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삶기 전략'…러시아 동유럽 도발에 나토 동맹 시험대
루마니아·불가리아 근해 드론공습으로 선박 파손·선원 살상
집단방위 발동 경계선…나토, '통제불능 빠질라' 대응책 골머리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러시아가 흑해 연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영해에서 상선들을 겨냥한 무차별 공격을 감행하면서 나토가 군사적 충돌 위기를 피하면서도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서방 당국자들을 인용해 러시아의 도발적 공격이 더욱 과감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나토가 약해 보이지 않으면서도 확전을 막아야 하는 난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나토에 따르면 전날 밤 흑해 루마니아 영해 내에 있던 선박 2척이 드론 공격을 받았으며, 루마니아 영해 바로 밖에서 또 다른 선박 1척이 타격받아 선원 7명이 실종됐다.
앞서 지난 6일 불가리아 앞 흑해에서 상선 2척이 공격받아 1척이 침몰했고, 일주일만인 지난 13일에도 불가리아 연안 흑해에서 화물선 2척이 공격당해 1척이 침몰했다.
니쿠쇼르 단 루마니아 대통령과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총리는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긴급 회동하고 대응책을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대응책은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나토 고위 당국자는 나토가 회원국의 안보를 지원하고 있으며 선택지를 갖고 있다면서 "우리의 활동이 항상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최근 공격들은 나토 회원국들이 '전쟁 행위'로 규정하는 집단방위 발동 기준에는 미치지 않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꺾고 사회 불안을 조성하기 위해 나토의 반응을 시험하는 '개구리 삶기 전략' 전략을 쓰고 있다고 분석한다.
나토가 강하게 반발하지 못하도록 도발 수위를 조금씩 높여가며 목표를 달성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방이 전쟁까지 가지 않으면서 러시아의 도발적이고 불법적인 행동을 멈추게 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딜레마가 생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서 나토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줄리앤 스미스는 "푸틴이 이런 행동으로 계속 수위를 높이다 통제 불능의 물리적 군사행동으로 번질까 봐 걱정"이라며 "러시아가 이런 공격에 훨씬 더 대담해졌다"고 말했다.
더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면 충돌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 축소 가능성을 내비치는 상황을 고려하면 러시아의 도발이 앞으로 한층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의 흑해 공격에 앞서 러시아의 군용기·드론 등은 수개월간 나토 영공을 침범했다.
나토 회원국들은 러시아가 유럽 전역에서 수십 건의 사보타주와 사이버 첩보를 벌이거나 유발했다고 비난해 왔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러시아가 지난 8월 라이프치히 공항에서 폭발물을 실은 드론으로 항공기 공격을 시도했다고 주장했고, 네덜란드 정보기관은 러시아가 인터넷에 연결된 영상 카메라를 해킹해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 활동을 염탐했다고 밝혔다.
나토 내부에서는 흑해 감시·정찰 활동 강화, 무인 시스템을 활용한 상선 호위, 러시아 '그림자 함대' 선박에 대한 나포 확대, 추가 경제 제재 및 외교관 추방 등의 대응 카드가 거론되고 있다.
'그림자 함대'는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서방의 석유 수출 제재를 피하기 위해 국적과 선명을 바꿔가며 비밀리에 운용하는 선박들을 가리킨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에 실질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수준의 강력한 억제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러시아의 도발이 우주 공간의 상업용 위성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고 WSJ은 전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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