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 불가리아 총리 "미·러 '경유딜' 지지"…EU와 엇박자

입력 2026-10-15 18:13
수정 2026-10-15 18:23
'친러' 불가리아 총리 "미·러 '경유딜' 지지"…EU와 엇박자

EU 정상회의 개막…에너지 위기·中무역 불균형·우크라 지원안 등 논의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총리가 미국과 러시아의 '경유딜'을 지지한다고 밝혀 유럽연합(EU)과 엇박자를 냈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라데프 총리는 1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막이 오른 EU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에게 "유럽이 현시점에 겪고 문제가 무엇인지 아느냐? 바로 높은 연료 가격"이라면서 "연료 가격을 낮추고 우리의 경쟁력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면 어떤 것이든 환영한다"고 말했다.

라데프 총리의 이런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맺은 경유 공급 합의에 대해 우려와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EU의 공식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라데프 총리는 러시아 제재와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해온 EU 내 친러시아 인사로 평가된다.

중간 선거를 앞두고 경윳값 급등으로 인한 여론 악화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산 경유에 대한 제재를 일시 완화해 미국과 세계 시장에 대규모로 공급하기로 푸틴 대통령과 합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 합의가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비난했고,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이번 조치가 러시아의 전쟁 자금 조달을 돕는 처사라고 지적하며 러시아 제재를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도 이날 EU 정상회의에 앞서 "우리는 경유와 관련한 (미러) 합의를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비록 영향이 아주 크지는 않을지라도, 이는 분명 잘못된 방향"이라고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에너지 문제는 이틀 동안 이어지는 이번 EU 정상회의 최우선 의제 중 하나이다. 본격적인 난방 철을 앞두고 천연가스 가격이 우크라이나전이 발발한 2022년 이래 최고치로 치솟자 유럽 각국 정부는 연료비 부담을 덜어달라는 가계와 산업계의 전방위적 압박에 처해 있다.

EU 정상들은 회의 첫날인 15일에는 에너지 위기 대처와 함께 대(對)중국 무역 불균형 해소, EU 장기 예산, EU 확대 문제를 논의한다.

이 가운데, 2028년부터 2034년까지 7년간 EU 예산안은 특히 회원국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려 합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EU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회의장 입장에 앞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아주, 아주 어려운 협상을 앞두고 있다"고 말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EU 집행위원회는 당초 7년간의 장기 예산으로 약 2조 유로(약 3천11조원) 규모를 공개했으나, 회원국 간 입장차가 워낙 크자 하반기 순회의장국인 아일랜드는 이견을 좁히기 위해 원래보다 약 8% 낮은 수정안을 최근 제시한 바 있다.

독일을 필두로 오스트리아, 덴마크, 핀란드, 네덜란드, 스웨덴 등 EU 예산 순기여국 6개국은 각국이 재정 건전화를 위해 긴축에 나선 시점임을 강조하면서 수천억유로 규모의 예산 삭감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프랑스 등은 국방력 강화와 경제 경쟁력 확보, 농업 지원 등을 위해서는 충분한 재정이 필요하다며 맞서고 있다.



회의 폐막일인 16일에는 5년 가까이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를 놓고 머리를 맞댄다.

롭 예턴 네덜란드 총리는 첫날 회의 시작에 앞서 "유럽 상당수 나라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뒤처져 있다"며 "유럽의 모든 지도자는 재정적, 군사적, 비군사적 측면에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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