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기밀 빼돌린 전직 독일 정보수장…"전후 최대 스파이"

입력 2026-10-07 16:58
12년간 기밀 빼돌린 전직 독일 정보수장…"전후 최대 스파이"

옛 부하에게 돈주고 2천건 입수…아제르바이잔에 팔아넘긴 듯

일부 기밀은 동맹국 정보기관發…영·미 정보기관도 내부조사 방침

유명 고깃집 딸 자녀 납치 개입 혐의로 수사받던 중 스파이 '들통'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 해외정보기관인 연방정보국(BND) 전직 국장이 10년 넘는 기간 약 2천건의 내부 문건을 빼돌려 일부를 외국 정보기관에 팔아넘긴 의혹으로 수사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영국 등 동맹국 정보기관이 제공한 첩보가 제3국으로 넘어갔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현지 매체들은 "최악의 보안 사고"라며 전후 독일 최대 스파이 사건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6일(현지시간) 주간지 슈피겔 등에 따르면 독일 연방검찰은 내부자를 통해 BND 문건 약 2천건을 빼낸 혐의로 체포한 전 BND 국장 아우구스트 하닝(80)이 외국 정보기관에 정보를 팔았는지 수사 중이다.

하닝은 빼낸 자료들을 이용해 외국 정보기관에 제공할 새 첩보 보고서를 생성하기도 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구체적으로 하닝은 아제르바이잔 정보요원과 접촉했다고 슈피겔이 보도했다. 그는 최근까지 양국 교류·협력 단체 '독일-아제르바이잔 포럼'에서 활동했다.

하닝은 ▲ 반역 미수 ▲ 간첩 목적 기밀탐지 ▲ 국가기밀 수집 ▲ 타국 정보기관을 위한 간첩 혐의로 6일 체포됐다.

1998∼2005년 BND 국장을 지낸 하닝은 퇴직 이후 사설 자문업을 하면서 BND 사무국장 '만프레트 D'에게 대가를 주고 2022년 6월까지 다수의 문건을 입수했다. 해당 문건들은 연방총리실 주관 안보회의 브리핑 자료로, 상당수는 기밀로 분류돼 있었다. 만프레트는 하닝이 퇴임한 이후에도 사무국장으로 일해 기밀 접근 권한이 있었다. 검찰은 2010년 봄 두 사람이 문건을 사고팔기로 약속했다고 보고 있다.



안보당국 관계자들은 유출된 자료 중 일부는 동맹국 정보기관이 공유한 문건이라고 전했다. 영국 비밀정보국(MI6)과 정보통신본부(GCHQ), 미국 정보기관들은 이번 사건으로 자국 기밀과 정보원이 노출됐을 가능성을 우려해 내부 조사에 들어갈 방침으로 알려졌다.

BND는 그동안 연방정부와 의회의 통제로 동맹국에 비해 첩보 역량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독일 정부는 지난 8월 국내외 정보기관의 권한을 대폭 늘리는 개혁안을 마련했다. 일간 벨트는 이번 사건이 "서방 정보기관들 사이에 불안을 일으켰다"며 "서방 정보 협력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다"고 짚었다.

현지 매체들은 하닝이 돈을 받고 '정보 장사'를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그는 퇴직 이후 라트비아에서 부동산 사업을 하다가 파산 위기에 내몰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미 현직 시절부터 외국 정보기관에 포섭됐을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하닝은 동서독 분단 시절인 1986∼1990년 동베를린의 서독 대표부에서 기밀보호 특임관으로 일했다.

전직 해외정보기관 수장의 10년 넘은 스파이 활동은 우연한 기회에 적발됐다. 하닝은 유명 고깃집 블로크하우스 창업주의 딸 크리스티나 블로크가 2023년 양육권 다툼 중이던 자녀를 납치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수사받았다. 당국은 지난해 하닝의 집을 수색하다가 BND 문건을 무더기로 발견하고 간첩 혐의 수사를 시작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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