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의회, 낙태 처벌 완화…우파 대통령이 거부할듯(종합)

입력 2026-10-22 02:49
폴란드 의회, 낙태 처벌 완화…우파 대통령이 거부할듯(종합)

보수진영 반발에 '완전 합법화' 3년째 제자리

리히텐슈타인, 대공세자가 거부권 행사해 합법화 무산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폴란드 의회가 임신중절 처벌을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임신중절 합법화는 도날트 투스크 총리가 2023년 총선에서 최우선 공약으로 내건 숙원사업이다. 그러나 이번 법안도 보수파 대통령이 법안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폴란드 하원은 20일(현지시간) 임신중절 처벌 관련 법안 2건을 의결했다. 임신중절을 도운 의료인을 최장 징역 3년에 처하는 형사처벌 조항을 삭제하고 태아가 심각한 기형인 경우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이다.

가톨릭 보수 성향이 강한 폴란드는 대부분 임신 12주까지 중절을 허용하는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들과 달리 낙태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현재는 성폭행 등 범죄로 임신한 경우, 태아가 임신부의 생명이나 건강을 위협하는 경우만 합법이다. 폴란드 국립보건기금(NFZ)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공공병원에서 시술한 임신중절은 573건에 불과했다.

안 그래도 엄격한 규제는 민족주의 우파 법과정의당(PiS) 정권 시절 더 강화됐다. 헌법재판소가 2020년 선천적 장애를 이유로 한 임신중절은 위헌이라고 결정하는가 하면 이듬해는 의사에게 시술을 거부당한 임신부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대규모 시위로 번졌다.

투스크 총리는 2023년 총선에서 다른 EU 국가들처럼 임신 12주까지 낙태를 합법화한다는 공약을 내걸고 집권했다. 그러나 연립정부 내 가톨릭 보수 세력의 반발로 3년 가까이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2024년 규제 완화 첫 조치로 사후 응급피임약을 의사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시도했으나 안제이 두다 당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 역시 일부 시술 행위를 비범죄화하는 정도여서 완전 합법화 목표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성인권단체 레갈나아보르차(합법 임신중절)는 "당장 임신중절이 필요한 여성들에게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이 법안들 모두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투스크 정부의 법 개정 시도는 PiS와 가까운 카롤 나브로츠키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무력화할 수 있다. 그는 지난해 대선 기간 낙태 규제 완화 법안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임신부 의사에 따른 임신 초기 낙태를 전면 금지한 나라는 폴란드와 몰타뿐이다.

EU 비회원국인 알프스 공국 리히텐슈타인에서도 주민 발의로 임신중절 합법화가 추진됐으나 같은 날 최종 무산됐다.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리히텐슈타인을 실질적으로 통치하는 알로이스 대공세자는 유권자 4분의 1 이상이 서명하고 의회를 통과한 임신 12주 이내 낙태 합법화 법안에 20일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공 가문은 법안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핵심적 법익으로서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인구 약 4만명 소국인 리히텐슈타인은 국민 서명으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지만 18세기 초반부터 나라를 다스려온 대공 가문이 최종적으로 승인해야 한다. 리히텐슈타인은 유럽에서 가장 늦은 1984년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한 나라로 기록돼 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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