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세 현역'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다음 연구 따는데 도움되길"
남극에 거대 '얼음망원경' 착안…중성미자 관측으로 우주연구 지평 넓혀
"천문학 아직 시작조차 안했다" 지치지 않는 탐구 정신 드러내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뉴트리노(중성미자) 관측 연구를 통해 우주현상 관찰을 위한 새 토대를 마련한 공로로 34년 만에 노벨 물리학상 단독 수상의 영예를 안은 벨기에 입자물리학자 프란시스 할전(82)은 1944년 3월 23일생으로 팔순을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현역에서 왕성히 뛰고 있다.
미국 위스콘신-매디슨 대학 석좌교수인 그는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수상자가 발표된 직후 연결된 기자회견에서도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인상적인 수상 수감을 내놨다.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머물던 중 수상 소식을 들었다는 그는 "오늘 하루를 연구 제안서를 작성하며 보낼 계획인데, 이번 상이 그 제안서가 채택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의 이런 발언에 기자회견 현장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국의 경우 대학이나 연구소에 몸담고 있는 과학자들이 보통 65세를 전후해 은퇴하는 것과는 달리 해외 과학계에서는 정년 없이 종신으로 근무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할전 교수처럼 위스콘신-매디슨 대학 석좌교수 겸 이 대학의 기본입자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남극 아문센-스콧 남극점 기지에서 2010년부터 가동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뉴트리노 검출 장치인 '아이스큐브 뉴트리노 관측소'(이하 아이스큐브)의 연구 책임자까지 맡는 등 팔순이 넘도록 굵직한 역할을 여럿 수행하는 사례는 잦은 일은 아니다.
한겨울에는 영하 50도 이하까지 떨어지는 아이스큐브는 그에게 34년 만의 단독 노벨물리학상을 안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시설이다. 노벨위원회는 할전이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 구축과 천체물리학적 기원의 고에너지 중성미자 발견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그는 중년에 접어든 1988년, 전하가 중성이고 질량도 거의 없으며 대부분 물질을 흔적 없이 통과해 소위 '유령 입자'로 불리는 중성미자를 찾아내기 위해 남극의 거대한 얼음을 망원경으로 삼는다는 당시 과학계에서는 엉뚱해 보이는 착안을 했다. 그로부터 23년이 지난 2011년에야 그의 돈키호테 같은 구상이 실제 아이스큐브 완공으로 이어졌다.
현재 아이스큐브에 수백 명의 연구자가 참여하고 있음에도 공동 수상이 일반적인 노벨 물리학상이 할전 교수에게 단독으로 주어진 것은 우주를 이해할 실마리를 제시한 아이스큐브라는 거대한 관측 시설을 처음 구상하고, 건설을 이끈 그의 역할이 높이 평가된 결과라고 강성주 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적했다.
미국 스미소니언협회가 발행하는 과학·역사 잡지인 스미소니언 매거진은 '뉴트리노 맨' 할전 교수의 엉뚱한 상상력에서 탄생한 아이스큐브를 "천문학의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놀라운 실험"이라고 평가하면서 2014년 그에게 혁신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할전 교수는 이날 노벨상 수상 후 기자회견에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당시 모두가 좋은 아이디어일 수 있다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나를 포함해 실제로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면서 "정말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번 노벨상 수상의 가장 큰 보람은 이 프로젝트의 초창기에 저와 함께했던 정말 용기 있는 동료들에게도 영광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2033년부터는 아이스큐브의 확장 프로젝트로 훨씬 약한 중성미자를 포함해 현재보다 10배 많은 중성미자를 검출할 수 있는 '2세대 아이스큐브'가 가동을 시작한다.
할전 교수는 로이터에 지금까지 자신이 해온 연구의 주요 성과는 아직 알 수 없으며, 이 연구가 우주에 대해 정확히 무엇을 드러낼 수 있을지 역시 아직 말하기 이르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정말로 기대되는 것은 내가 그 질문에 아직 대답을 할 수 없다는 점"이라면서 "이것은 과학에 대한 도입부일 뿐이며, 천문학은 아직 시작되지조차 않았다"는 말로 지치지 않는 탐구 정신을 드러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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