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프리즘] AI 해킹 시대, PHP 사태가 드러낸 한국 보안의 약한 고리

입력 2026-10-25 08:33
[AI프리즘] AI 해킹 시대, PHP 사태가 드러낸 한국 보안의 약한 고리

취약점 공개 나흘 전부터 공격 포착…국내 취약 서버 11만개 추정

랜섬웨어 피해 88% 중소·중견기업…보안 인력·대응 역량 부족



(서울=연합뉴스) 권하영 기자 =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해킹 기술이 발전하면서 보안 인력과 전문성이 부족한 국내 중소기업·기관과 소상공인의 사이버 보안 대응 역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전 세계 웹사이트에서 널리 사용되는 프로그래밍 언어 PHP에서 치명적인 보안 취약점이 발견된 데 이어, 이를 악용한 공격 시도마저 포착되면서 보안 대응의 시간적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에서도 상당한 규모의 PHP 서버가 인터넷에 노출돼 있지만, 실제 정확한 취약 버전 사용 규모나 보안 패치 적용 현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특히 보안 공지를 확인하고 직접 조치할 역량이 부족한 영세 사업장이 사이버 공격의 취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AI 시대 짧아지는 '패치 골든타임'

25일 보안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프로그래밍 언어 PHP에서 인증 절차 없이 원격으로 악성 코드를 실행할 수 있는 치명적 취약점 2건이 공개됐다. 'PHP2Shell'로 불리는 이번 취약점은 모두 심각도가 9.2점으로 평가됐으며, 공격에 성공하면 웹서버 장악이나 정보 탈취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마존 위협 인텔리전스는 취약점이 공식 공개되기 나흘 전인 17일부터 자체 허니팟 네트워크에서 관련 공격 시도를 포착했다. 공식 공개 당일에도 발표 시각보다 12시간 앞서 공격 트래픽이 관측됐다.

이번 PHP2Shell 공격에 실제 AI가 활용됐는지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이번 사태는 취약점 공개와 보안 패치 배포 이후 대응하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공격을 막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보안업계에서는 AI가 해킹의 기술적 진입장벽을 낮추고 공격 자동화와 대규모 확산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상당한 규모의 웹서비스가 잠재적 영향권에 놓여 있다. 안랩[053800]이 인터넷 자산 검색 서비스를 통해 조사한 결과, 취약한 버전의PHP가 설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국내 호스트(서버)는 약 11만건으로, 전 세계에서 6번째로 많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웹서버·클라우드 보안 기업 유엠브이기술의 방윤성 대표는 "AI 공격이 고도화될수록 초기 방어선을 뚫고 들어온 잠재 위협을 내부에서 얼마나 신속·정확하게 잡아내느냐가 보안의 성패를 가른다"라며 "코드의 맥락을 읽어내는 AI 분석 역량과 보안 자동화 체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권을 비롯한 주요 산업군이 침해 사고에 실효성 있게 대응하려면 실시간 위협 탐지와 신속한 격리, 그리고 무결성이 검증된 파일 복구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라며 "침투 발생 시 피해 확산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응 기준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PHP2Shell 관련 기업 보안 대응 수칙을 배포하고 신속한 보안 업데이트와 침해 여부 점검을 당부했다. 그러나 국내 PHP 서버 가운데 실제 취약 버전을 사용하는 서버가 얼마나 되는지, 패치가 어느 정도 적용됐는지는 공개적으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특히 영세 쇼핑몰이나 학원, 병원 등의 홈페이지는 외부 웹호스팅 업체를 통해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데, 호스팅 업체가 서버의 보안 패치를 일괄 적용하더라도 지원이 종료된 구버전 PHP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고객이 직접 버전을 변경하고 웹사이트의 호환성을 점검해야 할 수도 있다.

보안 전담 인력이 없는 영세 사업장은 취약점 공지를 확인하더라도 필요한 조치를 판단하고 실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의미다.



◇ 랜섬웨어 피해 88% 중소·중견기업

국내 중소기업의 취약한 보안 현실은 기존 침해사고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KIS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랜섬웨어 피해 신고 145건 가운데 중소기업이 92건, 중견기업이 36건으로 전체의 88.3%를 차지했다. 중소기업의 랜섬웨어 피해 신고는 전년 동기보다 70.4% 증가했다.

침해사고를 인지하고 대응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SK쉴더스가 2021~2025년 침해사고 대응 사례를 분석한 결과 중소·중견기업은 최초 침투부터 침해 사실 인지와 조사 착수까지 평균 106.1일이 소요됐으며, 90일을 초과한 사례도 32.6%에 달했다.

보안 인력 격차도 뚜렷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5 정보보호 실태조사'에 따르면 종사자 10~249명 기업의 평균 정보보호 담당 인력은 1.3명으로, 250명 이상 기업(4.4명)에 크게 못 미쳤다.

특히 SK쉴더스 분석에서 중소·중견기업 침해사고의 최초 침투 경로 중 애플리케이션 취약점이 20.8%, 파일 업로드 취약점이 18.9%를 차지했다. 웹서비스 취약점이 실제 침해사고의 주요 진입 경로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PHP2Shell 사태와도 맞닿아 있다.

국내 보안 전문가들은 AI 기반 공격이 확산할수록 보안 인력과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기관과 영세 사업장이 더욱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가 전체의 사이버 보안 수준을 높이려면 이들 사각지대의 기초 보안 역량부터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찬암 스틸리언 대표는 "AI 해킹이 더 많아지면 가장 위험한 곳은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영세한 대상"이라며 "국가 안보 관점에서도 가장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는 만큼, 이 최저 보안 수준을 어떻게 보통 정도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정보보호 컨설팅과 보안 솔루션 도입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단순한 취약점 진단이나 보안 공지를 넘어 실제 조치까지 연결하는 실질적 지원책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격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려운 상황을 전제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응 체계도 필요하다.

박 대표는 "지금과 같은 제로데이 취약점을 활용한 공격은 자연재해와 유사한 수준"이라며 "이미 공격당했다고 가정했을 때 어떻게 빠르게 대응하고 복구할 것인지 고민하는 피해 최소화 체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wonh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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