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에 걸리는 건 물고기 아닌 한숨…중남미 어촌 강타한 엘니뇨
해수면 온도 치솟자 조업하러 먼바다로…연료비·얼음값 등 비용↑
생선 가격도 2배 이상 '껑충'…수지 안 맞아 전업하기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에콰도르 어민 후안 올라게는 간밤에 건져 올린 건 작은 참치 6마리뿐이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빈손으로 돌아온 건 올라게 씨뿐 아니다. 에콰도르 산타로사 항구에 정박한 선박만 수백 척. 그중 한 척을 보유한 다르윈 삼부라노 씨도 지난 몇 주간 대형 참치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는 물고기가 잘 잡혔지만, 지금은 끔찍하다"고 말했다.
슈퍼 엘니뇨로 인해 태평양 기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어획량이 급감해 어부들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AFP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엘니뇨는 적도 인근 태평양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해 전 세계에 이상기후를 일으키는 현상이다. 지역에 따라 고온 건조한 날씨를 유발하기도 하고, 한랭 다습한 날씨를 초래하기도 한다.
과야킬폴리텍대 연구팀에 따르면 지난 10주간 에콰도르 연안의 평균 해수 온도는 급상승했다. 표면 온도는 섭씨 2.5~3도, 수심 40m 지점에선 최대 6도까지 치솟았다.
태평양을 끼고 있는 파나마 사정도 마찬가지다. 어부 리고베르토 곤살레스 씨는 수면 온도 상승 탓에 물고기를 잡으려면 연안에서 먼 바다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는 도미, 삼치 등을 잡기 위해 선박 연료비가 상승하고, 보존용 얼음과 식량 등 부대비용 지출이 늘어남을 의미한다.
곤살레스 씨는 AFP에 "가스비로 100달러를 쓰고 나면 생선을 팔아 150달러를 벌어오는데, 이걸로 네 명의 일꾼이 나눠 가져야 한다"고 토로했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면서 일부는 아예 조업을 포기했다. 파나마 영세어민조합의 헤수스 모랄레스 조합장은 "우리는 더 이상 손해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조업 난맥상은 일부 국가의 생선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태국에 이어 세계 제2의 참치 생산국인 에콰도르의 생선가격은 어획량 부족으로 만새기와 황새치 가격이 두 배로 뛰어올랐다.
세계 최대의 안초비(멸칫과의 일종) 어획 국가인 페루에서도 어민들이 멸치잡이가 점점 어려워지자 가족 부양을 위해 바다를 떠나 건설 현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buff27@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