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Z세대, 산불사태 정부 대응에 항의시위 확대

입력 2026-10-24 17:22
인도네시아 Z세대, 산불사태 정부 대응에 항의시위 확대

국가재난 비상사태 선포 요구…경제난 더해져 여론 더 악화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11년 만에 최악의 산불 사태를 겪는 인도네시아에서 Z세대(1997∼2012년생)를 중심으로 정부 대응에 항의하는 시위가 점차 확산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보르네오섬 중부칼리만탄주 주도 팔랑카라야의 주지사 집무실 밖에서 약 500여명의 시위대가 산불과 연기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Z세대 대학생 등이 주축인 시위대는 대기오염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두꺼운 마스크를 쓰고 황토색 연무로 뿌옇게 뒤덮인 거리에 모였다.

이들은 '연무 비상사태', '우리가 불타면 너희도 함께 불타는 것'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에 국가재난 비상사태 선포, 산불 원인으로 지목되는 개간 목적 방화와 같은 농업 관행 근절 등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또 남칼리만탄주의 반자르마신·사마린다, 서칼리만탄주 폰티아낙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각각 수백 명 규모의 시위가 열렸다.

자바섬 서자바주 반둥에서 시위에 참여한 파자자란대학교 학생 빈센트 토머스는 AP에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매우 분노하고 있다. 책임 있는 당국자들이 반드시 그 책임을 지기를 바란다"면서 "정부가 국가재난 비상사태를 공식적으로 선포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일에도 수도 자카르타에서 국립 인도네시아대학교(UI) 총학생회 주최로 대학생 수백 명이 이번 산불 사태를 "자연재해가 아닌 정치적 재해"라고 규정하면서 정부 대응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다.

올해 엘니뇨 현상으로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보르네오섬과 수마트라섬을 중심으로 번지는 산불 규모는 2015년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인도네시아 보건부에 따르면 산불이 심해진 지난 8월 중순 이후 연무 피해를 입은 7개 주에서 발생한 급성 호흡기질환 환자가 33만3천470명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올해 중동 전쟁의 여파로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통화 가치가 급락하고 세계적 주가지수업체 MSCI의 인도네시아 증시 강등 경고로 증시마저 폭락하는 등 경제 위기 조짐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시위대의 목소리가 한층 커지면서 이번 주 들어 산불 사태 항의 시위는 전국 도시 6곳 이상으로 확산했다.

시위를 주도하는 인도네시아 Z세대는 작년에도 국회의원 주택 수당 등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 사태를 벌였고, 이는 동남아·남아시아 곳곳을 휩쓴 Z세대 반정부 시위 물결로 이어진 바 있다.

이에 대해 프라보워 행정부는 산불 소방 투입 인력을 지난달 중순 약 4만4천 명 수준에서 현재 6만9천여명 수준으로 늘리고 약 50대의 항공기를 투입해 공중 살수·인공강우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중앙정부 재정 부담 등을 의식, 이미 산불 대응 역량이 충분하다면서 국가재난 비상사태 선언은 거부하고 있어 앞으로 Z세대의 반발 여론이 더 커질지 주목된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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