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치솟는 곡물가, 식량위기 우려 고개…"진짜 공포는 내년"

입력 2026-10-09 07:10
전쟁에 치솟는 곡물가, 식량위기 우려 고개…"진짜 공포는 내년"

"엘니뇨 끝나고 천연가스·비룟값 오르며 본격 상승 가능성"

'애그플레이션' 현실화시 저소득 국가 식량안보 위기 처할 듯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 곡물가가 들썩이는 가운데 내년부터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충격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정보서비스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달 초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9월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136.0으로 전월(134.0) 대비 1.5% 상승했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5.8% 올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2년 3월(160.2)보다는 낮지만 2022년 11월(136.0)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실제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11월 인도분 대두 선물 가격은 7일 종가 기준으로 부셸(약 28.123㎏)당 1,297.50센트로 장을 마감했다.

올 초까지만 해도 1,000센트대 초반에서 거래되던 대두 선물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과의 전쟁이 발발한 2월 말부터 급격히 오름폭을 확대해 왔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에 합의하면서 6월 들어서는 1,100센트대 초반까지 내리며 안정되는 듯했으나, 성과 없이 MOU가 만료되고 무력충돌이 재개되자 수직상승을 재개해 지난달 중순에는 한때 1,300센트 선을 넘어섰다.

소맥과 옥수수 등 여타 주요 곡물 선물 가격도 유사한 흐름을 보이면서 올해 들어 35.06%와 13.91%씩 오른 가격에 거래 중이다.

주된 원인으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핵심 비료 원료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졌다는 점이 꼽힌다.

중동은 질소와 요소 등 핵심 비료 원료의 주 생산지다. 이번 전쟁 전까지 전 세계에서 해상으로 운송되는 비료 원료의 약 3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났던 까닭에 원가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가 최근 러시아 정유시설을 타격하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주요 곡물 수출항과 흑해를 지나는 곡물운반선을 공격하면서 국제유가와 곡물가를 밀어올린 것도 배경이 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문제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의 경우 동태평양 적도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1.5도 이상 높은 '슈퍼 엘니뇨'로 곡물 가격 상단이 제한될 전망이나, 내년은 반대 양상이 나타날 우려가 있어서다.

엘니뇨는 전 세계적 이상고온과 홍수, 병충해 등을 초래하지만 미국 중부, 브라질 서남부, 아르헨티나 등 주변 주요 곡창지대에서는 강수량과 수확량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실제 2023년 5월에서 2024년 4월, 2014년 11월에서 2016년 4월 등 슈퍼 엘니뇨가 출현했던 때 곡물 가격은 어김없이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슈퍼 엘니뇨 이후에는 정반대 현상인 '라니냐'(동태평양 적도 해수온 저하)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전 세계적 이상저온과 흉작이 나타난다.

컬럼비아대 국제기후사회연구소(CCSR/IRI)는 동태평양 적도 해수면 온도가 올해 10월에서 내년 1월 정점에 이른 뒤 진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곡물 가격 상승의 걸림돌이 소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비료는 내년 애그플레이션을 만들 원흉"이라면서 "내년 동태평양 연안 해수면 온도가 하락 방향이라면 천연가스 가격은 상승 방향이고 비료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곡물 또한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에너지 가격이 이대로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내년 상반기 파종 시즌 비료 수급에 영향을 미친다면 저소득 국가를 중심으로 식량위기가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

이란을 제외한 중동 지역 9월 원유수출량은 일평균 1천650만 배럴로 전쟁 발발 전의 87% 수준까지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전쟁으로 정제설비가 다수 피해를 봤고 보험료 인상 등 제반 비용도 상당해서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일 영국에서 열린 에너지정보포럼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전면 개방되더라도 "수요를 맞추면서 재고를 보충하는 데는 길게는 2년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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