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김정은 '깜짝 방문'에…中단둥은 하루 동안 초긴장

입력 2026-10-25 00:58
[르포] 김정은 '깜짝 방문'에…中단둥은 하루 동안 초긴장

수일 전부터 경호훈련·무장병력 배치…일부 숙소 '외국인 숙박통제' 등 경계 격상

김정은, '中 참전 전시관' 헌화하고 선물 기증…"셔틀외교로 전략적 협력 실현"



(단둥=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전격 방중한 중국 랴오닝성 단둥(丹東)에는 철통같은 경계 태세가 이뤄졌다.

현지에서는 수일 전부터 고위급 방문 소문이 돌았다. 경호 훈련이 목격되기도 했고, 압록강변과 신압록강대교 등 주요 지역에서는 장갑차와 경찰 특수부대 등이 배치된 모습이 눈에 띄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김 위원장이 '당일치기' 방문을 한 이날은 오전부터 시내 곳곳의 도로에서 차량 이동이 통제됐다.

이달 15일 신압록강대교 개통을 맞아 말끔하게 정비된 단둥 시내 도로 양옆으로는 북한 인공기와 중국 오성홍기가 내걸려 고위급 손님맞이 분위기를 냈다.

신압록강대교 개통 때도 대교 주변 고층 빌딩이 며칠에 걸쳐 엄격히 관리됐고, 당일에는 폴리스라인이 쳐져 행인 접근이 막히거나 인근 호텔 투숙이 제한되기도 했으나 이날 중국의 통제 수준은 더 높아졌다.

대북 소식통 등으로 알려진 인사들에게는 현지 공안의 '밀착 관리'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고, 15일에는 숙박이 가능했던 신압록강대교 앞 호텔은 이날 "외국인 투숙이 금지됐다"며 예약을 갑자기 취소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신압록강대교를 건너 단둥에 도착했고, 중국 공식 서열 4위인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과 함께 항미원조기념관을 방문했다.

중국인민지원군(중국군)의 한국전쟁 참전 76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이뤄진 방문이자, 북한 최고지도자의 첫 방문이다.

항미원조기념관은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을 기념하는 '국가 1급' 박물관으로, 북한 신의주와 단둥 전경이 보이는 압록강변 잉화산(英華山)에 있다.



한국전쟁을 '미국에 대항해 조선(북한)을 도운 전쟁'이라는 뜻의 '항미원조(抗美援朝)전쟁'으로 부르는 중국은 전쟁 종료 시점부터 유물을 수집했고, 1958년 북한에서 복귀한 중국군으로부터 무기 장비와 생활용품, 훈장, 깃발 등을 수집해 참전 기념시설을 조성했다.

이 시설은 정전협정 체결 40주년이던 1993년 국가 기념관으로 승격됐고, 이후 개축과 확장을 거쳐 현재는 부지 규모만 18만2천475㎡인 대형 기념관이 됐다.

관내에는 전차나 기관총 등 한국전쟁 관련 유물 1만2천여점과 역사 유물 7천여점이 소장돼있다.

기념관은 '전력 설비 수리와 난방 시스템 개조'를 이유로 이달 19일부터 이날까지 임시 폐관 상태였다.

이날 중국중앙TV(CCTV)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김 위원장은 중국 의장대가 도열한 가운데 항미원조기념관에 헌화했다.

붉은색 화환 왼쪽에는 '중국인민지원군 렬사들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라는 글귀가, 오른쪽에는 '조선로동당 총비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 김정은'이라는 문구가 한국어로 적혔다.

검정색 양복 차림의 김 위원장은 화환 문구를 손으로 정리한 뒤 맨 앞에 서서 묵념했고, 뒤에서는 동행한 북중 간부들이 함께 고개를 숙였다.

김 위원장 일행은 이후 기념관에 전시된 중국군의 참전 영상과 유물 등을 관람했으며,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 등의 사진과 자신의 친필 메시지가 적힌 기념패를 선물했다.

기념관 관람 후 김 위원장은 자리를 옮겨 왕후닝 주석과 회담을 열었고, 오후에는 단둥 자동차공장을 찾아 버스 조립 등 생산 상황을 살펴봤다.

이날 김 위원장이 북한 복귀를 위해 다시 신압록강대교에 올랐을 때는 해가 질 무렵이었다.



김 위원장의 '깜짝' 방중이 끝나자 단둥은 빠른 속도로 평상시 모습으로 돌아갔다.

단둥역 인근에서는 쌀쌀해진 날씨 속에 야시장이 열렸고, 모처럼 활기를 찾은 시내 음식점들은 네온사인을 켠 채 영업을 이어 나갔다.

시내를 둘러보니 도로 주변에 달렸던 인공기는 눈에 띄지 않았고, 오성홍기만 나부꼈다.

김 위원장이 이날 찾았던 항미원조기념관은 굳게 닫힌 채 고요했고, 산책을 나온 주민들 몇 사람이 주변을 걷고 있었다.

조명을 밝힌 신압록강대교 주변으로는 새롭게 만들어진 맥줏집과 카페 등이 환하게 간판을 켜놓고 있었으나 영업은 하지 않았다.

이희옥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이날 김 위원장 방중을 두고 "왕후닝 주석 면담은 지난 7월 원산갈마 해안지구 방문 등의 성과가 있어 북중 경협 고도화 차원의 실무 협의가 이뤄진 것이고,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전략 소통의 강화가 합의된 가운데 셔틀 외교를 통해 양국의 전략적 협력을 실천한 것"이라며 "북한은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대미 헤징을 높이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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