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내달 29일 조기 총선…궁지 몰린 산체스 총리 '도박'(종합)
주거난 항의 시위 확산…"정부 대책 의회 부결에 '분노 여론' 집결 승부수"
여소야대로 정부 동력 잃어…지지율은 보수 야권 우세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스페인에서 주거난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의회에서 부결된 가운데 다음달 29일(현지시간) 조기 총선이 치러진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5일 TV 연설에 나서 "국민의 지지를 새로이 해야 한다"며 조기 총선을 발표했다고 로이터, AFP 통신이 보도했다.
중도좌파 사회노동당(PSOE) 정부를 이끌어온 산체스 총리는 "의회에서 훨씬 큰 진보적 다수를 이뤄야 한다"며 "그래야 기득권층의 이익을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적 진전을 이루며 스페인을 계속 변화시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당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뒤처지는 가운데 조기 총선은 산체스 총리에게 위험이 큰 도박이며, 실각 시 유럽에 남은 몇 안 되는 좌파 성향 정부의 끝을 의미한다고 로이터 통신은 짚었다.
산체스 총리는 2018년 총리에 취임했다. 다음 총선은 내년 여름에 치러질 예정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유럽연합(EU) 4번째 경제 규모의 국가에 보수 성향 제1야당 국민당(PP)과 극우 복스당의 연립 정부가 들어설 길을 열게 된다고 지적했다.
폴리티코 유럽판이 종합한 여론조사 추세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정당별 지지율은 국민당이 34%, 사회당이 26%, 복스당이 18%다. 사회당과 연립정부를 이루는 좌파 연합 수마르가 5%로 뒤를 따른다.
산체스 총리는 "사회적 다수의 일부가 오늘날 불만인 것을 알고 있다"며 "(스페인이) 개방성과 사회 정의, 환경적 책임의 보루로 남도록"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산체스 총리는 유럽에서 반이민 극우가 득세하는 가운데 비교적 관대한 이민 정책을 펼치고 적극적으로 반전 목소리를 내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맞서는 등 대표적 좌파 지도자로 자리매김해 왔다.
수마르의 욜란다 디아스 부총리는 "우리는 또다시 승리할 것"이라며 월세 상한제, 근무 시간 단축, 최저 임금 인상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제1야당 국민당은 엑스(X·옛 트위터)에 "마침내"라고 썼다. 국민당과 극우 복스당 등 보수 진영은 그동안 산체스 총리에게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하라고 요구해 왔다.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 국민당 대표는 "부패와 품위 사이의 선택, 쇠퇴와 번영 사이의 선택이자 생존에만 급급한 정부와 미래를 내다보는 국가 사이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산체스 정부는 궁지에 몰린 상태다.
부인을 비롯한 측근들이 부패 의혹으로 수사를 받았으며, 유럽 내 비교적 관대한 이민 정책을 펼치면서 보수 야권의 비판을 받았다. 지난 7월 북아프리카 자치도시 세우타로 대규모 이주민이 밀려 들어오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이탈리아 등 이민에 강경한 유럽연합(EU) 회원국과도 마찰을 빚었다.
최근에는 87세 노인이 자택에서 강제 퇴거당한 일로 고질적인 주거난에 항의하는 대규모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산체스 정부는 급하게 주택난 해결을 위한 세입자 보호 대책을 마련했으나 야권 반대로 법안이 무산됐다.
한때 산체스 정부에 협조했던 카탈루냐 분리주의 성향 '카탈루냐와 함께'(Junts)도 대책이 부족하다며 반대했다.
이에 산체스 총리가 세입자 보호 법안이 불발된 데 분노하는 여론이 중도 및 진보 진영 지지 확대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산체스 정부는 현재 상태로도 이미 원내 과반 다수를 이루지 못해 정책 추진 동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연정을 구성한 사회당과 수마르에 지지 정당들 의석을 합쳐도 야권보다 적다.
이에 예산안 통과도 번번이 좌절돼 마지막으로 의회를 통과한 2023년도 예산안에 따라 정부 살림을 운영 중이다.
지난번 2023년 총선에선 페이호 대표가 이끄는 국민당이 하원 350석 중 137석을 확보해 제1당이 됐지만, 극우 복스당과 손잡은 데 항의해 다른 소수 정당들이 등을 돌리는 바람에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산체스 총리는 카탈루냐 분리주의 정당 등의 지지를 끌어내면서 정부 구성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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