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할말 하겠다"는 일본. ICC 제재 진의 파악 공들여
다카이치 발언 강도 높여…자국여론 의식해 ICC 지지 강조 속 美충돌 회피방법 모색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일본 정부가 미국의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재 발표와 관련해 ICC에 대한 지지를 강조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진의 파악에 힘을 쏟고 있다.
14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미국이 ICC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것과 관련해 "다양한 레벨에서 미국에 대해 말해야 할 것은 확실히 전달하면서 대응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의 지배를 철저히 하기 위해 ICC를 일관되게 지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전 발언에 비해 발언 강도가 높아진 것으로, 일본 국내용 발언인 측면이 강해 보인다.
그는 제재 발표 직후인 지난 10일 엑스(X·옛 트위터)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언급했고, 전날 같은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과 외교장관 간 의사소통을 계속하면서 관계국과 함께 ICC의 활동을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8월 일본인인 아카네 도모코 소장 등 ICC 관계자들 개인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으며 이어 지난 9일(현지시간)에는 다시 ICC 자체에 대해 고강도 제재를 하면서 6개월 유예기간을 제시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아카네 소장 등에 대한 제재 발표 당시에는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은 채 하루 지나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만 언급해 야당과 자국 언론으로부터 "미국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일본 정부는 겉으로는 국내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강하게 목소리를 내면서도 당분간 미국과의 충돌을 피할 방법을 모색하는 데 공을 들일 방침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날 일본 정부가 미국이 제재 발동까지 180일간의 유예 기간을 둔 의도를 파악하고 제재의 구체적인 운용 방침을 분석하는데 서두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제재에 대한 미국 측 입장 변화를 주시하면서 미국과의 외교장관 협의를 통해 미국 측의 진의를 계속 파악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닛케이는 "(일본 정부가) 당분간은 제재의 적용 범위를 모색하고 해제 조건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힘쓸 것"이라며 "일미관계를 훼손할 우려가 있으니 다카이치 총리가 정면에서 제재 철회를 요구하는 것에는 신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법의 지배'를 중시하는 입장을 반복해서 호소해온 만큼 미국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그간의 입장이 후퇴한 것이 된다"며 "일본 정부가 대미협의와 ICC 지원을 양립할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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