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측 "카타르가 자금지원"…'캐스팅보트' 아랍계 정당 압박(종합)

입력 2026-10-29 22:03
네타냐후 측 "카타르가 자금지원"…'캐스팅보트' 아랍계 정당 압박(종합)

야권 "선거 정당성 훼손 시도"…카타르 "총선 개입 사실 아냐"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 총선 개표가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진영이 선거에서 약진한 아랍계 정당을 겨냥해 미확인 불법 자금 수수 의혹 등을 제기하며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29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아랍계 핵심 정당인 라암이 카타르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에 조사를 의뢰했다.

네타냐후 소속 리쿠드당은 이를 '라암 게이트'로 명명하며 선거 조작을 주장했으나,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한발짝 더 나아가 아랍계 정당 지도부의 즉각적인 체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공세는 아랍계 정당의 정치적 영향력을 축소하고 야권의 연정 구성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 야권은 '카타르 총선 개입설'을 선거의 정당성 훼손 시도라고 비난하고, 과거 네타냐후 총리의 고문들이 카타르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다시 들춰내며 역공에 나섰다.

네타냐후 총리와 차기 총리 자리를 다투는 군참모총장 출신 가디 아이젠코트 야샤르당 대표는 "네타냐후가 마침내 이스라엘에 대한 카타르의 개입을 규탄한 데 대해 찬사를 보낸다"고 비꼬았다.

이는 네타냐후 총리의 전직 고문들이 총리실 재직 당시 카타르를 위한 홍보 업무를 수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른바 '카타르 게이트'에 대한 진행 중인 수사를 겨냥한 것이다.

그는 "이스라엘에 대한 외국의 개입은 용납할 수 없는 매우 중대한 문제이며, 특히 하마스 조직을 자금으로 지원하고 후원하는 국가가 개입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면서 "이런 일이 총리실에서 일어나는 것도 중대한 문제이고, 선거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것도 중대한 문제"라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카타르 측은 자국이 이스라엘 총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마제드 알 안사리 카타르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에 "카타르가 이스라엘 선거에 개입하거나 결과를 조작하기 위해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한다"고 썼다.

그는 "그들의 논리대로 카타르가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좌파 진영, 이제는 아랍계 유권자까지 매수했다면, 카타르가 이스라엘 전체를 소유한 셈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오전까지 93%의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네타냐후 진영은 53석, 가디 아이젠코트 전 참모총장 주도의 야권은 48석을 확보해 양측 모두 연정 구성 요건인 과반(61석)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아랍계 주요 정당들은 도합 19석 확보가 유력해지며 확실한 캐스팅보드 세력으로 떠올랐다.

야권은 아랍계 정당의 지원 없이는 연정을 꾸리기 어렵지만, 네타냐후 측의 지속적인 공세 탓에 아이젠코트 전 참모총장은 아랍계와의 연대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범아랍계 정당 '조인트 리스트' 측도 반(反)네타냐후 전선에는 협력할 수 있으나, 가자지구 파괴 작전을 지지해 온 아이젠코트 주도의 연정 참여에는 선을 긋고 있다.

선거 조작 의혹 제기와 함께 대외 안보 상황도 향후 이스라엘 정계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가 다음 주 미국 중간선거 이후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계획에 동참할 경우, 국가 안보 위기를 명분으로 야당의 비상 거국 내각 합류를 강제하거나 정국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최종 선거 결과가 확정된 후 연정 구성 권한을 부여할 1순위 후보자를 지명할 예정이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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