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가스 상시 수급불안…"저비용 넘어 공급 회복력 확보해야"
수출입은행 분석…공급선 다변화·민관협력 공급망 대응 강조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중동전쟁 등으로 지정학적 위협이 확대되고 에너지 공급 불확실성이 상시화하면서 석유·가스 등 화석연료 에너지 정책을 가격 중심의 수급 대응에서 공급선 다변화와 자급률 제고 등 공급망 회복력 강화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미 주요국은 에너지 안보의 핵심 과제를 저비용 물량 확보에서 갑작스러운 외부 충격에도 안정적인 조달을 유지할 수 있는 공급망 회복력 확보로 전환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공급망 관리 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25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글로벌 석유·가스 공급망 리스크 확대에 따른 안정화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석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은 중기적으로 확대될 전망이지만, 전쟁 장기화 등으로 에너지 공급망 리스크가 커지면서 공급 불확실성이 심화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석유 생산능력은 2024년 이후 꾸준히 늘어 2030년 하루 약 1억1천470만배럴에 달해 예상 수요(1억550만배럴)를 8.7% 웃돌 전망이다.
다만 생산이 늘더라도 공급망 리스크 상시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중동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등 해상 운송의 병목 지점이 막히면 중동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에서 아시아·유럽 등 주요 소비지로 이어지는 글로벌 석유 공급망이 전반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글로벌 LNG 시장 역시 2020년대 말 이후 공급이 확대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중동 등 특정 지역과 해상 운송망 의존도가 높고 단기간에 공급원 대체가 어려워 불확실성이 여전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한국은 높은 석유·가스 수입 의존도와 중동 중심의 조달 구조로 공급망 리스크에 더 취약하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한국은 1995년 이후 줄곧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를 넘겼고, 수입 석유의 약 70%가 중동의 해상 병목 지점을 통과하고 있다.
한국이 공급망 위협을 최소화하려면 에너지 수급 정책을 공급선 다변화와 민관협력 기반의 자급률 제고 등을 통해 공급 충격 발생 시 공급력을 신속히 회복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보고서는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에너지 소비국이 화석연료 공급망의 안정적 확보를 국가 안보의 핵심 과제로 두고, 경제적 효율성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공급망을 내재화하고 전략적 통제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바꾸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국은 자국 생산능력 증대와 LNG 수출 확대를 통한 공급망 내재화와 글로벌 공급망 영향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EU는 러시아 에너지 의존 축소를 위한 수입 다변화와 청정에너지 전환 가속화를 추진하는 한편 가스 공동구매와 비축 의무화를 법제화해 공급 충격 대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민관 협력 기반의 해외 자원권익 확보·장기계약·비축을 통한 공급망 안정화에 주력한다. 해외 자원개발 프로젝트에 출자·채무보증을 제공하고, 가스 비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간의 상업적 손실은 경제산업성 기금을 통해 전액 보전한다.
보고서는 "향후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과제는 최저 비용의 물량 확보가 아니라 예기치 못한 외부 충격에 대응한 공급망 회복력 확보"라면서 "위기 발생 시 대체 공급선으로 전환할 능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물류·비축·금융 대응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전략 비축, 물류 인프라 확충, 해외 자원개발 등을 종합적으로 추진하고, 민관협력 기반의 공급망 대응 역량을 고도화하는 한편 정책금융 지원 연계를 강화해 자원 공급망에 대한 전략적 투자의 위험을 분담하고 민간 참여를 촉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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