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형은행들, '정치적 목적' 계좌 폐쇄"…美감독당국 발표

입력 2026-10-15 01:20
"美대형은행들, '정치적 목적' 계좌 폐쇄"…美감독당국 발표

통화감독청 조사 결과 보고서…JP모건·BoA 등 거론

평판 리스크 빌미로 MAGA·진보단체 등 차별…제재 가능성



(뉴욕=연합뉴스) 김연숙 특파원 = 미국 대형은행들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분야의 기업이나 개인 고객들을 상대로 정당한 사유 없이 계좌를 폐쇄하거나 서비스 이용을 거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날 미 통화감독청(OCC)은 이 같은 내용의 45쪽 분량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미 대형 은행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부당하게 계좌를 폐쇄하는 '디뱅킹'(금융거래 중단) 조치를 해왔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따라 약 1년간 진행됐다.

조너선 굴드 OCC 청장은 이번 보고서가 "미 대형은행들이 고객과 합법적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금융 거래를 거부하고 계좌를 폐쇄하고 차별했다는 명백한 증거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비롯한 대형은행들은 기업이나 개인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영역에 있다는 이유로 거래를 제한했다.

정치적 성향은 가리지 않았다.

JP모건이 인수해 현재는 서비스를 중단 중인 결제 대행 자회사 위페이는 2021년 9월 '트럼프 승리 기념 깃발', '바이든 불법 티셔츠' 등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성향의 정치 문구가 포함된 상품을 판매하는 사업자의 계정을 서비스 약관 위반을 이유로 폐쇄했다.

TD뱅크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반이민 정책을 지지하는 비영리 단체의 긴급 대출 신청을 거절했다. 이는 남부빈곤법률센터(SPLC)가 해당 단체를 '증오단체'로 지정한 것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캐피털 원은 낙태권 지지 단체의 계좌 개설 및 서비스를 거부했다. 당시 은행 리스크 담당 직원은 해당 단체가 정치 후원금의 95%를 민주당 측에 기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밖에도 총기 산업, 가상화폐, 민영 교도소 관련 기업 등이 주요 차단 대상에 올랐다.

은행 측은 그동안 계좌 폐쇄는 정치적·종교적 이유가 아닌 자금세탁방지법 준수와 '평판 리스크' 관리 차원의 조치였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OCC는 평판 리스크와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정책을 빌미로 명확한 기준 없이 자의적으로 계좌를 폐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로 미 은행업계는 규제당국의 거센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집권 1기 대통령직에서 퇴임한 직후인 2021년 2월 JP모건이 정치적 이유로 여러 계좌를 폐쇄했다며 은행 최고경영자(CEO) 등을 상대로 50억달러 배상 요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미 연방 검찰은 은행들을 상대로 소환장을 발부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OCC 역시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추가적인 제재 및 차별 방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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