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유조선 공격에 기름띠 '비상'…환경 재앙 우려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중동 전쟁의 여파로 걸프 해역을 지나는 선박에 대한 무력 공격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아랍에미리트(UAE) 연안에서 피격된 유조선으로부터 대량의 기름이 유출돼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이란이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주장하며, 자신들이 설정한 호르무즈 통항 규정을 어긴 선박들을 집중적으로 타격하고 있어 해상 물류는 물론 환경 재앙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UAE 기후변화환경부는 2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두바이 북부 움알쿠와인 해변으로 밀려드는 유조선 유출 기름을 포착했다"며 인근 해변을 전면 폐쇄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즉각적인 방제 및 오염 물질 제거 작업에 돌입했다. 인접한 샤르자 토후국 역시 선제적 예방 차원에서 알 함리야 해변의 출입을 통제했다.
이번 기름 유출 사태의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무력 충돌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월 이란을 겨냥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중동 내 전쟁이 발발한 이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다.
특히 이란은 미국과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주장했고, 자신들이 정한 항로를 벗어나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미국은 이에 대응해 이란 항구를 봉쇄하고 통항 유조선들을 호위하고 있지만, 이 해역을 지나는 민간 상선과 유조선들은 언제 격침될지 모르는 극도의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실제로 이번에 기름을 유출한 선박은 지난 9일 UAE 연안에서 발사체 공격을 받고 화재가 발생했던 파나마 선적의 유조선 'GEM NO.2'호로 확인됐다.
대만 선사 소유인 이 배는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00만 배럴의 원유를 싣고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오가며 운항 중이었다.
네덜란드 비정부기구(NGO) 팍스(PAX)가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피격 유조선 주변으로 길이 40㎞, 면적 190㎢에 달하는 거대한 기름띠가 형성됐으며, 해안에서 불과 6㎞ 떨어진 지점까지 확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안으로 밀려든 기름 탓에 두바이 북부와 샤르자 등지에서는 극심한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한 샤르자 주민은 "마치 주유소 10곳에서 기름을 쏟아부은 듯한 화학물질 냄새가 나 가스 폭발이 일어나는 줄 알았다"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부는 "유출된 것이 원유일 경우 해변을 덮쳐 바다거북과 조류 등 해양 생태계에 치명적이고 심각한 오염을 초래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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