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BBC 상대 13조 손배 소송서 '증언녹취' 출석 명령
법원 "12월11일까지 안하면 불이익"…트럼프측 "내년 1월까지 어려워"
양측 변호인, 스미스 前특검 증언·마러라고 자료 열람 놓고도 갈등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 공영방송 BBC를 상대로 제기한 100억 달러(약 13조2천73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직접 증언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미 플로리다주 남부 연방지방법원 엔졸리케 레트 판사는 2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증언녹취'(deposition)에 참석할 것을 명령했다고 로이터, AP, 블룸버그 통신 등이 보도했다.
레트 판사는 12월 18일이 마감인 증거 개시 기간이 연기되지 않는 한 트럼프 대통령이 증언녹취에 참석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최대 소송 기각 등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BBC 변호인단이 지난 13일 트럼프 대통령이 증언녹취 출석을 고의로 회피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출석 강제집행 명령을 요구한 것을 받아들인 것이다.
증언녹취는 미국 민사소송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양측 변호인이 소송 당사자나 핵심 증인을 불러 증언을 듣고 기록하는 절차다. 보통 법원 밖에서 이뤄지지만 당사자가 회피하거나 비협조적일 때 판사 감독 하에 실시되는 경우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1년 1월 6일 의회 폭동 사태 때 자신의 지지자 집회 연설을 BBC의 시사 프로그램 '파노라마'가 자신이 의회 습격을 지시한 것처럼 악의적으로 편집했다면서 지난해 12월 BBC를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배소를 제기했다.
BBC는 이후 편집 오류를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하면서도 명예훼손 책임을 부인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소송을 철회하지 않았다.
애초 양측 변호인단은 지난 16일 트럼프 대통령의 증언 녹취를 진행하기로 합의했으나 무산됐다.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적 중대사를 처리하는 헌법적 책임을 지니고 있어 불출석했다며, 현직 대통령으로서 특별한 일정 조정 편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내년 1월 중순이나 말까지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BBC 변호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10월 16일에 조지아주에서 중간선거 유세를 하고 있었다면서 "그는 정당 정치 활동에 참여했으며, 증언녹취보다 그것을 우선시했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트럼프 대통령을 1·6 폭동 사태와 관련한 '대선 결과 뒤집기' 혐의로 형사 기소했던 잭 스미스 전 특별검사의 증언 녹취를 두고도 갈등하고 있다.
BBC 측은 스미스 전 특검이 1·6 사태에 대한 전문가라며 그의 증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트럼프 측은 스미스 전 특검이 당시 연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와 심리에 대해 직접적 지식이 없다고 반대하고 있다.
아울러 BBC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손해를 입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2020년 1월 6일부터 올해 1월 6일까지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트럼프 대통령 소유 마러라고 리조트의 회원 신청 및 회원비에 대한 열람을 요구하고 있고, 트럼프 측은 이 자료가 본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맞서고 있다.
min22@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