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중앙은행, '가상화폐로 제재 우회' 네타냐후 제동

입력 2026-10-26 08:31
수정 2026-10-26 08:36
이스라엘 중앙은행, '가상화폐로 제재 우회' 네타냐후 제동

네타냐후, 서안 정착촌 제재 가능성 커지자 대응책으로 제안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이스라엘에 대한 금융 제재가 부과됐을 때 가상화폐로 우회하자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구상에 대해 이스라엘 중앙은행이 제동을 걸었다.

26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24일 "암호화폐는 이스라엘에 대한 제재를 우회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며 "이스라엘 경제를 위한 올바른 길은 주요 교역 상대국과의 경제 관계를 유지하고 제재와 그에 따른 경제적 악영향을 막는 데 집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정착촌을 둘러싼 제재가 금융권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가상화폐를 우회 수단으로 거론했다.

그는 23일 채널10과 한 인터뷰에서 "대안적인 경제 체계를 통해 은행 제재를 피할 방법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통화'가 가상화폐를 말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정확하다"고 답했다.

지난달 영국을 위시한 캐나다, 프랑스 등 주요 12개국은 국제적으로 용인되지 않은 서안 정착촌과 관련한 공동 조치를 약속했다. 이들은 정착촌에 금융·건설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과 기업도 조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자국 은행에 대한 제재로 확대될 경우 해외 은행과의 거래가 막혀 수출과 투자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스라엘 중앙은행에서 은행 감독을 담당했던 야이르 아비단은 외국 은행들이 이스라엘 은행에 환거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의 국제 경제활동이 사실상 단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계의 반발도 이어졌다. 전직 중앙은행·재무부 관계자 등이 포함된 기업인과 경제학자 100명은 25일 공개서한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제안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금융 제재가 부과되면 은행과 기업, 수출업체, 투자자가 타격을 받고 신용카드 이용과 국제 전자상거래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야권은 정부가 제재를 피할 방안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외교적 고립 위험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권 지도자 야이르 라피드는 네타냐후 총리의 구상대로라면 이스라엘이 국제 금융망에서 단절된 국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이같은 제재 우회 구상은 적성국인 이란이 경제·금융 제재에 대응하는 방법과 같다.

네타냐후 총리는 또 같은 인터뷰에서 미국의 군사 원조도 장기적으로는 끝날 수 있다며 이스라엘이 국방비를 자체적으로 감당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간 양해각서에 따른 연간 38억 달러(약 5조원)의 지원은 2028년까지 예정돼 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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