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젊은층 룰루레몬 찾지만…김정은 정권에 도전은 불가능"

입력 2026-10-09 07:15
"北 젊은층 룰루레몬 찾지만…김정은 정권에 도전은 불가능"

스위스 구호단체 책임자의 北활동 경험담…"16세기 조선 왕조 같아"

"도농 빈부격차 극심…평양선 하이힐에 자외선 차단 양산, 농촌은 굶주려"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북한의 젊은 세대에서 과거와 다른 사고방식의 변화가 감지되지만, 김정은 체제에 도전할 만한 반체제 움직임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북 구호단체 책임자의 경험담이 공개됐다.

스위스 출신으로 홍콩에 있는 구호단체 카리타스의 책임자 등을 맡아 북한을 자주 드나들었던 캐시 젤위거는 8일(현지시간) 자신의 책 '미스 캐시'를 소개하는 스팀슨센터 주최 행사에서 북한의 변화를 '6M'으로 요약했다.

젤위거가 표현한 6M은 "돈(Money), 시장(Markets), 휴대전화(Mobiles), 자동차(Motor cars), 중산층(Middle class)"에 더해 "젊은 세대의 사고방식(Mindsets)"의 변화다.

다만 북한인들 사이에서 "정부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감을 느낀 적은 없었다. 중국, 구소련, 베트남 등에 존재했던 것과 조금이라도 비슷한 반체제 활동이 존재한다는 느낌은 더더욱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 사람들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정권과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을 주입받는다. 마치 16세기 조선 왕국과 같다"며 "그 위에 현대적인 레닌주의 조직체계와 정치적 통제가 덧씌워져 있다. 따라서 정권에 도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젤위거는 "그들은 (1995년) 대기근 시기나 기근 이후에 태어난 젊은이들로, 정부가 모든 것을 나눠주던 체제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라고 설명했다.

젤위거는 북한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경을 폐쇄하기 전인 2019년 말까지 북한과 홍콩을 오가며 구호 활동을 해왔다.

그는 "1995년은 정말 끔찍한 해였다. 믿기 어려울 정도의 대규모 재난이었다. 이미 식량, 연료, 전기, 그 밖의 생산 물자가 부족했던 나라를 참혹한 기근 속으로 밀어 넣었다"고 회고했다.

이후 북한 경제는 회복했지만, "상대적으로 부유한 엘리트들이 사는 평양과 주민들이 여전히 궁핍과 열악한 기반 시설에 시달리는 대부분의 낙후된 농촌 지역 사이에는 뚜렷한 격차가 있다"고 전했다.

외부 세계와 철저히 단절된 농촌 지역의 일상은 "먹을 게 있나", "아픈 사람 없나",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나"처럼 그저 생존만 생각할 뿐이지만, 평양에선 여성들의 구두 굽이 높아지고 자외선 차단을 위한 양산이 등장했다고 한다.

젤위거는 얼마 전 북한에 간 동료 한 명이 '룰루레몬 요가복을 가져와 달라'는 북한 사람의 부탁을 받았다고 했고, "평양 거리에선 반려동물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북한에 머무르면서 '평양 비즈니스스쿨'을 운영했던 젤위거는 도시의 젊은 세대 사이에선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강했다"며 호텔에 가면 직원들이 모두 TV 앞에 앉아 중국어와 영어를 배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평양 비즈니스스쿨에선 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교육도 이뤄졌는데, 초기에는 '이윤'이라는 개념이 없어 당혹스러웠다고 회고했다. 또 강사들은 중국·일본이나 다국적 기업의 사례는 거론할 수 있지만, 한국 기업만은 입에 올려선 안 된다고 했다.

젤위거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 사람들이 러시아 편에 서서 싸우기 때문에 (유럽에선) 북한을 위한 지원금을 모금하는 게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미국과 한국의 대북(對北) 인도적 지원 노력에 대해선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 때로는 한발 물러서서 기다리는 편이 훨씬 낫다"고 조언했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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