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분투칼럼] 투자자를 위한 국가, 국민을 위한 국가

입력 2026-10-29 07:00
[우분투칼럼] 투자자를 위한 국가, 국민을 위한 국가

김은경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 부교수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글로벌문화교류단이 국내 주요 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핵심 광물과 에너지, 물류망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동시에 실질적인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유엔무역개발기구(UNCTAD)에 따르면 2024년 아프리카의 외국인 직접투자는 약 940억 달러(약 126조원)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였다. 2025년에도 약 700억 달러(약 95조원)로 1990년 이후 세 번째로 많은 투자액이 유입됐다. 블룸버그의 2026년 투자 가이드는 유망 분야로 핵심 광물, 데이터센터, 비료, 운송 인프라, 재생에너지, 석유·가스를 꼽았다. 그러나 여전히 리스크는 존재하며, 상대적인 위험 평가 결과는 다음과 같이 국가별로 상이하다. 19개국 위험평가에서는 모리셔스가 남아공을 제치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나이지리아는 전년보다 네 계단 상승했다.



현실적으로 아프리카는 자본이 필요하고 외국인 투자는 큰 사업을 가능하게 한다. 비쇼프투 국제공항은 에티오피아에서 추진 중인 아프리카 최대 규모 신공항 건설 프로젝트다. 125억 달러(17조원) 규모의 이 사업에 아프리카개발은행이 5억 달러(6천700억원)를 약정했고, 미국, 중국, 유럽, 중동의 금융기관이 참여를 타진하고 있다. 한편, 이집트 북부 지중해 연안에는 860억 달러(116조원) 규모의 초대형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특히 아부다비 국유펀드(ADQ)가 350억 달러(47조원)를 투입하는 '라스 엘헤크마'(Ras El-Hekma) 프로젝트는 이집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외국인 직접투자로 꼽힌다. 가나는 5G 시장을 개방하여 외국 자본과 기술을 유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 활기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국가들이 정해둔 기대치와 격차는 큰 것으로 보인다. 꿈꾸지 않는 것보다는 꿈을 크게 꾸는 게 나은 것일까. 대표적으로 상당수 경제특구(SEZ)가 인프라 미비 등으로 외국 자본 유치가 지연되며 미분양 및 미가동 상태에 머물러 있다. 탄자니아 34개, 케냐 36개, 나이지리아 50개 이상의 경제특구를 조성했지만, 외자 유치 활성화 단계까지는 갈 길이 멀다. 앙골라 수도 루안다 외곽에 건설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인 킬람바 신도시나, 동아프리카 물류 거점을 목표로 2021년 개항한 케냐 라무항 역시 활용률이 저조한 상황이다. 게다가 상당수 특구에는 현지 주민의 접근을 제한하거나 지역 경제와 연계하지 못하고 있어 특구 정책이 대외적 외연 확장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투자를 위해 기반 시설을 마련하고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데 국민의 세금이 사용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에게 약속한 일자리와 소득 증가는 뒤로 미뤄지고 있다. 이 자금이 보건·교육, 소상공인 지원 등 민생 안정에 쓰였다면 더 많은 국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갔을 것이다. 정부의 외자 유치 및 개발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문제는 아니지만 과도하게 대형 개발에 치중함으로써 국민 삶의 질 향상과 포용적 성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통계지표는 이러한 불균형을 반영한다. 세계은행은 올해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성장률을 4.3%로 상향했지만, 1인당 소득 증가율은 1.8%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성장의 효과가 일반 시민의 생활 수준에 반영되는 속도가 더딤을 보여준다. 한 예로 나이지리아 정부는 4%대 성장률 달성과 외환보유고 회복을 성과로 내세우며 위기 극복을 선언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공공부문 노조는 리터당 1,400~2,000 나이라(약 0.9∼1.3달러)까지 치솟은 휘발유 가격과 월 7만 나이라(약 53달러)에 불과한 최저임금에 맞서 파업에 돌입했다. 거시 지표의 개선이 대외 신인도를 올릴지는 몰라도, 정작 국민 가계의 부담은 덜고 있지 못함을 보여준다.

외국 자본이 집중되는 곳의 수혜자가 누구인지도 눈여겨봐야 할 문제다. 이집트 북부 해안 마라시 호텔의 여름 성수기 투숙객의 65%는 걸프 지역 외국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자본으로 건설된 케냐 나이로비 고속도로도 높은 통행료 탓에 외국인과 일부 부유층만 이 도로를 사용하고 있고 일반 주민은 여전히 극심한 교통 체증을 겪고 있다. 적도기니는 국가 석유 수입과 외자를 투입해 오야라 행정 신도시에 고급 호텔, 골프장, 도로망을 구축했다. 앙골라의 킬람바 신도시, 나이지리아의 에코 아틀란틱 신도시도 빈곤층인 인구 대다수가 이용하기 어려운 높은 분양가 및 임대료가 책정되어 있다. 이 밖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서 어렵지 않게 관찰된다. 심지어 나이지리아에서는 에코 아틀란틱 신도시 건설을 위해 라고스 해안가를 매립하면서 인근 주민들은 해수면 상승과 침수 피해를 겪게 되었다.

한편, 자원 주권을 주장하며 광산을 국유화하고 정부에 권력을 집중시키는 부르키나파소와 같은 사례도 해답이 될 수 없다. 트라오레 정권은 자원 국유화와 민족주의 정책을 명분으로 언론 탄압, 정당 해산, 강제 징집 등 권위주의적 통제를 강화하면서 인권 침해와 사회적 갈등을 심화하고 있다.



반면 보츠와나는 제도 내에서 외국 기업과 협력을 통해 국민의 실익을 도모한 모범적인 사례다. 보츠와나 정부는 글로벌 다이아몬드 기업 '드비어스'(De Beers)와 합작사업에서 세금, 배당, 로열티를 확보하고, 이 수익을 교육, 보건, 기반 시설에 투자했다. 즉 투자자를 위한 정책이 동시에 국민을 위한 정책이 되려면 정부가 의지적으로 투자를 국민의 삶과 연결해야 한다. 이용자가 없는 도로와 항만, '스필오버'(spill-over·파급) 효과가 제한적인 외국인만의 경제특구는 외국인 투자자가 원하는 투자 환경이 아니다. 아프리카 시민들은 자신들에게 접근이 제한된 개발지역에 대해서도 아직은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들이 외국 자본을 기다리는 이유는 결국 자기 삶이 나아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막연한 기대의 유효기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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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경 교수

현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 부교수, 캘리포니아주립대-로스앤젤레스(UCLA) 정치학 박사, 현 한국아프리카학회 학술이사, 주요 연구분야는 아프리카 민주주의 발전(선거·정당·의회), 정치경제(산업·정치 연계), 분쟁, 체제전환, 외교관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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