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파괴속도 사상 최저…룰라 환경치적에 표심 움직일까
지난 1년 벌채 면적 41.8% 감소…1988년 측정 이래 최소치
룰라 보존정책 성과…자원개발 강조하는 보우소나루와 대비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의 산림 파괴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25일(현지시간) 브라질 대선 결선 투표를 앞두고 나온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현 대통령의 환경정책 성과로 주목된다.
산림 파괴 측정 지표로 여겨지는 프로데스(Prodes) 위성 데이터 시리즈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아마존의 산림 벌채 면적은 41.8% 감소한 3천335㎢로, 1988년 측정 시작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6일 보도했다.
이는 이전 최저 기록보다 1천236㎢ 더 낮은 수치로, 리우데자네이루시 전체 면적만큼이 더 보존된 셈이다.
올해 산림 파괴가 가장 많았던 곳은 파라주로, 한 해 동안 이뤄진 아마존 산림 파괴의 33.9%가 이 지역에서 이뤄졌다. 마투그로수주(25.5%), 아마조나스주(15.7%)가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이들 지역에서도 산림 파괴 규모는 전년 대비 45% 이상 감소했다.
유일하게 산림 파괴가 0.4% 증가한 주는 룰라 대통령의 대권 경쟁자인 우파 자유당(PL)의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후보 지지 지역인 호라이마주였다. 보우소나루 후보는 룰라 대통령의 전임자였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장남이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룰라 정부 출범 전년도인 2022년 이후 산림 파괴율은 71.2% 감소했다.
노동자당 소속 룰라 대통령은 2030년까지 아마존 불법 벌채를 근절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단속을 강화하고 환경 범죄 처벌을 확대해왔다. 환경 기관에 대한 정부 투자도 늘렸다.
이에 따라 룰라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23년 산림 파괴율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이후에도 감소세가 이어져 왔다.
이는 전임 보우소나루 정부 시기 아마존 개발과 광산 개발 확대 정책으로 산림 파괴가 급증했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
보우소나루 정부는 산림 보호 기관의 예산을 삭감하고, 환경 범죄에 대한 처벌을 약화했으며, 불법 채굴업자와 벌목업자, 토지 강탈자들을 공개적으로 부추겼다. 그 결과 하루 100만 그루가 넘는 나무가 사라지는 것과 맞먹는 규모로 산림이 파괴됐다.
보우소나루 정부 말기였던 2022년에는 뉴욕시 면적의 13배에 달하는 산림이 훼손된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룰라와 맞붙는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역시 천연자원 개발, 환경 규제 완화 등에 초점을 맞춘 공약을 내세우며 부친의 노선을 따라가고 있다.
아마존 열대우림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온 전 환경부 장관 마리나 실바는 플라비우 보우소나루가 아마존을 파괴하려는 아버지의 "비뚤어진 계획"을 완수하려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두 후보 간 극명한 대조는 아마존 지역의 선거 결과 지도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보우소나루는 산림이 훼손된 지역, 광산, 목장, 대두 단일작물 재배지 인근에서 가장 많은 표를 확보한 반면, 룰라 대통령의 지지율은 대도시나 식생이 비교적 온전한 산림 지역에서 더 높았다.
환경 정책은 향후 미국과 브라질 간 관계 설정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룰라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브라질을 식민지화하고 자원을 장악하려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아마존을 브라질의 주권적 자산이자 원주민들의 중요한 주거지, 그리고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세계적 노력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로 보고 있다.
반면 보우소나루 가문은 미국과 긴밀한 유대 관계를 맺고 있다. 플라비우의 동생 에두아르두는 지난해부터 미국 텍사스주에 거주해 왔으며, 트럼프 행정부에 자국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미국 국기에 경례를 올린 적도 있다.
이 때문에 만약 보우소나루 가문이 권력을 장악한다면 핵심 광물과 관련해 브라질의 무역 우선순위를 중국과 유럽에서 미국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가디언은 전망했다.
환경 보호 단체들은 산림 파괴 관련 데이터가 이번 대선 결선 투표에서 얼마나 중대한 문제가 걸려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기후관측소의 마르시오 아스트리니 사무총장은 "이 수치는 브라질의 산림 파괴를 종식하는 게 전적으로 가능하다는 걸 분명히 보여주지만, 모든 것은 선거 결과에 달려 있다"며 "브라질 국민은 우리가 산림 파괴 종식을 향해 나아갈지, 아니면 숲의 종말을 향해 나아갈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4일 치러진 브라질 대선 1차 투표에선 보우소나루가 47.03%의 득표율로 45.16%에 그친 룰라 대통령을 제치고 1위로 결선에 올랐다.
룰라 대통령은 선거 막판 각종 민생 지원책을 발표하며 보우소나루 따라잡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에 1차 투표 후 4%포인트(p) 차이까지 벌어졌던 여론조사 지지율은 1%p 이내로 급격히 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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