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통화 '엇박자' 논란에 신현송 "재정 지속가능성 생각해야"
"내년 예산안, 재정 승수 낮은 이전 지출 상당해" 지적
'되돌리기 어려운 지출' 경계…현재 건전성은 '양호' 평가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정부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취임 6개월 만이다.
중앙은행 수장으로서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 표명으로 볼 수 있지만, 확장적 재정정책과 긴축적 통화정책 사이 '엇박자' 지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신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정부 예산안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0.5%포인트(p), 물가상승률을 0.06%p 각각 끌어올린다는 기존 분석을 다시 꺼냈다.
그러면서 예산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크지 않은 이유로 "재정 승수가 낮은 이전 지출 형식의 항목이 상당히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신 총재는 "이전 지출의 재정 승수는 0.2 정도로 반영한다"고 부연했다.
이는 이전 지출을 1조원 늘리면 GDP가 2천억원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전 지출은 연금·보조금처럼 정부가 대가 없이 지급하는 돈을 말한다.
다시 말해, 늘어난 정부 예산이 소비나 투자 확대로 이어져 성장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신 총재는 "일시적인 재원으로 지속적인 지출이 만약에 생기면, 지속 가능성에 조금 더 각별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산 집행이) 지속적인 지출로 이어지면 되돌릴 수 없는 항목들이 많이 생기게 된다"며 "그러면 나중에 다시 되돌리려 할 때 상당히 어려운 면이 많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지출을 설계할 때 얼마나 되돌리기 쉬운가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며 "안 그러면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정 당국에서도 잘 살피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궁극적으로는 국회에서 심사를 엄격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 총재는 석유 최고가격제의 장기적인 부작용도 언급했다.
그는 먼저 "소비자물가가 이 정도 억제될 수 있었던 데 석유 최고가격제가 상당히 큰 몫을 했다고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제도가) 오래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가격 구조에 왜곡이 생긴다"며 "소비가 억제되지 않고, 장기적으로 재정에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도 에너지 가격 보조가 오래 지속되면 안 된다고 상당히 명확히 여러 번 권고했다"고 전했다.
신 총재의 이런 언급은 최근 야권으로부터 한은의 재정 당국 견제 역할을 요구받은 뒤 나온 만큼 '작심' 발언으로 비친 측면도 있다.
앞서 신 총재는 지난 1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섣불리 정책을 펼칠 때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국민의힘 측 주문에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데 있어 전혀 흔들림 없이 잘하겠다"고 답했다.
오는 23일로 예정된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종합 감사에서도 비슷한 질문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신 총재는 다만, 최근 한국의 국고채 금리 상승세가 다른 나라 국채보다 덜 오른 배경 중 하나로 이날 재정 건전성을 들기도 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장기 금리가 많이 오르고 있다"며 "재정이 튼튼한 나라들의 상승 폭이 훨씬 더 작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재정 건전성이 상당히 양호하다"며 "일부 유럽 국가는 국채 금리가 많이 올랐는데도 한국은 약간 내렸고, 안정적으로 유지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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