화는 걸프 지역에서 요르단과 시리아를 거쳐 튀르키예로, 나아가 유럽으로 이어지는 철도 연결망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카스피해를 횡단하는 동서 중부회랑 구상을 통해 실크로드 연결망을 확충하고, 개발도로 프로젝트로 이라크 페르시아만 연안의 알파우항에서 튀르키예에 이르는 운송망을 구축하는 것도 목표다.
한국과 튀르키예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와 '혈맹'이라고 부르는 오랜 우정은 교통·물류 분야에서도 기회가 된다. 한국은 철도 기술, 신호 시스템, 통신 시스템, 첨단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가졌다. 우리의 새 사업에서도 이런 경험을 활용하고자 한다. 철도 인프라, 물류 거점, 지능형 교통 시스템 분야에서 공동투자 추진이 가능하다. 튀르키예에 투자하고 생산과 고용을 창출하는 한국 기업들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
d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